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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포괄임금 금지 방침...기업들 노사분쟁·줄소송 파장 우려

등록 2018.05.15 11: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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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내달 말께 '포괄임금제 사업장 지도지침' 발표...포괄임금제 엄격 적용 골자

기업들, 일반 사무직 포괄임금제 금지 원칙에 난감..."현실 감안한 유연한 적용 필요"

관련 법 적용시 3년치 초과근로수당 지급 관련 기준·범위 산정에 이해 대립 불보듯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정부가 포괄임금제의 원칙적 금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포괄임금제를 없애고 환급해야 할 3년치 수당의 기준과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노사 분쟁과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고용노동부는 이르면 내달 말께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만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포괄임금제 사업장 지도지침'을 발표할 방침이다. 이후 추가적인 전문가 의견수렴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지급하는 임금제도다. 사업장에서 연장근로 등을 미리 예상하기 힘든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추후에 수당을 계산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계산해 사업주의 편의를 도모하고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높인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이

 같은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계 법령에 의거한 제도는 아니지만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인정, 운용 중이다. 대법원은 정확한 노동시간 측정의 어려움, 회계상의 비효율성 등을 감안해 포괄임금제를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이 수당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악용하거나 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근로자들은 야근을 하고도 제대로 수당을 받지 못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들은 ‘포괄임금’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왔다. 포괄임금제로 야근 등 추가 근로 수당이 급여에 포함되어 지급됨으로써 노동자들이 추가 근로를 하면서도 정당한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포괄임금제가 공짜 노동, 과로사의 원인이라며 법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부의 기본적인 인식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 시절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초과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포괄임금제 문제를 손 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고용부가 지난해 실시한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에 따르면 10인 이상 사업장 중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52.8%(6만1000곳) 수준이다.

고용부는 이번 지침에 출퇴근과 휴게 시간이 명확히 나눠져 있다는 이유로 일반 사무직은 포괄임금제 적용 금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제계에선 사무직의 근로시간 산정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난감한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생산직의 경우 근로시간과 평가가 쉽게 연동이 되지만 사무직은 근로시간 보다는 얼마나 더 일에 집중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엄격하게 하기가 어렵다"며 "현실적인 부분들이 감안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무직중에서도 은행원 같이 근로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사무직의 경우 포괄임금제를 금지할 수 있겠지만 기획, 연구 등의 업무는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렵다"며 "사무직의 경우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 법이 적용된다면 이 같은 문제는 노사간의 협의로 정하는 수밖에 없겠지만, 더 큰 우려는 미지급된 법정수당 지급 문제에 있다.

노동부는 그동안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한 기업에 대해 실근로시간을 적용해 미지급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에 따라 3년이라는 임금채권 소멸시효를 고려해 3년치 밀린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등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기업도 상당수 나올 가능성이 있다.

재계는 환급해야 할 3년치 수당의 기준과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노사 분쟁과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 과거 기업과 근로자들이 초과근로시간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구비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과 근로자간 주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에 민감한 업계는 일과 시간이 끝나고도 직원들 스스로가 알아서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반응"이라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더라도 그로 인한 근로시간 단축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포괄임금제를 무조건 폐지할 게 아니라 다듬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제한이 필요하다면 근로시간이 불규칙한 사업장을 위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확대와 경직적 임금체계의 개선 등도 함께 추진해 포괄임금제 제한에 따라 야기된 문제점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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