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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항변하던 MB, 한달 내내 법정 침묵…심경 변화 있나

등록 2018.07.30 13: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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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까지 주요 혐의 조목조목 직접 항변

7월 들어 재판 진행 내내 아무 말 없어

모두진술서 발끈했던 삼성 소송비 대납

검찰이 이학수 자수서 공개했지만 침묵

강훈 "다른 이유 없어, 할 말 생기면 할 것"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7.2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7.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할 말은 거침없이 하던 기조에서 갑자기 입을 굳게 닫았다. 7월 들어 '법정 침묵'을 고수하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속내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이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변론기일이 8차례 진행되는 동안 한 번도 직접 발언을 하지 않았다.

 7월에 이 전 대통령 공판은 3일, 5일, 10일, 12일, 17일, 20일, 24일, 27일에 열렸다. 6일, 13일, 19일, 26일은 건강상태 등을 이유로 열리지 못했다.

 바로 전달까지만 해도 이 전 대통령은 적극적이었다.

 그는 올해 3월22일 구속영장 발부 이후 62일 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5월23일 첫 공판에서 원고지 약 15매 분량의 모두진술을 쏟아냈다.
 
 여기서 이 전 대통령은 삼성 소송비 대납 뇌물 혐의에 대해 "충격이고 모욕"이라면서 특히 강하게 반박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두 차례 연기 후 6월4일에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는 차명 재산 의혹의 시발점 격인 '도곡동 땅'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현대건설 재임 중에 개인적으로 부동산 투자한 것 하나도 없다"면서 "(땅 매입 혹은 투자)하려면 (도곡동이 아닌) 더 좋은 곳에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내가) 투자한 것이다라고 가정을 해놓고 있다"며 검찰 수사를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달 15일 공판에서는 자신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공관이나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다스(Das) 경영 현황을 직접 보고 받았다는 다스 관계자들의 진술조서를 검찰이 공개하자 당시 공관 내 분위기까지 묘사해가며 반박했다.

 검찰이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이 공관에 회의용 테이블이 있어서 주로 본부장들과 함께 수시 보고했다고도 했는데, 회의용 테이블이 있었다는 건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일치된 진술"이라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공관에) 안 가본 것 같다"고 응수했다.

 그는 "계단에 오르면 삐그덕 소리가 났고, 처음에 들어가서 한달 동안은 불편해서 살기가 힘들었다"면서"김 전 사장이 여러 번 보고했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소리를 얘기했을 것이다. 근데 다 탁자 얘기만 한다. 이런 특징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건 (아무도) 안 와봤다는 얘기"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6월의 마지막 공판이었던 26일에는 김경준(52) 전 BBK 대표를 도마 위에 올렸다.

 이 전 대통령은 "오늘 검찰에서 김경준 진술을 증거로 제시하는 걸 보니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겠다"면서 "젊은 사람이 한국에 와서 새로운 분야를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사기성이었다. (같이) 일을 해보니 BBK는 자기 회사라며 한마디도 물어보지도 못하게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젊은 사람(김경준)이 지금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생각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말했다. 오늘 이 말은 하고 가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5월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2018.05.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5월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2018.05.23. [email protected]

이날 이후 이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침묵으로 돌아섰다.

 특히 이달 10일 "김석한(변호사)에게서 부탁을 받고 이 전 대통령의 미국 내 법률 문제 소요 비용을 삼성에서 대신 납부하게 한 적이 있다"고 한 이학수(72)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자수서에도 그는 변호인단에게 항변을 맡겼다.

 그때까지 법정에서 공개된 증거 중 가장 파급력이 컸고 자신이 직접 "충격이자 모욕"이라고까지 표현한 삼성 소송비 대납 혐의 관련 내용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전까지의 이 전 대통령 '스타일'로 봤을 땐 의외라는 분석이다.

 검찰은 그 다음 기일인 12일에 이 전 대통령이 조사 당시 이 전 부회장 고발까지 거론하며 이 혐의를 부인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같은 변화의 이유를 단순히 몸 상태 문제로만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적극 반박을 한 6월에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몇 차례 재판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64·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꼭 건강 때문이 아니라 검찰이 공개하는 내용 중 본인과 직접 관련돼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고 그렇지 않은 건 변호인단에게 맡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부회장 자수서 같은 경우엔 거짓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냥 우리가 변론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앞으로도 본인이 꼭 직접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할 것이다. (직접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 어떤 중대한 이유 같은 게 있어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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