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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싱가포르 공사현장 방문한 文대통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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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1-28 10: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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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건설족(建設族 )과 암장군(暗將軍)’.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대규모 양적완화로 경제가 되살아나며 부활의 찬가를 부르는 일본인들이 내놓은 조어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기발한 신조어를 잘 만들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요. 두 단어는 건설업계와 유착한 정치인, 학자, 관료 등을 풍자합니다. 

건설족과 암장군은 건설업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정서를 보여줍니다. 자국의 대내외 정책을 쥐락펴락하는 어둠속 실세, 이른바 ‘암장군’들이 건설족이고, 이들을 움직이는 배후 세력이 건설사들이라는 겁니다. 일본을 이끄는 정·관·재계 트라이앵글(삼각) 동맹을 지배하는 세력이 사실은 거대 건설사라는 비아냥 섞인 진단입니다.

건설업을 악의 소굴로 바라보는 이러한 인식이 깊어진 시기가 1980년 중반부터 1990년초입니다, 일본의 부동산이 불과 5년.새 3배나 오르고, 공항이나 도로, 교량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던 풍요와 번영의 시기가 바로 이때입니다. 건설사들은 당시 일본 정가의 최대 큰손으로 부상합니다. 그 반대급부로 이용객이 거의 없는 사회간접자본(SOC)를 대거 수주하며 몸집을 키웁니다.

건설업을 적폐로 보는 이러한 정서는 한국의 진보정부에서도 고스란히 감지됩니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가 등을 부풀리고, 멀쩡한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지으며 폭리를 취해온 이면에는 건설사와 관가, 정치권의 유착이 있다는 게 이들의 진단입니다. 이러한 병폐를 도려내야할 시기에 골프장 건설을 통한 경기 부양론(참여정부)이 나오고, 문재인 정부 들어 보유세가 솜방망이로 전락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겁니다.

 물론 이러한 인식의 뿌리에는 2002년 대선 당시 ‘차떼기 사건’이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들은 2.5톤 대형트럭에 현금 상자를 실어 이회창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불법 정치자금 823억을 건넨 바 있습니다. 당시 일부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건설사들이 이러한 정치자금 조성의 총대를 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 정부가 건설사들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 요구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것도 건설사들의 이러한 원죄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교량이나 철도, 공항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한계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으니 시설을 더 늘리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그 이면에는 이러한 괘씸죄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아파트 후분양제, 원가공개 압박도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헤라클레이토스가 그랬나요. 만물은 유전합니다. 주요 건설사들도 국내외에서 생존경쟁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을 비롯한 선진시장을 파고들 길은 요원하지만 동남아시아, 중동을 비롯한 텃밭에서는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셉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교량의 상판을 좌우로 두개씩 들어 올리는 공법으로 공기를 줄이고 초고층아파트 공사현장에 도요타의 적기 생산 시스템을 접목하는 등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간발의 우위를 언제까지 유지할지 미지숩니다. 건설수주에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는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개구리를 방불케 합니다. 일부 건설사들은 보유 자산을 대거 내다 파는 등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거쳤습니다.

교량이나 도로 철도 등 인프라도 그 성격이 변모하고 있습니다. SOC는 4차산업혁명의 실험험장으로 각국이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자동차가 달리기만 해도 전기 충전이 되는 도로를 실험하고 있다는 게 도로공사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운송중인 선박을 찾아가는 떠다니는 항구, 지중화 도시 등 미래 먹거리도 이 부문에서 태동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도 4차산업의 플랫폼으로 부상하며 건설사, IT기업 등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합니다. 건설업을 암장군이나 건설족들의 경연장으로 격하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때마침 지난 15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이 현장에서는 GS건설이 하청헙체인 삼보ENC, 동아지질, 삼정스틸등과 함께 지하철 노선의 일부를 건설중입니다. 문 대통령이 해외건설 현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대통령의 현장 방문이 건설업을 바라보는 견해가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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