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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 법석 '응원전' 사라진 경기 수능장…차분함 속 진행

등록 2017.11.23 13: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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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이정선 기자 = 경북 포항 지역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되어 실시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전 경기 수원 수성고등학교에서 수원고등학교 학생들이 박수를 치며 수험생 선배를 응원하고 있다. 2017.11.23. ppljs@newsis.com

【수원=뉴시스】이정선 기자 = 경북 포항 지역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되어 실시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전 경기 수원 수성고등학교에서 수원고등학교 학생들이 박수를 치며 수험생 선배를 응원하고 있다. 2017.11.23.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지역 종합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 경기지역 19개 지구, 시험장 295곳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지난 15일 규모 5.4 포항 강진 여파로 한 차례 연기된 터라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수험생이나 가족들의 표정에선 더 짙은 비장함이 묻어났다.

 입실 시간을 30분 정도 앞둔 이날 오전 7시40분께 경기도교육청 제30지구 제1시험장인 수원 광교고등학교. 주변 교통정리에 나선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만 간혹 들릴 정도로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엄숙했다.

 '떠들썩한 수능 응원전'이 사라진 교문 앞은 경찰이 흔드는 경광봉이 그나마 요란하게 보일 정도였다.

 학부모 10여 명이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고 먼발치로 사라지는 자녀의 뒷모습을 보며 선전을 빌었다. 

 학부모 정모(50·여)씨는 "딸이 수능이 연기된 뒤 잠도 제대로 못 잤다. 힘들게 준비한 만큼 시험을 잘 치렀으면 한다"며 "시험 끝나면 수고했다고 꼭 안아주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30지구 제6시험장인 수원 수성고등학교 앞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오전 6시30분이 지나면서 수험생들이 한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인근 수원고교와 동원고교 재학생 50여 명이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왔지만, 여느 때처럼 요란 법석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입실하는 선배들을 향해 박수를 치며 "파이팅" 정도만 외칠 뿐이었다.

 44지구 제12시험장 오산 운천고등학교 앞에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인근 세교고교 교사 2명이 입실하는 제자들을 일일이 안아주며 "긴장하지 말고 시험을 잘 치르라"고 응원했다.

 선배들을 응원하러 나온 재학생들도 함께 인증샷을 찍는 걸로 응원을 대신했다.    

 용인 41지구 제21시험장 서천고교에는 학부모와 교인 등 20여 명이 수험생 응원에 나섰다. 구호를 외치거나 하지는 않고 따뜻한 차 한 잔씩 손에 쥐여줬다. 

【용인=뉴시스】 이승호 기자 = 23일 오전 용인 서천고등학교 앞에서 정찬민 용인시장이 수능 수험생들과 하이파이브하며 응원하고 있다.2017.11.23.(사진 = 용인시청 제공) photo@newsis.com

【용인=뉴시스】 이승호 기자 = 23일 오전 용인 서천고등학교 앞에서 정찬민 용인시장이 수능 수험생들과 하이파이브하며 응원하고 있다.2017.11.23.(사진 = 용인시청 제공) [email protected]

그나마 35지구 제6시험장 안양 백양고 앞은 자녀와 제자, 선배를 응원하러 나온 가족과 교사, 재학생 100명 가까이가 어우러지면서 비교적 떠들썩했다.

 이들은 "수능 대박" 등의 구호를 외치며 수험생들에게 힘을 실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도내 자치단체장들의 응원 발길도 이어졌다.    

 수험생들이 오히려 부담을 느낀다며 지난해에는 시험장에 나오지 않았던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올해는 수원 수성고에서 수험생들을 맞았다.

 애초 올해도 나오지 않으려 했지만, '포항 강진' 여파로 수능일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수험생들이 혹시나 불안해하지 않을까 우려해 나오게 됐다고 도교육청은 설명했다.  
  
 이 교육감은 "학생들이 몇 년을 준비한 만큼 실수하지 않고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으면 한다. 수능은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니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부디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찬민 용인시장도 서천고에서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요란한 구호 대신 '찰떡 합격'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학생들과 하이파이브하며 힘을 보탰다. 정 시장은 매년 빼놓지 않고 시험장에 나와 수험생을 응원하고 있다.

 김윤식 시흥시장, 공재광 평택시장, 황은성 안성시장 등도 각각 시험장을 찾아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용인=뉴시스】 이승호 기자 = 23일 오전 경기 용인시 서천고교 수능 시험장에 한 남학생이 경찰 오토바이에서 황급히 내리고 있다. 이 수험생은 지각이라고 112에 신고해 경찰 오토바이를 타게 됐다.2017.11.23. jayoo2000@newsis.com

【용인=뉴시스】 이승호 기자 = 23일 오전 경기 용인시 서천고교 수능 시험장에 한 남학생이 경찰 오토바이에서 황급히 내리고 있다. 이 수험생은 지각이라고 112에 신고해 경찰 오토바이를 타게 됐다.2017.11.23. [email protected]

이재명 성남시장은 시험장에 나오는 대신 자신의 SNS와 시 홈페이지에 영상 메시지를 게시해 수험생들을 격려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각 수험생은 있었다.

 입실 시간 2분을 앞두고 용인 서천고 앞에 남학생을 실은 경찰 오토바이가 사이렌을 울리며 멈춰섰다. 남학생은 인사할 틈도 없이 시험장으로 뛰어들어갔다.

 이 학생을 태운 경찰은 "신갈에서 '수험생인데 지각하겠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작전 수행하듯 사이렌을 켜고 최대한 빨리 오토바이를 몰아 제시간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안양에서는 한 여학생이 방 문고리가 고장 나 이날 오전까지 갇혀 있다가 부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대원이 구조, 시험장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한 수험생은 수험표 대신 응시지원서만 가지고 입실했다가 감독관들이 급히 소속 학교에 신원 확인을 위한 서류를 주고받느라 진땀을 빼는 소동이 벌어졌으며, 한 학부모는 "슬리퍼를 두고와 시험 때 불편하겠다"는 딸의 혼잣말을 기억하고선 집에 가서 슬리퍼를 들고 시험장을 다시 찾기도 했다.
 
 이날 경기지역에선 남학생 8만3400명, 여학생 7만7800명 등 16만1200명 정도가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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