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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태호 삼일회계법인 남북투자지원센터장 "북한투자, 중·일·러 다자간 경협이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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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8-23 05:00:00
2008년 방북 계기로 북한 인프라·부동산 개발 가능성 확인
교류 재개 시 교통 인프라 투자가 우선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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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태호 삼일회계법인 남북투자지원센터장(부대표). (사진=삼일회계법인 제공)

【서울=뉴시스】 김정호 기자 = "실질적인 북한 투자가 언제 가능할지는 누구도 쉽게 답을 내놓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은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태호 삼일회계법인 남북투자지원센터장(부대표)은 22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북한 투자 문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남북 경제협력은 지난 1988년 7·7선언으로 시작돼 약 3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 중 20년은 부침 속에서도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 등으로 명맥을 이어왔지만 지난 10년은 남북교류와 협력이 전면 중단된 암흑의 시기였다. 

단단했던 대결 구도가 최근 들어 급격히 깨지고 있다.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6월엔 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북한은 미군 유해를 송환했고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등 전례 없는 유화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핵 폐기를 강조하는 등 여전히 제재 고삐를 쥐고 있지만, 한편으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을 통해 북한에 체제를 보장해주려는 의사도 내비친다.

이태호 삼일회계법인 남북투자지원센터장 같은 북한 전문가가 주목받는 배경이다. 부동산 전문 회계사인 그는 2008년 평양과 개성에 다녀온 뒤 북한의 개방에 대비한 북한 인프라·부동산 개발 연구의 필요성을 느꼈다.

회계법인 가운데 북한에서 투자기회를 찾는 전담 조직을 만든 것은 삼일회계법인이 최초다. 2015년 대북투자지원팀이 '남북투자지원센터'로 확대 개편되면서 '남북경제협력 최고경영자과정'을 개설했다. 오는 27일 개강하는 남북경제협력 최고경영자 과정은 8회째를 맞는다. 만만치 않은 수강료를 내야함에도 정원을 훌쩍 넘는 신청자가 몰릴 만큼 업계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 센터장은 급격한 한반도 화해무드에 여러 기관 및 단체가 남북 경제협력, 관광재개 등과 관련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것을 경계하며 철저한 사전 준비를 당부했다.

우선 대북 제재는 유엔(UN)과 미국 두 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센터장은 "북한이 이제 와서 비핵화 선언을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비핵화를 통한 경제발전을 꾀할 텐데, 이는 핵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제재, 그리고 미국의 단독 제재를 풀어야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나라가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하려면 자국 실정에 맞는 법이나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 수고가 따르기 때문에 안보리에서 결의해도 실제 제재에 동참하는 비율은 20% 수준에 그친다"고 전했다.

미국 단독 제재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면 신속히 해제될 수 있다. 적성국교역법이나 테러지원국 해제는 미국 의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 행정명령에 의해 풀 수 있어서다.

물론 아직 제재 완화나 해제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북한이 비핵화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하고, 미국 역시 자국과 국제 여론을 모두 신경 써야 하는 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북 제재 완화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예민한 과제다. 이 센터장은 "개성공단 재개 등 예외조항 허용이 이뤄져도 국론은 아직 분열돼있다"며 "중간에 조금이라도 잡음이 나오면 정부가 다 퍼줘서 그런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하지만 실제 주도적 위치에 서기엔 현실적 제약이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내년 하반기를 경협이 시작될 시점으로 예상했다. 이마저도 "낙관적인 시각에서 봐야 그 정도"라고 에둘러 말했다,

그는 "적어도 올해 안에 구체적인 경협이 일어나기는 어렵다"며 "본격적인 경협이 시작되려면 기본적인 제재가 풀려야 가능하지만 아직 진전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려도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대대적인 투자 프로젝트가 진행되려면 북한이 반드시 국제 금융기구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모두 국제통화기금(IMF) 가맹국을 가입 대상국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IMF 가입을 위해서는 통계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하지만 북한은 아직 이 부분의 역량이 부족하다"며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개혁개방에 나선 베트남의 경우 IMF 가입 후 외국 자본이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며 "북한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경제 역량이 뒤처져 있다"고 덧붙였다.

경협을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고 가정하면 가장 먼저 자본이 투입돼야 할 곳은 교통 인프라다.

이 센터장은 "북한의 도로 포장률은 10% 미만인데다 철도의 98%는 복선이 아닌 단선이고 주요 간선만 표준궤일 뿐 지선으로 가면 모두 협궤"라며 "개·보수 수준이 아닌, 노선 조사를 통한 신규투자가 필수"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투입자본이 엄청난 규모로 불어나게 된다. 남한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중국 자본 참여가 불가피하다. 그는 "이를테면 신의주-평양 간 철도 및 도로 건설은 중국 자본이, 평양-개성 간은 남한 자본이 맡는 식의 개념설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남한과 북한만 참여하는 경협보다는 국제 컨소시엄 형태의 다자간 경협이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그는 "개성공단 폐쇄처럼 일방적인 경협 중단을 막으려면 남과 북이라는 좁은 협력을 벗어나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까지도 참여시켜 이해관계를 넓혀야 한다"며 "자금 조달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북한 임의로 사업을 중단하는 리스크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도 투자 기업을 위한 안전망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이 센터장은 "경협이 재개돼도 갑자기 중단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 요인에 따른 중단은 통치행위 주체인 국가가 책임진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 외 발생하는 경제적 리스크는 기업 스스로 감수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이 센터장이 분석하는 북한의 유망 투자지역은 해안을 끼고 있으며 전력 수급이 용이한 중국 단둥 접경지역과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 개성공업지구, 금강산관광지구다. 이들 지역은 중국이나 러시아, 남한으로부터 전기를 끌어 올 수 있는 접경지역인데다, 바다와 가까워 주민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북한의 요구도 만족한다.

다만 북한의 협상력이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점은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 이 센터장은 "개성공단은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임가공 업종이 중심인데, 과거 수준의 저임금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접경 지역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늘면서 북한 내에서 외국을 상대로 한 '급여수준'이 형성됐고, 이에 따라 과거 개성공단지구법에 의한 남북 간 인금인상 규정은 소멸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초임을 높게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입주기업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환경변화에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정상가동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 환기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환경을 만드는 일은 어렵다. 상대가 무려 북한이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가 경협 물꼬만 터줘도 과거 어느 정권보다 진일보한 관계개선을 이끈 정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대화의 자리로 이끌어낸 공로는 평가받아 마땅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정부의 대북정책이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구축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도 결국 투자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라며 "단기간에 대대적인 투자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ma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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