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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일본 여자가수, K팝 진출 잇따라···한일경색 뚫을까

등록 2019.08.06 09: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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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리, 신인 걸그룹 '로켓펀치'로 데뷔

유키카·루안, 솔로가수도 데뷔 잇따라

【서울=뉴시스】 로켓펀치 쥬리. 2019.08.06. ⓒ울림 엔터테인먼트   

로켓펀치 쥬리 ⓒ울림 엔터테인먼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본 여자 가수들의 K팝계 진출이 활발하다. 일본 경제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활약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그룹 '인피니트'와 '러블리즈' 소속사 울림 엔터테인먼트가 새로 론칭하는 걸그룹 '로켓펀치(Rocket Punch)'에 일본인 멤버 쥬리(22)가 포함됐다.

쥬리는 일본 걸그룹 'AKB48' 출신이다. 로켓펀치 멤버 수윤(18), 소희(15)와 함께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한·일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 '프로듀스 48'에 출연했다. 로켓펀치는 7일 데뷔 앨범 '핑크 펀치'를 통해 정식 데뷔한다.

일본 가수 루안(16·RUANN)은 7월31일 한국 데뷔곡 '빕빕(BEEP BEEP)'을 공개했다. 루안은 2003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2015년부터 현지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6월 스스로 제작한 오리지널 EP '스파이스 13 어쿠스틱', 작년 3월 첫 정규앨범 '스크램블 14'를 발표했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3월의 라이온'과 '유레카 7' 극장판 엔딩 테마곡을 담당한 싱어송라이터다. 작사, 작곡과 기타, 피아노 등 악기 연주 실력을 인정받아 일본 밴드 '원오크락(ONE OK ROCK)' 콘서트 오프닝 무대에 서기도 했다.

지난 2월 '네온(NEON)'으로 한국 데뷔한 일본 가수 유키카(26)는 7월9일 시티팝 장르의 새 싱글 ‘좋아하고 있어요’(Cherries Jubiles)를 발매했다.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된 그룹 '허니팝콘'은 7월5일 한국에서 두 번째 앨범 '디에세오스타(De-aeseohsta)'를 발매하고 활동 중이다.

다만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윤종신(50)의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던 일본 가수 다케우치 미유(23)는 악화된 한일 관계로 인해 미뤘다. 일본 그룹 'AKB48' 출신 다케우치 미유는 한일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을 결성시킨 케이블 음악 채널 엠넷 '프로듀스48' 파이널까지 진출한 실력자다.

◇일본가수들, K팝 진출 왜?

【서울=뉴시스】 루안. 2019.08.06. ⓒ스포트라이트    

루안 ⓒ스포트라이트

한일 관계가 최악이지만 작년과 올해 점화된 '제3의 한류'의 중심축인 일본의 K팝 음반·콘서트 시장은 아직까지 굳건하다. K팝스타의 콘서트가 잇따라 예정돼 있고 매진을 기록 중이다. 특히 현재 K팝 팬덤은 정치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10, 20대 중심으로 구축이 돼 있다.

일본을 자주 오가는 한류 기획사 관계자는 "1차 한류를 주로 소비한 중장년층은 정치, 경제에 민감했지만 3차 한류를 주로 소비하는 젊은 일본인들은 한일간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음악뿐 아니라 핫도그, 치즈 닭갈비, 화장품 등 한국문화에 익숙해져 있어 최근의 상황에도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K팝 음악 자체의 완성도에 대한 호감도 높다. 루안은 한국 데뷔에 앞서 방탄소년단(BTS),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 K팝 그룹의 커버곡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주목 받았다. 한국에서 버스킹 공연을 열기도 했다.

평소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케우치 미유는 올해 1월 윤종신이 소속된 미스틱 스토리에 연습생으로 들어오고 싶다며 그를 찾아왔다.

윤종신은 5일 인스타그램에 다케우치 미유와 작업한 곡의 발표를 미룬다는 소식을 전하며 “진심을 가지고 성실히 연습생으로서 노력하는 자세와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느껴졌고 전 미유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썼다.

그럼 왜 일본 남자 가수가 아닌 여자 가수의 국내 데뷔가 이어지는 걸까. 일본 아이돌을 비롯한 남성 가수들은 K팝 가수들과 비교해 퍼포먼스적으로 역동성이 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력을 호소할 여지가 덜하다는 얘기다.

반면, 일본 여자 가수들은 실력이 완전한 상태로 데뷔하지 않아도 함께 성장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쉬워 비교적 데뷔가 수월하다.

【서울=뉴시스】 유키카. 2019.08.06. ⓒ에스티메이트    

유키카 ⓒ에스티메이트

◇일본 여자가수들, 한일 경색 뚫을까?

우리나라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이어 일각에서는 일본 문화마저 보이콧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달 예술의전당에서 일본 탱고밴드 '쿠아트로시엔토스'가 연주를 할 때 객석의 누군가가 일본인 비하 발언을 내뱉었다는 목격담이 있지만, 아직까지 큰 소동은 없다.

31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보사노바, 애니메이션을 만나다'에 출연 예정인 일본 보사노바 듀오 '나오미 & 고로', 11월2일 오후 6시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내한공연하는 일본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에 대해서도 반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온라인에서 일부 네티즌들이 일본 가수에 대해 도를 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룹 '트와이스' '아이즈원'에 포함된 일본인 멤버에게 과한 악플을 일삼는 것도 상식 밖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에서 데뷔한다는 이유 만으로 일본 가수 루안의 기사에는 막무가내식 댓글들이 달렸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윤종신은 다케우치 미유와 작업한 곡의 발매를 미뤄야 했다. 그는 "일본 아베 정부와 우익의 망언이 나오기 시작했고, 사태는 급속도로 악화되고 월간 윤종신은 많은 고민 끝에 이 노래의 출시를 결국 연기 하고 훗날을 기약하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윤종신·다케우치 미유. 2019.08.05. ⓒ인스타그램 캡처   

다케우치 미유, 윤종신 ⓒ인스타그램 캡처


"잘못된, 그릇된 판단과 사고 그리고 가치관 역사관을 가진 그 사람들이 이런 생각치도 않은 창작자들에게 상처와 피해를 준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K팝에 몸 담게 된 일본 가수들의 한국 매니지먼트사들은 한국이 제작했다는 것을 강조하며 현재 한일 관계의 불똥을 피해가려는 형국이다.
 
루안의 한국 매니지먼트사 스포트라이트는 "루안의 한국 정식 데뷔곡 '빕빕'은 작사, 작곡부터 녹음,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프로덕션 전 과정을 한국에서 한국 뮤지션들과 함께 했다. 한국의 작사, 작곡가, 프로듀서들은 루안의 노래를 들어보고 흔쾌히 곡 작업을 수락했다"고 강조했다. "꾸준히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뮤지션으로 성장하는 루안의 모습을 보여드릴 계획"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대중음악평론가 문용민(필명 미묘)씨는 “아무래도 대중이 공분을 쏟아낼 대상으로 지목될 위험이 있어 민감한 상황인 것 같다"며 최근 한일관계의 영향을 받고 있는 대중음악계의 분위기를 짚었다.

"일본에선 현세대 K팝 팬들은 정치 이슈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 듯하지만, 장기화되면 다국적 팬덤간의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인 멤버들을 대중이 학대하는 형태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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