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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초짜 경찰기자가 드루킹 수사 베테랑 경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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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5-12 11: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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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지난해 4월에 입사했다. 일을 시작한 지는 1년이 갓 넘었다. 여기에 수습생활을 제외하고 정식으로 사회부 사건팀 기자로 생활한 기간만 따진다면 6개월이 조금 더 됐다. 아직도 경찰에 대해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이른바 '초짜기자'다. 초반엔 더했다. 경찰서로 출근하고 경찰들과 말을 섞는 게 일상이 막 됐던 때,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은 사안은 너무 어렵고 멀게 느껴졌다.

 검경수사권 사안을 제대로 알게 된 건 경찰 기자로 일한 지 석 달째였다. 지난 1월의 어느 일요일, 청와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선배 몇명과 함께 긴급호출돼 '경찰 반응'을 취재해야 했다. 휴일이라 전화를 잘 안 받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기우였다. 일선에서 만났던 경찰들은 검경수사권 조정의 의미와 그 필요성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줬다. 기사가 나간 후 참고하라며 관련 법률개정안 등 자료를 보내주기도 했다. 취재 과정에서 많이 배우며 그 역량에 기자도 박수를 보냈던 경찰들의 수사권 조정 의지를 직접적으로 느낀 때였다.

 이후 경찰은 능력을 보여주려는 듯 '광폭행보'를 보였다. 지능범죄수사대가 KT의 불법 정치자금 기부 수사에 들어갔다. 이후 삼성 차명계좌 의혹과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 배임 의혹에도 경찰이 팔을 걷어붙였다.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 속도가 느리고 무리하게 공개수사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면 공감하면서도 내심 응원했다. 믿었던 경찰들이 그날 통화에서 보여준 수사 의지에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그로부터 석달이 지난 지금, 응원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드루킹 사건' 때문이다. 경찰은 능력은 차치하고 수사 의지 자체를 의심받고 있다. 지난 1월 네이버와 민주당의 수사의뢰 및 고발로 수사를 개시하고도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에 돌입한 건 두 달이 지나서였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드루킹에게 기사 링크주소(URL)를 보냈다는 사실도 모르쇠로 일관하다 뒤늦게 언론에 공개했다. 모든 의혹의 정점에 있는 김경수 전 의원은 단 한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게 전부다.

 이후 경공모 회원들의 김 전 의원 후원금 모금 정황까지 발견됐지만 김 전 의원의 금융계좌나 통신내역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신청에는 아직 '묵묵부답'이다. 검찰이 노골적으로 뒷짐을 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마저 정권 눈치를 보며 은근히 '특검'을 바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되는 형국이다. 지난 1월 취재를 통해 느꼈던 경찰의 의지는 좀체 찾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검경수사권 조정안 확정을 앞두고 있다. 경찰은 수사종결권·영장청구권을 요구하고 있다. 한 마디로 경찰에게 믿고 맡겨보라는 이야기다. 드루킹 사건은 경찰의 수사 능력은 물론, 눈치보지 않고 수사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여줄 수 있는, 믿고 맡길 수 있는 경찰의 모습을 드러낼 절호의 기회다. 경찰도 검찰 못지않게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을, 나아가 '정치'검찰과는 다르다는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막 사건팀 기자로 첫발을 뗐던 때 경찰에 대해 가졌던 기대를 다시 갖고 싶다.

 newk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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