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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일감 몰아준 '태광'에 과징금 22억…총수 고발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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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17 12:00:00
총수 소유 회사서 김치·와인 만들어
계열사에 고가에 판매해 142억 벌어
"총수 일가에 배당·급여로 33억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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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횡령과 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4백억 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질환 등의 이유로 풀려났지만 음주와 흡연 논란으로 다시 구속됐다. 2019.02.15. bjko@newsis.com

【세종=뉴시스】김진욱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17일 기업집단 '태광'에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하고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동일인) 등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 소속 19개 계열사는 총수 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대규모로 샀다. 휘슬링락CC는 영업 부진으로 2011년 124억4000만원, 2012년 167억6000만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뒤 2013년 총수 일가 100% 소유 회사인 티시스에 합병됐다. 2012년 125억3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티시스는 휘슬링락CC를 떠안은 2013년 71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이에 김기유 전 태광관광개발 대표이사는 2013년 12월 이 회장의 지시, 관여 아래에 휘슬링락CC에서 김치를 만들어 계열사들에 팔기로 계획했다.

김 대표는 2014년 5월 그룹 경영기획실장이 된 뒤 휘슬링락CC 김치의 단가를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10㎏당 19만원)으로 결정하고 계열사별 수량까지 할당해 구매를 지시했다. 계열사들은 이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 등 회사 비용으로 구매한 뒤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특히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는 김치 구매 비용이 회사 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하기도 했다. 근로자 재산 형성 지원, 장학금 등 생활 원조에 사용하도록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금이다.

또 태광은 2015년 7월부터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 전용 사이트 태광몰을 구축, 김치 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임직원들에게 포인트 19만점을 지급한 뒤 김치를 구매할 때만 쓰도록 했다. 이 포인트는 각 계열사가 복리후생비,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이용해 휘슬링락CC에 일괄 지급했다.

태광 계열사들이 법을 위반한 2014년 상반기~2016년 상반기 동안 휘슬링락CC로부터 구매한 김치는 총 513t가량. 95억5000만원어치에 이른다. 휘슬링락CC가 이 기간 김치를 팔아 올린 영업이익률은 43~56%로 같은 기간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3~5%)의 11~14배를 기록했다.

비슷한 기간 태광 계열사들은 총수 일가가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 '메르뱅'으로부터 와인도 사들였다. 2014년 7월 태광 경영기획실이 '그룹 시너지를 제고하기 위해 계열사 선물 제공 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해서다. 경영기획실은 같은 해 8월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 선물로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은 와인 가격 등 거래 조건에 관한 합리적인 고려도, 다른 사업자와 비교도 하지 않았다. 또 세광패션 등 일부 계열사는 와인을 구매할 때 김치와 마찬가지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계열사들은 경영기획실 지시라는 점 때문에 메르뱅이 제시하는 가격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계열사들이 법 위반 기간(2014년 7월~2016년 9월)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46억원어치다.

계열사들이 2년 반가량 김치와 와인을 고가에 구매해 총수 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는 33억원이 넘을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김치 이익은 25억5000만원 이상, 와인은 7억5000만원 이상이다. 이 이익은 대부분 이 회장과 그의 가족들에게 배당, 급여 등으로 제공됐다.

공정위는 휘슬링락CC와 합병한 티시스, 메르뱅 모두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점을 고려하면 일감 몰아주기로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이를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할 우려가 높다고 여기고 있다. 또 두 회사는 일감 몰아주기에 힘입어 사업 기반을 확대하는 등 골프장 및 와인 유통 시장 경쟁도 저해했다.

이에 공정위는 태광산업 등 19개 계열사를 행위 주체로 간주,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 제1항 제1호(김치 거래), 제4호(와인 거래)를 적용했다. 행위 객체인 티시스와 메르뱅에는 제23조의2 제3항을, 사익 편취 행위 지시 및 관여자인 이 회장에게는 법 제23조의2 제4항을 적용했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티시스 8억6500만원, 메르뱅 3억1000만원, 태광산업 2억5300만원, 티브로드 1억9700만원, 흥국화재 1억9500만원, 흥국생명 1억8600만원 등 19개 계열사가 나눠 낸다. 또 19개 계열사와 이 회장, 김 전 대표를 고발하기로 했다.


str8fw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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