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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쥬, 글시 뎍으시니' 덕온공주 3代 한글유산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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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25 16: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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ᄌᆞ경뎐긔, 19세기, 32×528㎝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1822~1844)의 미공개 한글씨체가 처음 공개된다.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 5주년 기념 첫 기획특별전 '공쥬, 글시 뎍으시니: 덕온공주 집안 3대 한글 유산'을 25일부터 8월18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2016년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 덕온공주 한글 자료'에 이어 덕온 공주 집안의 미공개 한글 유산을 소개하는 두 번째전시다.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어느 때보다 시간과  공간을 더 투입했다"며 "통상 두 달 열흘 정도 전시를 열지만, 한 달 정도 더 길게 열고 기획전시실 300평 전부를 다 쓰는 대규모 전시"라고 밝혔다. "덕온 공주, 그의 아들 윤동우, 그의 딸 윤백영 3대가 쓴 한글 자료 200여점을 한 데 모았다"
 
 "딸을 시집 보내는 순원왕후의 자료를 비롯해 한글을 통해서 마음을 주고 받은 3대에 걸친 가족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며 "주인공 덕온 공주, 윤동우, 윤백영 외에도 순조, 순원왕후, 언니 복온공주, 오빠 효명 세자가 조연으로 등장하는 다채로운 전시가 된다. 무궁무진한 이야기 소재를 만날 수 있어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활용할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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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은 1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으로부터 이관받은 'ᄌᆞ경뎐긔'를 비롯해 박물관이 2016~19년 1월까지 수집한 유물 400여점 중 덕온공주와 그녀의 아들, 손녀까지 3대의 한글 자료와 유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덕온공주의 'ᄌᆞ경뎐긔', 덕온공주의 언니 복온공주(1818~1832)의 글씨첩, 덕온공주의 아들 윤용구(1853~1939)가 한글로 쓴 중국 여성 전기 '동사기람' 등 중요 유일본 자료도 나온다.

덕온공주가 순원왕후의 명으로, 아버지 순조의 글을 한글로 풀어 쓴 'ᄌᆞ경뎐긔'와 어머니가 준 '고문진보언해'를 베껴 쓴 '양양가' '비파행'에는 부모를 생각하는 딸의 마음이 담겼다.

 'ᄌᆞ경뎐긔'는 덕온공주가 순원왕후의 명으로 순조의 '자경전기(慈慶殿記)'를 한글로 풀어쓴 자료다. 조선 왕실 3대에 걸친 효성을 잘 보여주는 유물이자 공주의 글솜씨를 보여주는 명품이다.

덕온공주의 할아버지 정조(1752~1800)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1735~1815)를 위해 창경궁에서 '자경전기'를 지었다. 혜경궁의 뒤를 이어 자경전에서 지낸 정조 비 효의왕후(1753~1821)는 순조에게 자경전에 대한 내력을 글로 지으라고 명했다.
 
조선 시대에 부왕이 한문으로 쓴 글에 담긴 뜻을 공주가 이어받아 한글로 옮겨 쓴 사례는 극히 드물다. 5m가 넘는 종이에 정성스럽게 쓴 'ᄌᆞ경뎐긔'에는 부모의 가르침을 받들고자 한 공주의 효심이 담겼다. 아버지 순조의 '자경전기'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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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구 '정사기람', 20세기, 32×22.2㎝, 국립한글박물관

덕온공주의 양아들 윤용구는 방대한 분량의 중국 역사서를 한글로 편찬했다. 한문에 능통한 그가 고종(1852~1919)의 명으로 여성들을 위한 중국 역사서 '정사기람'(正史紀覽·80권)과 중국 여성 열전 '동사기람'(彤史紀覽·10권)를 한글로 편찬한 것은 이례적이다. 조선 시대 사대부가 여성에게 보내는 편지를 한글로 쓴 예는 많으나 한글 역사서를 쓴 예는 적다. 중국사 전체를 여성을 위해 직접 짓고 쓴 예는 없다.

 윤용구의 '동사기람'과 '정사기람'은 한문 중심의 문자 생활을 했던 조선말 사대부가 어떻게 한글 사용을 확대해 나갔는지 잘 보여준다. 윤용구가 한글로 쓴 이 역사서는 국어사, 역사, 서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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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구 '동사기람', 19~20세기, 28.5×19.2㎝

특히 '동사기람'은 조선 시대에 통용된 여성 교훈서에 없는 다양한 인물들이 수록되어 있어 주목할 만하다. 현명한 처신과 기지로 아들이나 남편을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이끌어가는 여성들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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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백영 '정사기람', 20세기, 29×19㎝,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정사기람'은 태고부터 명나라 시대까지 중국사 전체를 시대순으로 정리한 편년체 역사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본과 국립한글박물관본 2종이 전한다. 고종에게 바친 장서각본(80권 80책)과 달리 윤용구 집안에서 보관했던 국립한글박물관본(40권 40책)에는 붉은색 글씨로 한자가 병기돼 이해도를 높였으며 사료로서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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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백영 '한나라 명덕황후 마씨 전기', 20세기, 28.6×542.4㎝

 윤백영은 42세였던 1929년 한글 궁체로는 처음으로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였고, 이후 많은 한글 서예 작품을 남겨 왕실 한글 궁체의 품격을 오늘날 일상이 될 수 있도록 가교 구실을 했다. '한나라 명덕황후 마씨 전기' 등 윤백영이 평생 동안 쓴 다양한 한글 서예 작품과 서사(書寫) 상궁, 철인왕후 등의 한글 궁체를 함께 비교해 볼 수 있다.

그녀가  쓴 한글 서예 '공주 칭호', '녈녀 공강' '결혼 초법' 등은 아버지의 역사서 '동사기람'를 베껴 쓴 것이다. 아버지와 딸 윤용구와 윤백영이 앞부분과 뒷부분을 이어 쓴 '관혼상제 예법'은 이들 부녀의 각별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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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부족, 19세기
덕온공주와 윤용구, 윤백영 3대의 글씨가 한데 모인 자료도 있다. 아들 윤용구가 덕온공주가 쓴 '족부족' 뒷면에 한자 뜻풀이 '자의'를 쓰고, 손녀 윤백영이 그 기록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덕온공주의 부모 순조(1790~1834)와 순원왕후(1789~1857), 오빠 효명세자(1809~1830)와 언니 복온공주의 자료도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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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온공주글씨첩, 1829, 22.2×45.5㎝, 개인 소장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복온공주글씨첩'은 복온공주가 12세 때 한글로 쓴 시문을 모은 첩이다. 순조가 점수를 매기고 종이와 붓 등을 상으로 내린 기록도 적혀 있다. 현존한 복온공주의 유일한 글씨이자 조선의 임금이 자기 딸에게 직접 글쓰기를 가르쳤음을 보여주는 중요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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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석집'(왼쪽면), 19세기, 25.7×18.9㎝,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오빠 효명세자의 '학석집'은 왕세자가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누이들을 위해 자기 한시를 한글로 번역한 책이다. 조선 시대 남성 문집 중 유일한 한글본이다.

 덕온공주 집안이 왕실과 주고받은 한글 편지를 통해 옛 한글 편지의 특성을 살펴보는 공간도 마련했다. 순원왕후, 명성황후 등의 편지에서 지금은 사라진 궁중어와 옛 한글 편지의 높임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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