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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미세먼지저감조치 첫 발령 출근길…대중교통 무료엔 '반색' 효과는 '글쎄'

등록 2018.01.15 10: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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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시청팀 = 서울시가 15일 오전 6시부터 사상 첫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 가운데 이 조치의 일환으로 서울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의 무료 운행이 시행됐다. 당초 무료 승객이 몰려 곳곳에서 큰 혼잡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지만 혼잡도는 평상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전 6시 퇴계로6가 버스정류장은 본격적인 출근시간 전이라 한산했다. 영상 4도의 비교적 푸근한 날씨에 새벽에 내린 겨울비 탓인지 미세먼지로 인한 불편함은 예상보다 덜했다. 버스정류장 버스정보시스템(BIS)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출퇴근시간 대중교통 무료'라는 문구가 떠 출근길에 무료로 버스를 탈 수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서울역으로 가는 421번 버스에 탑승했다. 무의식적으로 카드를 갖다 대자 '삑' 소리가 났다. 평소처럼 버스요금이 결제가 된 듯해 기사에게 "미세먼지 때문에 오늘 출퇴근시간에 무료라고 하던데 어떻게 된 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기사는 "그냥 찍으면 된다. 찍어도 과금은 안 된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 승하차 단말기에 '미세먼지 할인'이란 노란색 문구가 떠있었다.

 하차를 위해 카드를 단말기에 갖다 댄 한 여성 승객은 '0원'이 찍히자 이상하다는 듯 한동안 단말기 화면을 쳐다보기도 했다.

 일부 승객들은 출퇴근 대중교통 무료운행 사실을 모르는 듯 평소처럼 카드를 갖다 대고 그냥 내렸다.

 오전 7시30분께 서울역 버스종합환승센터에서 잠시 정차한 버스로 다가가 기사에게 "경기도나 인천도 무료가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기사는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아본 듯 양팔로 크게 X자를 만들며 "버스 옆에 경기도나 인천이 쓰여 있으면 무료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오전 8시께 서울역 1·4호선 전철역에서도 무료운행 여부를 묻는 이들이 많았다. 50대 여성은 승무원에게 "오늘 무료인데 카드를 찍어야 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자 서울역 역무원실이 방송을 했다. "미세먼지저감조치에 따라 오늘 출퇴근 전철 요금은 무료다. 승객 여러분은 평소처럼 태그하면 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무료운행에 따라 지하철 승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직접 타본 결과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 간이매점 주인은 "(승객 수가) 평소와 다를 게 없다. 나는 (무료 운행을 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같은 역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홍보가 부족했는지 승객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대 지하철 3호선과 2호선쪽도 상황은 비슷했다.

 불광역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어제 뉴스에서 이미 봤지만 버스와 지하철을 모두 타는데 무료로 타는 게 좋은 것 같다"며 "매일 만원전철에 시달려서 그런가 사람이 크게 붐비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도심지역에서는 역에 따라 혼잡도가 평소 수준을 다소 웃돌았다.

 을지로3가역에서 안내를 하던 서울도시교통공사 직원은 "평균보다 20% 정도 승객이 늘어난 것 같다"면서도 "꽤 늘었지만 혼잡함을 덜한 것 같다.

 일단은 서울시가 이번 무료운행에 대비해 열차를 집중 투입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였다. 서울교통공사는 출퇴근 혼잡시간대를 연장 또는 변경해 증회운행했다. 증회운행으로 2호선에서는 열차들이 앞차를 보내기 위해 정차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시청을 비롯해 자치구 등의 주차장 역시 모두 폐쇄됐다.

서울시청 지하 4층 주차장은 절반 정도가 비어있었다. 시가 보유한 공용차와 휴일에 빠져나가지 않고 남아 있는 차 등을 제외하면 전체 101면 중 절반만 주차 중이었다.

 이번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와 대중교통 무료운행을 경험한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회사원 배모씨는 "최근 추위로 자가용 출퇴근이 많았는데 어제 오후 뉴스를 보고 차를 두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출퇴근 대중교통비 3000원 정도를 아낀다는 것보다도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각하면 이런 대책을 마련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지만 나부터 동참해야겠다는 의무감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원 노모씨는 "평소 자차로 출근하는데 월요일 극심한 교통체증이 예상되기도 하고 서울시의 정책에 공감해서 차를 놓고 나왔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며 "이번 조치가 대기질 향상에 얼마나 도움을 줬는지 수치로 알 수 있다면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무료운행에 따른 우려와 함께 저감조치의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회사원 이모씨는 "오늘 대중교통을 다 무료로 하면 그 돈은 얼마나 될 것인가 궁금하다. 나라 세금으로 충당하나, 아니면 어떤 예산으로 처리하는 거냐"며 "또 택시들은 타격을 입지 않을까. 차라리 그 돈으로 전기차 예산을 늘리던지 다른 대책을 하는 건 어떨까"라고 말했다.

 역시 회사원 박모(27·여)는 "저감조치가 이해는 되나 이 조치가 저감에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오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따른 대중교통 이용률 증감을 분석해 발표할 예정이다. 오후 들어대기질 상태가 호전돼 저감조치를 해제하더라도 퇴근시간대(오후 6시~9시)대중교통 무료이용은 그대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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