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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운찬 총재, 야구광 만으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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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12-01 11: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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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메이저리그는 1920년 커미셔너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현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를 포함, 10명이 역임했다. 1992년 커미셔너 자리에 올라 23년 간 장기집권한 버드 셀릭이 최고의 커미셔너로 손꼽힌다.

 재임 기간 셀릭은 리그 개편부터 선수노조와 구단 간 분쟁조정, 구단별 불균형 해소, 메이저리그 국제화 등을 실현했다. 셀릭 시대에 메이저리그는 엄청난 규모의 양적, 질적 팽창을 이뤘다.

1981년 출범한 KBO리그는 36년 동안 총재 12명이 거쳐갔다. 7년 이상 KBO를 이끈 3인의 총재(현 구본능 총재 포함)를 제외하면 평균 재임기간은 2년도 채 못 된다. 상당수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옷을 벗었다.정계에 줄을 댄 낙하산 인사가 잠시 머물다가 갔다. '얼굴마담' 노릇에 그쳤다. 불미스러운 일로 중도사퇴하는 경우도 있었다. KBO 총재는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와 그렇게 달랐다.

KBO가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을 신임 총재로 추천했다. 야구를 향한 정 추천자의 애정과 식견은 익히 알려진 바다. 야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 '야구예찬'이라는 책을 냈을만큼 야구에 흠뻑 빠져있다.동반성장을 야구에 빗대 강연할 정도다. 한국 야구도 동반성장을 해야 할 때라고 주창했다. 서울대 총장 시절에는 KBO 총재를 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게 됐다.

KBO리그는 최근 몇 년 간 외형적 성장을 거듭했다. 10개 구단 체제를 구축했고, 2년 연속 800만 관중을 불러들이며 '국민 스포츠' 위상을 확고히 했다.그러나 이면에는 온갖 문제가 산적해 있다. 승부조작, 원정도박, 약물파동, 거품몸값, FA등급제, 적자운영···, 이루 열거하기 힘들 지경이다. 몸집을 키우는데 급급했을뿐 내실을 다지지 못한 탓이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보다는 덮고 넘어가기에 급급했다.

정 추천자가 총재가 되면 KBO 사상 첫 경제학자 출신 수장으로 기록된다. 국무총리와 대학총장 등으로 행정경험이 풍부하고, 대권에 도전한 정치력도 갖췄다. 교육자로서 학원야구를, 경제학자로서는 야구산업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야구사랑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총재 본연의 역할을 기대한다. 선수 대 구단, 구단 대 구단, KBO 대 지방정부 간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 조정과 중재를 하는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처럼 말이다.

150년 역사를 지닌 메이저리그는 보수적인 리그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개혁하고 있다.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오는 일이라면 어떠한 변화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유능한 커미셔너가 있다.

정 추천자는 지금껏 야구는 놀이이자 휴식이었다고 책에 썼다. 아쉽지만, 총재직을 수행하게 되면 한 동안 내려놓아야 할 생각이다. 대신 800만 대한민국 야구팬들에게 진정한 놀이이자 휴식이 될 수 있는 야구판을 깔아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새로 다졌으면 한다.

 KBO판 명커미셔너의 길을 기대해본다. '야구광' 정운찬이 아닌 'KBO 수장' 정운찬에게.

 스포츠부 ohj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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