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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배기 인질극 3인조 강도 조기 검거 '수사력 빛났다'

등록 2019.07.08 08:05:14수정 2019.07.08 08: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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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20~30대 3명 모자 흉기 위협 금품 강취

인터넷서 범죄 모의하고 특정 앱으로만 대화

범행 현장 흔적 샅샅이 살펴 주범 지문 찾아

빠른 피해자 신변 보호, 끈질긴 수사 돋보여

두 살 배기 인질극 3인조 강도 조기 검거 '수사력 빛났다'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생후 16개월 된 남자 아이를 인질로 붙잡은 뒤 어머니의 금품을 빼앗은 강도 3명이 경찰의 발 빠른 대응으로 조기 검거됐다.

신분을 철저히 감추던 강도들을 사건 발생 이틀 또는 사흘만에 모두 붙잡는 데는 현장에서 실마리를 찾은 경찰관의 눈썰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피해를 입은 모자(母子)의 신변을 보호한 세심함과 CC(폐쇄회로)TV·차량 블랙박스 300여대의 녹화영상을 치밀하게 분석한 끈질긴 수사도 빛났다.

8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정오 무렵 김모(34)·조모(30)·한모(27)씨가 지역 한 복도형 아파트를 찾아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무더위에 현관문을 열어둔 채 방충망만 쳐놓은 집들을 찾았다. 김씨는 밖에서 망을 봤다. 4일 오후 1시 모자·마스크를 쓴 조씨·한씨가 특정 가구로 침입했다.

이들은 생후 16개월 남아를 홀로 돌보던 어머니 A씨를 흉기로 위협했다. 집안 곳곳을 뒤지며 귀금속 6점 등을 챙겼다.

이내 남아를 인질로 붙잡고 돈을 요구했다. A씨의 통장을 건네받은 김씨가 수십만 원을 찾았다.

이들은 "돈이 부족하다"며 A씨와 남아를 다시 위협, 스마트폰 앱으로 현금 서비스와 대출 신청을 강요했다.

A씨가 은행 2곳에서 1575만 원을 찾아 김씨에게 건넸다. 약 2시간 동안 아이를 인질로 붙잡고 있던 조씨·한씨도 A씨가 귀가하기 전 집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범행 역할에 따라 빼앗은 돈을 나눠 가졌다. 각자 택시·버스를 타고 광주·전남·전북지역 곳곳을 돌며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했다.

도주 방법을 논의한 뒤 버스 등을 타고 각자 주거지로 향했다. 인터넷 카페 게시글('돈만 되면 뭐든 하겠다' '돈이 급하다')을 통해 만나 공모한 이들은 일절 통화를 하지 않고 외국에 서버를 둔 채팅 앱만 이용했다.

이들은 완전 범죄를 꿈꿨지만, 형사들의 눈썰미까지 속이진 못했다.

신고를 받은 북부경찰은 A씨를 신변 보호 대상자로 등록하고, 스마트워치(긴급 출동 연계)를 지급했다. A씨 모자에 대한 심리적 안정을 돕고 순찰·경호도 강화했다.  

강력 6개 팀을 동원, 범행 현장 주변 CCTV 영상을 살피고 탐문 수사를 펼쳤다. 결정적 단서는 감식하던 과학수사팀원의 손끝에서 나왔다.

집에 보관 중인 A씨가 쓰지 않던 통장에서 조씨의 지문을 찾은 것. 한씨는 범행 당시 장갑을 착용했지만, 조씨는 집안 곳곳을 처음 뒤질 때 장갑을 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의 신원을 특정한 경찰은 서울에 사는 조씨의 뒤를 쫓았다. 조씨 지인 집 주변에서 이틀간 잠복 수사 끝에 6일 오후 2시50분 그를 붙잡았다.

경찰의 추궁에 조씨는 "한씨가 3일 자신의 차량을 타고 범행 방법을 함께 계획한 광주 한 모텔로 왔다"고 진술했다.

CCTV 수 백여대를 미리 분석해둔 덕에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씨의 차량과 생김·차림새, 걸음걸이 등을 특정한 경찰은 위치 추적을 통해 잠복 수사에 나섰다. 6일 오후 8시45분 한씨를 광주 모 영화관 일대에서 긴급체포했다.

공범인 김씨 검거도 시간 문제였다. 자수를 설득한 끝에 전남 목포에 숨어있던 김씨도 7일 밤 붙잡았다.

경찰은 재범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 특수강도 혐의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경찰에 "스포츠 도박비·비트코인 투자 탕진 또는 대출 등으로 빚이 많았다. 일면식도 없는 공범들과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 돼 강도짓을 공모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범죄를 모의해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형사들이 열심히 뛰었던 덕에 강도들을 조기 검거했다"며 "과학수사팀원의 예리한 눈썰미와 각종 영상을 제공한 시민·택시 기사분들의 협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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