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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 인터뷰]김병찬 "아나운서가 필요없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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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26 11:01:59
"각급 행사, 경제상황과 맞닿아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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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찬 ⓒ신귀만
【서울=뉴시스】 궁금, 궁금한 금요일

국가적 행사는 축제 이벤트와 다르다. 정확하고 엄중해야 한다. 성공적인 행사가 되려면 돌발사고 시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김병찬은 사고를 방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MC로 유명하다. "MC는 행사를 위험으로부터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무난하게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사시 사고를 보이지 않게 막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축제장에서 실수하는 것은 해프닝으로 끝난다. 하지만 국가나 지자체 등의 중요행사는 매우 정교하지 않으면 안 된다. 1분1초가 다 중요하다. 초년 시절에 대통령 참석 행사를 맡았을 때는 자랑스럽고 우쭐한 마음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리허설도 많이 하는 만큼 꼼꼼하게 준비한다. 좋게 입소문이 나면서 대통령 참석 행사의 사회를 많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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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이 참석하는 자리마다 뛰어난 상황판단능력으로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대통령마다 개성이 넘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친절하고 매우 부드럽다. 노약자나 어린이에게는 셀카를 다 찍어주려고 하다보니 퇴장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엄정한 가운데도 유머러스한 것을 좋아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매우 친근하다. 일일이 격려하고 마무리를 잘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각보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항상 동선을 최소화한다. 조심스럽게 왔다가 조심스럽게 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일일이 다니면서 사람들하고 다 악수를 한다. 이제 행사는 우리나라 만의 매우 특별한 형식이 됐다. 어수선하게 끝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못 견디어 한다. 역사적으로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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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흐름은 곧 경제 상황"이라고도 봤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1990년대, 2000년대 초만 해도 기업 행사가 주를 이뤘다.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하면 반드시 행사를 열었다. 그런데 2005년 이후로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보다 해외가 더 중요해졌다. 행사를 안 하기 시작했다. 경제의 흐름도 안 좋으니까 고객 사은이벤트 같은 것을 하고 싶어도 다른 기업의 눈치를 보다가 안 하게 됐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행사는 많이 늘었다. 대국민 서비스라고 할까, 홍보 전략이 달라졌다. 지방자치단체는 더 돋보이려고 하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행사를 유치하고 있다. 더 내실있고 세련되게 키우고 있다. 그러면서 이미지 개선도 많이 됐다."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기로 했는데, 영상이 안 나오면 뭔가 꼬인 경우다. 국기가 비치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그 순간 나는 '태극기는 우리 마음 마음 속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손을 얹게 됐다. 또 당황하는 일 중 하나가 '영상을 보시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영상이 안 나오거나 느린 경우다. 그때 나는 '죄송합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쓰지 않아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했더니 다들 웃으면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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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연예가 중계' '행복채널' '도전! 주부가요스타' '사랑의 리퀘스트' 등을 진행하며 간판 아나운서로 활동했다. '연예가 중계'의 경우 무려 8년이나 진행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6년 KBS에 사표를 내고 프리랜서의 길을 택했다. 지금만 해도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선언이 흔하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상당한 선견지명이다.

"아나운서가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아나운서가 다른 연예인들과 뭐가 다르냐고 하면, 단 한 마디다. '신뢰'다. 잘생긴 것으로 말하면 배우를 따라갈 수가 없다. 지적인 것이나 전문성을 이야기한다면 교수나 변호사 집단이 더 낫다. 아나운서는 신뢰 만이 자기 존재의 이유다. 나라의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은 아나운서 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유명 탤런트, 영화배우가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나운서들이 과연 신뢰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그러기 어려운 환경이다. 아나운서들이 신뢰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없어졌다. 예능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저널리스트도 엔터테이너도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 두 가지를 묘하게 갖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예전에는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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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지망생은 여전히 많다. 그러나 취업문은 좁고 아카데미 학원의 수강료는 수백만원이다.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시험을 보고서 면접군까지 가지 못하면 빨리 포기하는 게 낫다. 일단 시험을 봐 보면 자신의 위치를 알 수가 있다. 아나운서는 미남미녀가 하는 게 아니다. 인상이 좋아야 한다. 웃는 눈이고 싱글싱글해야 한다. 눈이 큰 사람은 표정의 변화가 없어서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

또 "방송을 잘하려면 얼굴과 목소리로부터 스스로 해방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포기라는 것은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지 말라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 안 된다고 하는 것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는 게 포기다. 우리 삶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미련을 버려야만 한다. 미련을 버린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포기다. 포기는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의 단어이나 톺아보면 매우 긍정적인 말로 작용할 수 있다. 더 훌륭한 방송인이 되기 위해서는 목소리와 얼굴을 포기해야 한다.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MC를 잘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정직'을 꼽았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긴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항상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 오늘 죽으나 10년 후에 죽으나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는 것은 미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정직에 대해 박노해 시인이 잘 이야기했다. 나의 부끄러움을 이겨내는 용기다. 이 용기가 있어야 정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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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령 기자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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