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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업무 방해'로 처벌?…변호사들 의견 들어보니

등록 2018.04.24 14: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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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3세의 갑질, 국민정서상 업무방해지만

'업무방해 성립 어렵다' 분석도…"애매모호"

"위세 보이며 업무 방해했는지 검토할 만"

【인천=뉴시스】추상철 기자 = 대한항공 B787-9 항공기 공개 행사가 열린 27일 오전 인천 중구 대한항공 인천정비격납고에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조원태 대한항공사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새로 도입되는 대한항공 B787-9 항공기는 내달 중순부터 김포~제주 노선에 투입되며 오는 6월부터 캐나다 토론토 노선으로 첫 국제선 비행이 시작된다. 2017.02.27.  photo@newsis.com

【인천=뉴시스】추상철 기자 =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 2017.02.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을 수사 중인 경찰이 조 전 전무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애초 경찰은 문제가 된 회의 참석자들이 진술한 조 전 전무의 갑질 행위에 대해 폭행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소환 조사를 앞두고 반의사불벌죄인 폭행 외에 조 전 전무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혐의를 열어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24일 "(조 전 전무의) 폭언 등에 의해 일방적으로 회의가 중단된 부분은 광고대행사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는 조 전 전무의 행동이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조 전 전무의 당시 행동에 대해 "사람이 없는 곳에 유리컵을 던졌다", "테이블의 유리컵을 팔로 밀쳤다", "종이컵에 든 음료를 (사람에게) 뿌렸다" 등의 각기 다른 진술을 내놨다. 경찰이 확보한 당일 회의 녹음파일에는 조 전 전무가 "(A광고대행업체의) A자도 보기 싫다"고 소리치는 음성과 유리컵이 떨어지는 소리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난동으로 인해 2시간으로 예정됐던 회의는 15분 만에 황급히 종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형법 제314조에 따르면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면 업무방해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해당 사건은 허위나 위계(상대방을 착각하게 하는 것)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판례에 따르면 위력은 폭력·협박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나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포함한다. 또 가해자의 세력이나 주위 상황 등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하면 위력으로 인정된다.

 재벌3세이자 오너 일가인 조 전 전무가 철저한 을의 위치일 수밖에 없는 광고대행업체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고 음료수를 뿌린 행위 등은 사회 통념상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 인식된다.

 하지만 유·무죄를 다투는 법리적인 판단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을 수사 중인 경찰이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2018.04.1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을 수사 중인 경찰이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2018.04.19. [email protected]

조 전 전무의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되려면 그가 타인의 통상적인 업무 행위를 고의로 방해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이를 둘러싸고 변호사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법무법인 법승의 김범원 변호사는 "대한항공이 A업체에 광고를 맡기려는 입장에서 광고 관련 회의를 한 것은 업무방해죄의 업무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타인의 업무로 보기 애매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폭언을 하고 물건을 던지는 게 폭행죄는 될 수 있지만 대한항공 건물에서 미팅(회의)을 진행한 상황만 보면 업무방해죄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고도의 이용환 변호사는 "회의의 주재자가 대한항공 측이라고 하면 (조 전 전무) 본인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 된다. 타인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애매모호하다"며 "전무라는 사람이 회의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컵을 던졌다면 업무방해가 될 수 있지만 업무를 하던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소리치고 물컵을 던졌다면 업무방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 전 전무 측도 이 같은 취지의 반박을 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조 전 전무는 경찰 내사 단계에서 이미 수사에 대비하며 변호사를 선임하고 언론 대응 창구를 변호사로 일원화했다.

 법률사무소 누림의 조영채 변호사는 "계약상 업무, 계약에서 파생된 부가 업무, 계속적인 관행에 의해서 쭉 이뤄진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업무로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대행사가 제작하는 광고를 대기업 임원 앞에서 발표하는 절차가 생략될 순 없단 점에서 당연히 통상 업무"라며 "다만 조 전 전무 측에선 통상적인 업무 범위가 아니기 때문에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고, 설사 성립된다 해도 위력이나 고의가 아니라고 다툴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송경의 변수진 변호사는 "광고대행사 입장에서 보면 본인들의 일을 하는 상황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원래 2시간 정도 예상했던 회의가 15분 진행됐다는 것은 진행돼야 할 본인들의 업무가 방해를 받은 것"이라며 "전무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서 위세를 보여서 업무를 방해했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온라인 익명 게시판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둘째 딸인 조 전 전무가 지난달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는 A업체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A사 소속 팀장에게 음료수병을 던졌다는 글이 게시됐다.

 언론 보도로 사건을 인지한 경찰은 17일 내사를 수사로 전환해 조 전 전무를 피의자로 불구속 입건했다. 아울러 미국 국적자인 조 전 전무를 출국정지했다.

 경찰은 19일 조 전 전무의 폭행 의혹과 관련해 말 맞추기, 회유, 협박 시도 등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해 조 전 전무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휴대전화의 분석 결과를 건네받은 경찰은 분석을 마치는 대로 조 전 전무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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