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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10년 전 '10원 전쟁' 또 반복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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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03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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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신세계그룹 e커머스 회사 SSG닷컴은 지난달 27일부터 '새벽 배송'에 뛰어들었다. 이 분야 최강자인 마켓컬리보다 주문 마감 시간을 한 시간 늦췄고, 배송 시간은 한 시간 앞당겼다. 신세계는 현재 2개소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를 5년 내에 전국 11개소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일일 배달 건수는 26만건까지 확대된다.

롯데그룹 통합 e커머스 서비스인 '롯데ON'은 이달부터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롯데 오너스'(LOTTE ONers)를 도입한다. 월 2900원에 가입하면 롯데쇼핑 7개 계열사(백화점·마트·슈퍼·홈쇼핑·하이마트·닷컴) 무료 배송 쿠폰을 주고, 더 많은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 회원 대상 기획전에도 참여할 수 있다. 롯데가 보유한 비유통 분야 계열사 할인 혜택도 있다.

최근 유통업계 세 가지 키워드는 최저가·배달·유료회원이다. 전통의 유통 강자 롯데와 신세계가 이 중 배달과 유료회원에 본격적으로 손 대기 시작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이라고 했다. 이베이코리아·쿠팡 등 e커머스 업체 공세에 고전하던 롯데·신세계가 반격에 나섰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여기서 밀리면 끝이기 때문에 당분간 출혈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딱 10년 전 대형마트가 대세이던 시절에도 유통 전쟁이 있었다. 이른바 '10원 전쟁'이었다. 당시 대형마트들은 경쟁 업체보다 10원이라도 싸게 팔기 위해 혈안이었다. 'A마트보다 비싸면 차액의 X배로 돌려드립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이 그때 이미 있었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 관계자는 "그땐 주로 가격 경쟁이었는데, 요즘은 배달이다 뭐다 가격 말고도 신경써야 할 게 더 많다"고 했다.

과열 경쟁의 부작용은 벌써 터져나온다. 2조2500억원 투자와 공격적 경영으로 주목받는 쿠팡은 최근 한 달 사이 '공공의 적'이 됐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이, e커머스 업체 위메프가, 납품업체 중 한 곳인 LG생활건강이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유는 제각각이고 잘잘못도 가려지지 않았지만, 유통업계 최근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롯데와 신세계의 최근 행보에 e커머스 업체 등 경쟁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들린다. 높은 인지도와 전국에 강력한 유통망을 가진 두 업체의 공세는 전에 없던 엄중한 사안이라는 의미다. e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생존 전쟁 아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리를 할 수밖에 없다. 매우 혹독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 유통 전쟁에 뛰어들었던 업체들은 제 살 깎아먹기(가격 경쟁)를 반복하다가 결국 출혈(수익성 악화)을 견디지 못 하고 중단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유통업계 경쟁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10년 전 경쟁의 승자는 그렇게 서로 피를 흘려댈 때가 아니라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남이 하지 않는 새로운 유통 혁신을 이뤄냈을 때 판가름 났다. 10년이 흐른 지금 그때와 똑같은 일을 반복할 이유는 없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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