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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무성 "전봉준, 답습된 미인처럼 안 보이려고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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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22 16:08:54
드라마 '녹두꽃'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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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성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영화배우 최무성(51)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나타났다. 최근 막을 내린 SBS TV 드라마 '녹두꽃' 속 '전봉준'의 묵직한 카리스마가 그대로 느껴졌다.

"갑자기 수염을 깎으면 어색할 것 같았다"며 멋쩍게 웃었다.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운 이복형제 '백이강'(조정석)과 '백이현'(윤시윤)의 이야기다. 최무성은 동학농민항쟁을 이끈 영웅 전봉준으로 분해 깊은 울림을 줬다.

중·고 시절 국사책에서 배운 전봉준에 '표면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고민했다. "드라마라서 '입체적으로 그려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면서도 "전봉준의 대사 중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언제 이런 역을 해보지? 싶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최무성은 제작발표회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죽음의 두려움을 느끼는데, 그걸 잊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연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현에게 '내가 죽어야 의병들의 투지가 더 생긴다'라고 한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나라를 위해 '자신의 죽음마저 이용하라'는 의미가 함축적으로 담겼다. 담담하게 연기했지만, 의미가 남다르다"고 짚었다.

 "'녹두꽃'에 보조출연한 연기자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몇몇의 영웅이 아니라 수많은 민중, 백성 그 자체다. 동학농민운동을 할 때는 '얼마나 더 뜨거웠을까?' 싶더라. 죽음을 불사하고 모일 수 있는 힘을 보여줬다. 종방연 때 '시간이 흐른 뒤 이 작품을 한 순간순간이 떠올라서 울컥할 것 같다'고 했는데, 지금도 울컥한다. 전투신 찍을 때 보조출연자들이 수많은 전사자들을 보면서 괴로워하는 장면 하나하나 버스트 촬영을 했다. 그 장면을 찍고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더라. 그 시절 비록 처참하고 어쩌면 실패라고 할 수 있는 전쟁이었지만, '죽음을 불사할 수 있는 씨앗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분들이 희생을 한 게 아닐까. 이 마음을 공유하면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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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아들은 '녹두꽃'보다 OCN '보이스3'를 더 즐겨봤다며 섭섭해했다. "아들이 역사극을 딱딱하게 생각해 잘 안 보더라"면서 "조금 섭섭했지만, 강요하면 '아빠가 나오는 작품이라고 잔소리한다'고 할까봐 가만히 있었다. 아들이 워낙 '보이스3'를 좋아해서 '봐라. 어쩔 수 없다. 근데 다음달 용돈은 생각해보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녹두꽃'은 전봉준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기존의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과 달리 가상의 인물인 백이강·이현을 통해 역사적인 사건을 바라봤다. 전봉준은 형제가 더 나은 인간으로 발전하는데 도움을 줬다. "실망한 적은 없다"면서 "처음부터 작가님에게서 두 형제의 이야기라는 것을 들었다. 그런 부분들은 섭섭하지 않다. 어차피 주인공들을 계속 만나고 24부 꼬박 다 나왔다"며 웃었다.

최무성은 전형적인 사극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사극 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비록 전봉준이 몰락한 양반 출신이지만, 딱딱하게 연기하면 위화감을 느낄 것 같았다. 미래를 보는 눈도 밝고 무게감이 있는 인물인데, 너무 영웅처럼 그려지면 지루해질 수 있으니까. 어떻게 하면 '답습된 미인처럼 보이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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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성(위), 전봉준
제45·46회에서 전봉준이 사형 당할 때, 실제 전봉준 사진이 교차돼 감동을 더했다. 드라마의 환상이 깨질 수도 있었지만, 신경수 PD의 과감한 결정으로 시청자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실존인물인 전봉준은 왜소했다. 최무성은 처음 전봉준 역을 제의 받았을 때 "작가님께 '조금 무리 아니냐?'고 물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약 두달간 20㎏ 정도 감량, 80㎏ 중반대까지 몸을 만들었다. 당시 180㎝에 105㎏이 나갔다며 "주변에서 '체형적으로 싱크로율이 안 맞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도 "작가님이 믿고 맡겨줬고 인물의 흐름, 대사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게 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연극배우 출신인 최무성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최택'(박보검)의 아버지 역으로 주목 받았다. 이후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2018), '미스터션샤인'(2018),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2019),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감독 강윤성·2019) 등에서 활약했다.

 '미스터션 샤인' 때도 의병 '장승구'를 연기했지만 "가상의 인물이라서 자유롭게 표현했다"며 "전봉준은 실존인물이고, 정치가이자 지도자이기에 부담이 남달랐다. 결국 의병이고 마음은 똑같으나 서있는 위치와 역할이 다르니까. 조금 '이미지가 겹쳐지지 않을까?' 고민은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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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원톱 주연도 희망한다. 주인공과 대립하거나 조력자인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지만 "작품 전체를 끌고 나가고 싶다"고 바랐다. 작품마다 재미가 다르다며 "주인공을 받쳐줄 때 쾌감도 있다. 받쳐주면서 함께 돋보일 때도 있지 않느냐. 내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트콤 연기에도 욕심을 드러냈다. 드라마 '청담동 살아요'(2011~2012)에서 연기한 성형외과 페이닥터 '최무성'을 예로 들었다. "정말 재미있었다"며 "완전 깨방정 캐릭터였는데, 가벼운 역할도 연기하고 싶다. 철저히 역할을 따라 가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영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부산을 배경으로 조폭들의 열망을 다룬 작품이다. '희수'(정우)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녹두꽃'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거칠고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이야기인데,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 계속 고민하면서 좌절하고 분노한다. '녹두꽃'과 마찬가지로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짚었다.

"부산 출신이지만,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다. 경상도 분들이 보기에 사투리 연기가 많이 부족한데, 친척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예전부터 연극하는 동료와 극단을 같이 만들었고, 후배가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가끔씩 연출을 하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활력도 얻는다. 연극배우들에게 '일단 거기서 좋은 작품을 많이 하라'고 이야기한다. 좋은 연기자라면 누구든 보게 돼 있으니까. 나중에 영역을 넓히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연기자든 연출자든 창조해내는 작업에 대해 온전하게 느끼는 순수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작품을 창조하면 사람들이 영향을 받아서 울고 웃는 것 아니냐. 죽을 때까지는 이러한 순수한 즐거움을 유지해야 한다. '녹두꽃'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는 것도 나의 사회적 책임감이자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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