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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선고 광주지법 판결 '눈길'

등록 2018.11.01 13: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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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6개월 정찰제 판결…유례없는 일"

"사실상 타협 판결…국가 형벌 행사권 왜곡" 쓴소리

【광주=뉴시스】 광주지방법원 전경. (사진 = 뉴시스 DB)

【광주=뉴시스】 광주지방법원 전경. (사진 = 뉴시스 DB)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대법원이 1일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기피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가운데, 2년 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판결문에 거침없는 쓴소리를 적시한 광주지법의 판결이 새롭게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16년 10월 광주지법 제3형사부(항소부) 김영식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또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김모(당시 22세) 씨와 조모(22) 씨, 또 다른 김모(21)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유지하거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이들 모두에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 같은 판결 뒤 김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2000년대에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집총거부 대신 입영거부를 선택함에 따라 종래 군사법원이 아닌 일반 법원에서 관련 사건을 다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선 법원은 대체로 전과나 범행의 동기·성행 등 형법 제51조에 따른 양형 조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병역법상 현역 입영 면제에 해당하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판사들의 경우 두 차례의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음에도 이 사건 법률에 대해 연이어 위헌제청신청을 하고 있으며,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까지 거쳐 유죄 의견을 밝혔음에도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이 끊이지 않고 있는 바 단일 법조항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이 같은 혼란은 사법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현행법상 유죄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취하는 법관들도 초범인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재차 위반하는 경우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는 등의 과정 없이 징역 1년6개월의 정찰제 판결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에 해당하는 비교적 중대 범죄임에도 법정구속을 하는 경우가 드문데 이는 유죄판결이 불가피하다는 현실 인식 아래 그나마 병역의무라도 면해주고자 하는 동정심에서 획일적 판결이 내려질 뿐 처벌법규의 사회적 규범력 확보와 범죄자에 대한 형사처벌이라는 일반 형사재판의 관념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사실상 타협판결로 국가 형벌권의 행사가 지극히 왜곡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형 집행 현실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형 확정 뒤 교도소로 보내져 일반적인 의무를 부과받아야 함에도 일률적으로 미결수용소인 구치소에서 교도관의 행정 및 운영업무를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병역의무 대신 대체복무 또는 사회복무를 이행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들로서는 대체복무를 요구하면서 실정법을 어겼다고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국가는 대체복무는 불필요하다고 하면서 막상 유죄를 선고한 뒤에는 사실상의 대체복무를 부과하는 이런 역설적 상황을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굳이 유죄의 선고를 거쳐 전과자 신분으로 이런 의무를 담당하게 할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으로 병역의무에 갈음, 떳떳하게 공동체를 위해 기여하고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함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34) 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다수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개인의 양심과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는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첫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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