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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회웅 안무가 “몸은 기억한 것을 쉽게 안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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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16 06:10:00  |  수정 2019-04-16 0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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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예술단 웹툰 뮤지컬 '나빌레라'에 안무가로 참여하는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출신 유회웅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대전에서 인문계 고교를 다니던 고1은 예고로 편입했다. 군인 아버지를 둔 그는 브레이크댄스에 빠져 살던 춤꾼이었다.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과 ‘H.O.T’의 춤을 매일 따라했다.
 
어느 날 무용실의 문을 열었는데 발레 전공 여학생이 레오타드를 입고 있는 것을 보고, 복도로 뛰쳐나갔다. 남자도 같은 옷을 입는다고 생각한 그는 “발레를 하지 않겠다”고 부르짖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보여준 발레 ‘해적’ 비디오가 그의 결심을 뒤바꿨다. 턴 동작을 본 뒤 가슴이 뛰었다.

국립발레단 출신 안무가 유회웅(36)은 “발레와의 첫 만남이었요”라며 웃었다.

그런데 1년 뒤 깨달았다. 발레는 기본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발레를 해온 친구들에 비해 유연성도 부족했다. 웹툰 '나빌레라'의 내용처럼 “남자가 쫄바지 입고 뭐하느냐”는 소리도 들었다.

‘발레계의 팔방미인’으로 통하는 유회웅이 5월 1~12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서울예술단의 신작 창작가무극(뮤지컬) '나빌레라'를 통해 뮤지컬 안무가로 데뷔한다.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다양한 안무 작업에 참여해온 유회웅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일흔을 몇 달 앞둔 노인 ‘덕출’이 친구의 장례식장을 다녀온 뒤, 자신이 오래 전부터 꿈꾼 발레를 하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국판 '빌리 엘리어트' 노인 버전이다.
 
유회웅은 “발레가 소재가 되는 것이 당연히 너무 좋았어요. 꿈에 대한 이야기가 발레와 절묘하게 융합이 된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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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예술단 웹툰 뮤지컬 '나빌레라'에 안무가로 참여하는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출신 유회웅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웹툰을 자문한 이원국 이원국발레단장, 발레리노 김현웅과 친분이 있어 친밀감도 들었다. 웹툰의 자문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은 그의 모교이기도 하다.

서울예술단은 국공립예술단체 중 무용에 일가견이 있다. 그런데 발레가 아닌 전통무용이 기반이다. 매일 기본에 충실한 발레 클래스를 열어 발레 기본기를 다지는 이유다. 에너지가 좋은 서울예술단 단원들은 금세 따라왔다.

유회웅은 “발레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예술이에요. 섬세함이 필요하고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해요. 아름다운 자세와 라인도 중요하죠”라고 말했다.

덕출 역으로 캐스팅된 배우 진선규에게 놀라기도 했다. 영화 '범죄도시'로 제38회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고, 최근 관객 1500만명을 넘긴 영화 '극한직업'으로 천만배우가 되는 등 급부상한 진선규는 무대 기반 배우다. “운동 신경이 좋고 곧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동작에 대한 이해도 굉장히 빠르세요. 감각적이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웹툰에서 덕출은 치매에 걸린다. 하지만 기억을 잃어도 몸은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회웅은 “몸이 기억한 것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쟁쟁한 스태프로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모래시계' '금란방' 등을 통해 주목받은 박해림 작가와 '왕세자 실종사건' '오이디푸스' '리처드 3세'의 서재형 연출, '호프'의 김효은 작곡가가 뭉쳤다. 유회웅은 안무와 함께 창작진에게 발레 용어와 발레복 등 자신이 겪은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영감을 주는 일도 맡고 있다.

유회웅은 온갖 풍파를 겪은 무용수다. 댄서여서 에너지와 '끼'를 장착한 덕분에 한예종 무용원에 입학했으나 전국에서 난다긴다 하는 학생들이 모인 이곳 생활은 쉽지 않았다. 지금은 극복한 콤플렉스이지만, 비교적 작은 키 탓에 예민하게 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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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예술단 웹툰 뮤지컬 '나빌레라'에 안무가로 참여하는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출신 유회웅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하지만 유회웅에게 무엇보다 살아남는 방법을 아는 현명함이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그는 다양한 동작을 만들어내는 데 관심이 있었고 ‘창작 발표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무용수보다 더 큰 출입문 세트를 직접 만들고 검은 천 등을 덧대 인간의 상처와 고뇌를 표현하는데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연출 능력도 뽐냈다. 재능을 발견한 한예종 무용원 김선희 교수는 그에게 안무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2004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뒤에도 끼는 꺾이지 않았다. 2008년 기회가 찾아왔다. 뮤지컬 ‘캣츠’의 첫 라이선스 공연에서 턴 등 고난도 동작을 소화해야 하는 마법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로 캐스팅된 것이다.

2002년 내한공연을 본 뒤 출연하고 싶다고 꿈꿔온 작품이었다. 오디션을 통해 뽑힌 뒤 컴퍼니 측은 그를 ‘최고의 댄서’라고 홍보했다. 발레 기반의 이 캐릭터를 맡은 한창 때의 유회웅은 날아다녔다. 고양이 같은 표정과 몸짓의 쇼맨십도 일품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뒤 2011년에도 ‘캣츠’에 출연한 그는 미스토펠리스로서 300회 이상 무대에 섰다.

이런 그에게도 ‘나빌레라’ 안무는 쉽지 않다. 완벽하고 훌륭하게 그려진 웹툰 속 몸과 라인도 부담이지만 뮤지컬 댄스적인 안무와 발레 동작의 균형점을 찾는 것을 가장 고심하고 있다. “현실 같은 발레 동작을 선보일 것인가, 뮤지컬처럼 신나게 해야 할 것인가, 그 사이에서 계속 고민이에요. 마지막 공연 장면은 발레가 주이고, 다른 장면에는 뮤지컬적인 요소가 조금씩은 들어갈 것 같아요.”

다양한 공연 장르에서 러브콜을 받은 성공한 안무가지만 유회웅이 현재 국립발레단에 몸 담은 후배들에게 부러워하는 것이 있다. 안무가 육성 프로그램 'KNB 무브먼트 시리즈'다. 강수진 예술감독 겸 단장이 국립발레단 소속 무용수들의 잠재적인 안무 능력을 발굴하기 위해 선보인 것이다.

“요즘 좋은 댄서들을 구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구한다고 해도 연습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고 연습 공간도 구하기 어렵죠. 그런데 발레단 안에는 좋은 무용수, 좋은 연습실이 다 있잖아요. 좋은 안무작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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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예술단 웹툰 뮤지컬 '나빌레라'에 안무가로 참여하는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출신 유회웅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몸을 쓰는 발레는 다른 직업군보다 은퇴 연령이 빨라 제2의 진로를 일찌감치 고민해야 한다. 안무가의 길을 걷고 있는 유회웅은 좋은 보기다. 발레계 후배들이 그를 보면 질문하느라 바쁜 이유다.

안무작이 잇따르는 유회웅을 놓고 “욕심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유회웅은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돈에 연연해하지 않은 점이 좋게 작용한 것 같아요. 좋으면 했고 즐기면서 했거든요. 그렇게 하다 보니, 계속 찾아주셨고 안무가로서 발전을 할 수 있었죠. 그래서 후배들이 물어오면 ‘제일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되물어요.”

유회웅의 안무작 중 아이들에게 '뽀로로' '타요' '뽀잉'을 능가하는 작품이 있다. 창작 발레극 '똥방이와 리나'다.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똥과 방귀 캐릭터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과도 연관이 돼 부모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듣고 있다. 성공한 공연 사례로 일본 명문대로 가서 발표를 하기도 했다. 대학원에서 이 작품 관련 석사 논문도 쓰는 중이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영철이 출연한 작품으로 국내에서 희귀한 추리무용극 '누가 그에게 총을 겨누었나?'를 안무, 무용계의 이단아로 통하기도 했다. 다가오는 발레축제에서는 김현웅·이영철·윤전일 등 유명 발레리노들이 참여하는 발레작을 선보인다.

‘나빌레라’에서 덕출은 노인은 발레를 못한다는 편견을 깬다. 스스로 ‘철이 없다’고 정의하는 유회웅 역시 편견을 깨가는 안무가다. ‘나빌레라’가 발레에 대한 편견은 물론 관객 저마다의 편견을 허무는 공연이 되기를 바랐다.

“우리 삶 속에 발레가 있어요. 잘하는 것은 상관없어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짚는다. “스스로가 갇혀 있지 말고 즐긴다면 발레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겁니다.” 유회웅은 춤추는 것처럼 사뿐사뿐 다시 연습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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