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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케어 안락사' 파문…남은 동물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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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1-14 16: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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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돈을 어디에 쓰는지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 준다고 했다. 소비처는 가치관을 드러내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과 맞는 곳에 돈을 쓰고 안 맞으면 안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안락사 논란’이 불거진 동물권단체 케어를 후원하던 사람들은 지금 딜레마에 빠졌다. 두 가지 마음이 맞설 것이다. 배신감에 당장이라도 후원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남은 동물들이 눈에 밟히는 마음이다.

케어는 위기에 처한 동물구조를 중점으로 활동하는 단체다. 동물사랑실천협회라는 이름으로 2002년 8월 설립됐고 2015년 4월 현재의 케어로 이름을 바꿨다. 전국 각지의 개농장, 철거지역 등에서 적극적인 구조 활동에 나서면서 유명세를 떨쳤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유기견 '토리' 입양을 주선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1일 케어를 이끌고 있는 박소연 대표가 뒤에서는 구조한 동물의 안락사를 지시했다는 이 단체 동물관리국장의 폭로가 나왔다. 그는 박 대표가 201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구조 동물 230마리 이상의 안락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건강한 동물까지 안락사 한 증거도 제시됐다.

동물을 사랑하고, 구조활동에 감명 받아 후원금을 보내온 이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부랴부랴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린 케어의 페이스북에는 "지금까지 내가 어디다 돈을 쓴 것이냐", "직접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서 (단체에) 후원했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당장 후원을 끊겠다", "돈 맛을 보더니 변했다"는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김경은 케어 상근변호사에 따르면 실제로 안락사 보도가 나온 이후 정기후원이 속속 끊기고 있다. 지난해 2월 기준 케어의 정기후원자 규모는 5000여명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 주말 동안 2분마다 1번 꼴로 후원을 중단하겠다는 전화 혹은 이메일이 쇄도했다"고 14일 전했다.

다만 후원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다른 목소리가 더욱 눈에 띈다. 대규모의 후원자 이탈이 발생하면 보호소에 남은 동물들은 어쩌냐는 걱정이다.

"지금 후원을 끊으면 남은 동물들은 결국 다 안락사 밖에 방법이 없는 것 아닌지 걱정이네요.", "지금 보호소에 있는 애들, 이렇게 추운데 후원이 끊기면 어떻게 될 지 아찔합니다."

김 변호사는 보호소의 동물들 사료비로만 매달 1400여만원이 든다고 주장한다. 그는 "직원들 월급은 안 받아도 되지만 동물들에게 들어가는 최소한의 비용은 유지돼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우리도 몰랐다"며 박 대표 사퇴 운동을 진행 중인 케어 직원들은 지난 12일 후원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그럼에도 남아있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케어는 박 대표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지금도 케어 보호소에서 돌봄을 받고 있는 600여마리의 동물들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표는 "소수의 안락사는 불가피했다"고 반박에 나섰다. 대표직 사퇴 의사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경우 이번 사태가 동물구조와 동물권 보호 전반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다른 동물구조 단체들까지 케어와 함께 언급되며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는 냉소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래선 안된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 단체의 회계 및 활동 투명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돼야 동물권에도 희망이 있다. 후원자들이 케어, 더 나아가 동물보호단체들에 쉽사리 등을 돌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동물에겐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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