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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전북' 만든 최강희 감독, 이제 놓아드릴 때도 됐다

등록 2018.10.22 17: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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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

최강희 감독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3년째 이 시기만 되면 나는 중국에 가 있는 것으로 나오잖아요."

최강희(59) 전북 현대 감독은 KEB하나은행 K리그 1(1부 리그) 우승 확정 직후인 지난 7일 중국 이적설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중국 슈퍼리그는 지난 수년 간 겨울이 오면 최 감독 영입에 열을 올렸다. 엄청난 자금을 등에 업은 이들은 돈 보따리를 싸든 채 최 감독이 시장에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단호하게 러브콜들을 거절한 최 감독이지만 올해는 달랐다. 전북은 22일 최 감독이 14년간 잡았던 지휘봉을 내려놓고 중국 슈퍼리그 톈진 취안젠의 감독 제의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최 감독과의 계약기간이 2년 남아 있지만, 전북은 새로운 무대에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도전을 결심한 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최 감독과 전북의 첫 만남은 2005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전북은 중위권을 유지하는 그저 그런 팀에 불과했다. 지금처럼 모두가 두려워하는 특별한 팀이 결코 아니었다.

최 감독은 부임 4년 만인 2009년 전북에 첫 리그 트로피를 안겼다. 공격적인 선수 영입으로 스쿼드를 두껍게 한 전북은 그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뒤 챔피언결정전에서 성남 일화를 1승1무로 따돌렸다.

2011년에는 '닥공', 닥치는대로 공격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들고 나왔다. 그해 전북은 30경기에서 무려 67골을 몰아넣었다. 1골을 내주면 2골을 뽑으려는 화끈한 축구는 팬들을 축구장으로 불러 모았다. 당연히 우승은 전북의 몫이었다.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았다. 

그해 겨울 조광래 전 감독의 경질 이후 공석이 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2013년 여름 전북으로 돌아왔다. 다시 찾은 마음의 고향에서 최 감독은 무섭게 트로피 사냥에 나섰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2년 연속 K리그를 정복했다.

위기도 있었다. 축구판을 뒤흔든 2016년 심판 매수 파문이 그렇다. 최 감독은 자신과 친분이 두터웠던 스카우트가 이 사건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자 큰 실의에 빠졌다.
【전주=뉴시스】김얼 기자= 20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전북 현대의 우승기념식에서 최강희 감독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전북 현대는 이번 시즌 우승으로 K리그 2년 연속 우승 더불어 통산 6회 우승을 달성했다. 2018.10.20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김얼 기자= 20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전북 현대의 우승기념식에서 최강희 감독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전북 현대는 이번 시즌 우승으로 K리그 2년 연속 우승 더불어 통산 6회 우승을 달성했다. [email protected]

어렵게 마음을 잡은 최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다시 한 번 이름을 알렸다. 5년 전 4만 관중이 운집한 안방에서 알사드(카타르)에 패한 설움을 알아인(아랍에미리트)을 제물로 보기 좋게 날렸다. 덕분에 생애 첫 AFC 올해의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K리그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14년간의 장기 집권 기간 큰 불협화음이 없었다는 것은 최 감독이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최 감독은 동네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다가갈 때와 화가 필요한 시기를 잘 아는 지도자였다. 개성 강한 스타플레이어들도 밀고 당기기에 능한 최 감독 아래에서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선수 발굴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최 감독 지휘 아래 이재성(홀슈타인 킬)은 리그 MVP를 거머쥔 뒤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김민재가 미래의 대표팀 주전 센터백이라는 찬사를 받는 것도 최 감독의 과감한 기용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 물 갔다던 평가를 받던 이동국은 최 감독과 만나 완전히 다시 태어났다. 

영원할 것 같았던 '전북의 최강희 감독'이라는 말은 올 시즌이 끝나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최 감독은 몸은 함께 할 수 없지만 마음 한 구석에 전북을 꼭 담아두겠다고 약속했다. “전북현대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팀이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항상 변함없이 응원해준 팬들과 서포터스(MGB)를 비롯해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함께 극복하며 지지해준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 몸은 떠나도 언제나 전북을 응원하고 함께했던 모든 순간을 가슴속에 간직하겠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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