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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연 예술감독 "아리랑, 우리민족 살아있는 감성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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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0-06 10:38:52
아리랑페스티벌 11~13일 서울 광화문광장서 펼쳐
"민간재원 공공축제..크라운해태 후원등 기업 협찬"
김덕수 사물놀이 세계화 앞장 공대 출신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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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연 예술감독 ⓒ서울아리랑페스티벌조직위원회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아리랑은 단순한 선율에서도 짠한 무엇을 줘요. 음악가들도 그 선율에서 깊이가 느껴진다고 입 모아 말하죠."

아리랑은 변형의 마법을 부린다. 원천으로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전국적으로 아리랑 보존회가 100여개가 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2019 서울아리랑페스티벌' 사무국이 있는 서울 남영동 크라운해태 본사에서 최근 만난 주재연(54) 예술감독은 아리랑의 힘을 믿었다. "아리랑의 근원적인 것을 믿고 새로운 작업을 하는 것이 축제의 목적"이라고 했다.

올해 페스티벌은 11∼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펼쳐진다. 2013년부터 서울시와 서울아리랑페스티벌조직위원회가 아리랑의 UNESCO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기념해 열어오고 있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광화문, 아리랑을 잇다'다. 조선시대 궁중문화와 서민문화가 함께한 광화문을 재조명한다.

아리랑은 조선말기 흥선 대원군의 경복궁 중수가 계기가 돼 전국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국 인부가 모여 민요를 교류했다는 것이다.

주 감독이 아리랑페스티벌을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하는 이유다. 이번에는 주제까지 '잇다'로 정했다. 밀양, 진도 등의 아리랑 보존회 40여개가 상경해서 자신들의 아리랑을 들려준다.

주 감독은 사물놀이·판소리를 세계 곳곳에 선보이다가 아리랑에 빠졌다. 아리랑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게 되고, 같이 따라 부르는 사람들을 목격하면서부터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인들을 향해 아리랑을 불러 주는 경우가 많아요. '나는 당신의 문화를 존중한다'는 뜻으로 아리랑 코드를 가져오는 거죠. 아리랑이라는 단순한 민요 속에 감춰진 힘, 네트워크, DNA를 발견한 겁니다."
 
주 감독은 사물놀이 창시자인 김덕수 명인과 함께 사물놀이 세계화에 앞장 선 주인공이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후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다 회사를 뛰쳐나왔다. 주변에서는 미쳤다고 말렸지만 주 감독은 "아깝지 않았다"고 했다. 1993년 김덕수 사물놀이 한울림예술단에 입단하면서 문화기획자의 삶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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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생활은 정적이었어요. 혼자 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며 '놀고 싶었다'고 할까요. 하하. 공대에서는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더 많았죠. 문화기획은 '맨 땅에 헤딩'을 하는 것이라 작은 봉우리에 깃발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여권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특권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엄청난 해외 공연을 다니면서 안목을 키웠다. 조명, 음향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우니 신천지가 열렸다. "공대 출신이라는 점이 악기마다 마이크 주파수를 최적화해야 하는 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는 했어요. 하하. 하지만 유치원생이 처음 한글을 읽을 때의 신세계를 다시 경험했죠."

'아리랑 페스티벌'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민간 재원의 공공축제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공동주최일 뿐 예산은 지원하지 않는다. 크라운해태가 후원사로 나서고 다양한 기업이 협찬사로 힘을 보탠다.

"독립적인 축제 조직이 만들어져야 해요. 우리나라 축제의 90% 이상은 공공자금이 투입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축제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죠. 2, 3개원 전에 입찰을 해서 운영대행사를 선정하고, 행정적인 사고 없이 잘 끝나면 되는 거죠. 비전이 없는 구조예요."

문화기획자에 대한 박한 대우도 문제다. "기획을 하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 문화 탓이죠."

우리 문화를 알리는 주 감독의 노력은 부단히 이어진다. 지난 5월 궁중문화축전 예술감독을 맡기도 한 그는 모든 공연의 형식이 다 녹아 있는 무속을 주제로 한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전통 문양과 문화 상징을 활용한 MD 상품 제작을 위해 디자인도 공부하고 있다.

동시에 아리랑축제에도 주력한다. "원천으로서 아리랑, 미래에 중요할 가치를 가진 아리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통일이 되면 우리의 국가는 아리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민족이 살아 있는 한 감성의 뿌리 같은 거죠."

아리랑이 소중하다고 천번만번 이야기를 해봐야 소용없다. 특히 젊은 세대는 '나하고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로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이론으로 습득하는 것이 아닌, 경험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 감독은 강조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젊은 사람들이 응원하면서 아리랑을 많이 불렀잖아요. 한의 노래였던 아리랑의 기운이 바뀐 순간이었죠. '놀다 보니 아리랑이네', 그게 제가 바라는 거예요."

한편 이번 아리랑페스티벌 개막일에는 단체 의식 무용 '팔일무'(八佾舞), 천상의 소리로 통하는 전통음악 '수제천'(壽齊天)이 선보인다. 김덕수와 명창 안숙선, 색소포니스트 볼프강 푸쉬닉, 베이시스트 자말라딘 타쿠마 등이 뭉친 '아리랑 슈퍼밴드'도 주목 할 만하다. 두 번째 날에는 '광화문뮤직페스티벌'이라는 타이틀 아래 힙합듀오 '다이나믹듀오', 록밴드 '딕펑스'와 '솔루션스' 등이 젊은 아리랑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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