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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새 농업장관, 마초 정치 깨부술 女風 주역 될까?

등록 2019.09.11 17: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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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분은 열정적인 파랑. 기분 존중하라"…의상 논란 받아쳐

女정치인 외모 품평 일반적이던 伊 마초 분위기서 변화

【로마=AP/뉴시스】 지난 5일(현지시간) 농업부 장관 내정자 '테리사 벨라노바'가 새로운 내각 인사들과 주세페 콘테 총리가 첫 대면하는 자리에서 입고 온 새파란 원피스를 놓고 설전이 일었다. 유명 언론인이 벨라노바 내정자의 사진과 함께 "축제인가? 아니면 핼러윈?"이라는 트윗을 게시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벨라노바 내정자는 "진정한 우아함은 누군가의 기분을 존중하는 데서 나온다. 이날 나는 정열적인, 전율이 이는 파란 기분이었고 (이 의상은) 내가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다"고 답했다. 2019.9.11.

【로마=AP/뉴시스】 지난 5일(현지시간) 농업부 장관 내정자 '테리사 벨라노바'가 새로운 내각 인사들과 주세페 콘테 총리가 첫 대면하는 자리에서 입고 온 새파란 원피스를 놓고 설전이 일었다. 유명 언론인이 벨라노바 내정자의 사진과 함께 "축제인가? 아니면 핼러윈?"이라는 트윗을 게시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벨라노바 내정자는 "진정한 우아함은 누군가의 기분을 존중하는 데서 나온다. 이날 나는 정열적인, 전율이 이는 파란 기분이었고 (이 의상은) 내가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다"고 답했다. 2019.9.11.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11일(현지시간)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하는 이탈리아 새 연정에 여풍이 불고 있다. 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것은 이탈리아 농업 노동자 조합장 출신인 농업부 장관 내정자 테리사 벨라노바(61).

대부분의 국가가 그렇지만 이탈리아의 정계는 특히나 마초적이다. 19세기 후반 이탈리아가 현재의 국가 형태를 갖춘 이후 등장했던 58명의 총리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인근 국가인 영국, 독일 등에서 걸출한 여성 총리가 나왔던 것과 상당히 대비된다.

BBC는 그러나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 좌파 민주당 연정에서 조용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상원에서 승인된 이탈리아 새 내각 명단에 따르면 여성 장관은 총 7인. 20명이 넘는 전체 내각 인사 중 30%를 웃도는 숫자다. 지난 내각에서 여성 인사가 5명이었던 것에 비해 근소하게 늘었다.

여성 장관들의 지위도 변했다. 비주류 부서에 형식을 맞추느라 앉혔던 '장식형' 여성 장관에서 힘과 리더십이 넘치는 장관이 등장했다.

이탈리아 내각에 새로운 분위기를 이끄는 인물로는 민주당 소속의 상원의원인 벨라노바 농업부 장관 내정자가 꼽힌다.

지난 5일에는 벨라노바 내정자가 새로운 내각 인사들과 주세페 콘테 총리가 첫 대면하는 자리에서 입고 온 새파란 원피스를 놓고 설전이 일었다.

유명 언론인이 벨라노바 내정자의 사진과 함께 "축제인가? 아니면 핼러윈?"이라는 트윗을 게시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많은 이탈리아 시민들은 언론인의 무례한 발언을 지적했고 그의 성차별적 사상과 남성 우월의식을 꼬집었다.

벨라노바 내정자는 "진정한 우아함은 누군가의 기분을 존중하는 데서 나온다. 이날 나는 정열적인, 전율이 이는 파란 기분이었고 (이 의상은) 내가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다"고 답했다.

이탈리아 루이스 대학의 정지학 교수는 이탈리아에서는 여성 정치인의 외향, 의상 등에 대한 비평이 상당히 일반적인 편이라며 "여성 정치인의 외모에 대한 비판에 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탈리아에서 뭔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으로 내각의 요직에 여성이 들어왔다. 과거에도 비슷한 수의 여성 각료가 있었지만 이들이 (남성 각료와) 같은 힘을 발휘했다고 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내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여성 인사에는 내무장관으로 지명된 루치아나 라모르게세가 있다.

지난 내각에서 하원의장을 지낸 여성 정치인 라우라 볼드리니는 "올해 66세인 라모르게세 내정자는 마테오 살비니 전 내무장관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매우 유능하며 균형 잡힌 사람이다"고 말했다.

매 시간 셀카를 올리던 살비니 전 장관과는 달리 라모르게세 지명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도 없다.

볼드리니는 "새로운 정부는 살비니 전 부총리 시대와 달리 의사를 표현할 새로운 화법이 필요하다"며 이젠 살비니 시대의 혐오 발언들이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이탈리아가 시작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볼드리니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남성의 몫이다. 여성은 여전히 이탈리아의 가장 높은 자리(총리)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볼드리니는 "하지만 여성들은 점점 더 큰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면서 "라모르게세 지명자 외 토리노의 키아라 아펜디노 시장,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 이탈리아 내각 밖의 인사들도 주시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볼드리니는 이어 "언제일지 모르지만 매우 빠른 시일 내 이탈리아에서도 여성 총리가 나오길 희망한다. 이제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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