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국제 핫이슈]54조원 IMF 구제금융 또 받은 아르헨…신흥국들 '휘청'

등록 2018.06.09 09:3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아르헨, 지난 2000년 이어 또 IMF 구제금융

美 긴축정책 영향…신흥국들, 파장 확산 우려

【워싱턴=AP/뉴시스】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오른쪽)가 지난 5월10일 워싱턴의 IMF 본부에서 니콜라스 두조브네 아르헨티나 재무장관과 만나고 있다. IMF는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강화하기 위해 500억 달러(53조7800억원)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2018.6.8

【워싱턴=AP/뉴시스】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오른쪽)가 지난 5월10일 워싱턴의 IMF 본부에서 니콜라스 두조브네 아르헨티나 재무장관과 만나고 있다. IMF는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강화하기 위해 500억 달러(53조7800억원)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2018.6.8

【서울=뉴시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번주 페소화 폭락으로 금융 불안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 최대 500억 달러(약 53조 5500억원)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금융 시장에서 투자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돼 외환 위기를 걱정했던 아르헨티나는 IMF의 구제금융으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이미 아르헨티나 뿐만 아니라 다른 터키,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서도 유사한 금융 불안이 나타나고 있어 신흥국 위기설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이들 신흥국에서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두호브네 아르헨티나 재무부 장관은 7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MF와 향후 3년간 최대 500억 달러 규모의 '대기성 차관'(Stand-By Arrangement·SBA) 지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두호브네 장관은 IMF 이사회 승인 즉시 150억 달러가 지원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고 위기를 모면했다고 확신한다"며 "IMF 구제금융은 정상적인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성 차관은 IMF가 회원국이 재정 개혁 등을 전제로 제공하는 단기성 대출이다. 일정한 기간 동안 추가적인 협의 절차 없이 한도 내에서 필요한 때 돈을 인출할 수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를 30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IMF는 아르헨티나의 금융 불안이 신흥국 위기로 확산된느 것을 우려해 500억 달러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IMF는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아르헨티나에 대한 지원 방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계획은 아르헨티나 국민의 이익을 지키고 경제를 강화하기 위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구상"이라며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장기적인 취약성을 해소할 수 있는 금융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이런 노력에 기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30% 이상 떨어졌다. 재정 건전성이 부실한 아르헨티나의 지급 여력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빠르게 회수했기 때문이다. 통화 가치 급락으로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25%까지 치솟았다.

 아르헨티나는 금융 위기에 대한 위험이 커지자 지난달 8일부터 IMF와 구제금융 논의를 시작, 한달 만에 합의에 이르렀다.
 
 IMF의 대기성 차관 제공에는 재정·통화 긴축과 구조개혁 등 각종 이행 의무가 뒤따라온다.

 IMF는 당초 올해 아르헨티나 정부가 계획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 2.7%에 대해선 조정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목표를 당초 계획했던 2.2%에서 1.3%로 낮추고 2020년에는 균형 재정을 달성할 것을 요구했다.

 또 아르헨티나는 물가상승률을 2019년 17%, 2020년 13%, 2021년 9%까지 낮춰야 한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IMF 구제금융은 끔찍한 기억이다. 지난 2000년 IMF 구제금융 이후 이듬해인 2001년 아르헨티나는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였고, 국민들은 IMF 구제금융 협상에 따른 긴축정책을 경제난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당시 국민 5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어 수백만명이 빈곤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번 IMF 구제금융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라고 설득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IMF 구제금융은)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또 다른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이 합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통한 긴축통화정책을 가속화 하면서 아르헨티나 뿐만 아니라 신흥국들의 금융위기는 한층 가중되고 있다.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7일 현재 MSCI 신흥국지수는 지난 1월 21일 연고점을 찍은 이후 10% 가량 하락했다. 아르헨티나처럼 재정 건전성과 경제 안정성이 취약한 신흥국일수록 투자 자금의 이탈이 급격하다.

 터키 리라화와 브라질 헤알화는 올해 들어 각각 18.3%와 17.8%씩 하락했다. 남아프리카 랜드화는 4.9% 떨어졌다. 아시아에서는 인도 루피(-5.8%)와 인도네시아 루피아(-2.3%) 등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헝가리 포린트(-4.3%)와 폴란드 즈워티(-4.25%) 등 동유럽 통화도 불안한 모습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신흥국들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긴축 가속화 신호를 보낼 경우 금융 불안이 더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흥국들은 선제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하며 자금 유출에 대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4일까지 3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12.75%포인트나 끌어올렸다. 터키 중앙은행도 지난달 27일 주요 정책금리 중 하나인 '유동성 창구 금리'(late liquidity window rate)를 3%포인트 인상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1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데 이어 같은달 30일 긴급 회의를 소집해 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렸다. 인도는 6일 4년 반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