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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실화" 공방 광주 아파트 화재 결론은 '방화'

등록 2018.07.13 12: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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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직접 착화 이외 다른 원인 찾기 어려워"

【광주=뉴시스】= 지난해 12월31일 광주 북구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3남매 화재사망 사건 현장의 단면도. 2018.07.13. (사진= 뉴시스 DB)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지난해 12월31일 광주 북구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3남매 화재사망 사건 현장의 단면도. 2018.07.13. (사진= 뉴시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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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법정까지 "실화냐 방화이냐"를 놓고 공방이 일었던 광주 아파트 화재 3남매 참변 사건에 대해 법원은 20대 엄마의 방화로 결론 지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송각엽)는 13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A(23·여) 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17년 12월31일 오전 1시51분께 자녀 양육 문제와 생활고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3남매가 잠든 작은 방에 불을 놓기로 마음먹고, 같은 날 오전 2시께 아이들이 잠을 자고 있는 작은 방안쪽 출입문 문턱 부근에서 라이터로 이불 등에 불을 붙여 아이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수사에 나선 경찰은 술에 취한 A 씨가 자녀들이 자고 있는 작은방 입구 쪽에 놓인 이불에 담뱃불을 끄는 과정에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중과실치사와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A 씨가 담뱃불이 꺼졌는지 확인할 의무를 소홀히 했으며, 화재가 커진 상황에서 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A 씨가 구조 뒤 응급 진료 중 "라면을 끓이기 위해 붙인 가스레인지 불을 끄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 소환 뒤 "담뱃불을 터는 중 화재가 발생했다"며 진술을 번복하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A 씨를 상대로 한 여섯 차례의 조사, 화재현장 정밀감정,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메신저 대화 내용 분석·통합 심리분석 등에 나섰다.
   
 이 과정에 '담뱃불에 의한 합성 솜이불(이른바 극세사 이불) 착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포함된 대검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 

 대검 과학수사과 화재 감정 결과 발화지점이 '작은 방 방 안쪽 출입문 문턱에서 시작돼 방 내부를 전소시킨 것으로 추정된다'는 회신도 받았다.

 검찰은 '불이 난 작은 방에 있었다'는 A 씨의 진술 역시 허위로 봤다.

 A 씨가 신고 있던 스타킹에서 탄화흔(탄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A 씨의 얼굴에 복사열 등에 의한 화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A 씨가 작은 방이 아닌 거실 등지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화재 당일 A 씨가 친구와 전 남편에게 화재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전송한 점, 귀가 뒤 구조 직전까지 40분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한 점, 아파트 월세 미납과 자녀 유치원비용 연체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실, 인터넷 물품 범행에 연관돼 변제와 환불 독촉을 받은 사실 등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해 봤을 때 A 씨가 실수로 불을 낸 것이 아닌 불을 지른 것으로 판단,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A 씨와 변호인은 법정에서 '실화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방화의 고의를 가지고 라이터로 이불 등에 불을붙인 사실이 없다.당시 A 씨가 술에 만취, 이른바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국과수는 '화재 현장의 연소 상태가 작은 방 내부를 포함한 출입문 부분 특히 출입문 내부 바닥 부분이 주로 소실된 점 등을 고려해 보면 A 씨의 주장과 달리 작은 방 출입문 내부 바닥 부분이 발화지점으로 추정된다. 인적인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기관은 화재 발생 원인에 대한 A 씨의 주장을 토대로 담배꽁초 불똥, 불이 붙은 담배꽁초를 극세사 이불과 면 이불 위에 올려두거나 담배꽁초 불똥, 불이 붙은 담배꽁초를 각 이불로 덮은 뒤 연소 현상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감정을 진행했다. 그 결과 극세사 이불과 면 이불 모두 재질의 특성상 불꽃이 착화되지 않았으며 담뱃불도 연소 뒤 자연소화 되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감정을 진행한 감정인도 '최초 착화물이 이불이었다면 라이터 등을 이용해 직접 착화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각 감정 결과와 감정인의 증언에 따르면 담배꽁초 불똥 또는 불이 붙은 담배꽁초의 불씨가 이불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는 화재 원인에 대한 A 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화재 발생 원인 및 발생지점에 대한 A 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A 씨의 방화 가능성에 대해 재판부는 "화재현장에서 다른 가연 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사정에 비춰 봤을 때 이불에 의한 직접 착화 이외에 다른 화재 발생원인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화재 발생 신고로부터 상당한 시간 이전 이미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불을 끄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태연하게 전 남편 등과 계속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화재발생 사실을 알린 뒤 급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친구에게 '미안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이 같은 행동은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다"며 A 씨의 방화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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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3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에서 이불에 담뱃불을 비벼 꺼 불이 나게 해 삼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모친 A(23)씨가 검찰·경찰과 현장검증을 벌이고 있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2018.01.03. guggy@newsis.com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3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에서 이불에 담뱃불을 비벼 꺼 불이 나게 해 삼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모친 A(23)씨가 검찰·경찰과 현장검증을 벌이고 있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2018.01.0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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