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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스님 "답은 구하는 게 아니라 답으로서 살게 되는 것"

등록 2019.10.29 17: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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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출간

"사람과 세상은 이미 그대로 답"

원제 스님

원제 스님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사람과 세상은 이미 그대로 답입니다. 사람이 당연히 질문을 멈출 수 없지만 종국에는 질문이 끝나게 됩니다. 답은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답으로서 살게 되는 것입니다. 답을 정해서 고정시키려고 하지 않으면 이미 답은 펼쳐져있어요."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의 저자 원제(40) 스님은 "고정된 실체는 없다"고 강조했다. 13년의 수행 기록을 담은 책이다. 삶에 대한 의문을 꿰뚫는 본질, 수행 과정에서 겪은 성찰이 실렸다.

원제 스님은 "자신을 비우고 전체를 인식하는 것이 수행"이라면서 "그렇게 하면 순간순간이 진실한 인연으로 돌아온다. 삶이 가벼워지고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주인공을 찾는다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주인공 찾기에 실패했을 때 오히려 주인공을 찾게 된다. 사람을 대할 때 이런 식의 인식이 강하다."

섬세한 필치로 일상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갔다. 잠언집과 같은 책으로도 볼 수 있다. 그의 인생이 오버랩되며 깊은 울림이 있다. "요즘 사람들이 굉장히 똑똑하다. 진정성은 상대방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솔직하게 다가가야 한다. 나를 적나라하게 까발린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원제 스님 "답은 구하는 게 아니라 답으로서 살게 되는 것"

원제 스님은 김천 수도암에서 정진 중이다. 서강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하면서 불교를 접했다. "서강대에 종교학과가 있는 줄 몰랐다"며 "성균관대를 다니다가 수능을 봤다. 서강대에 들어갔는데, 종교학이 재미있었다. 거기서 불교를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고등학생때는 대학 입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 내가 그런 좌절을 겪었나 싶었는데, 불교를 만나고서 이래서 헛돌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행을 접하면서 출가가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간의 모든 방황과 실패가 불교를 만나기 위함이라는 걸 확신했지만, '불교의 이해' 학점은 D였다. "A 학점을 받았으면 출가하지 않았을 것 같다. D를 받은 건 시험장에서 백지를 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은 생각때문이었다. '교수님, 다음 수업에 또 뵙겠습니다'는 마음이었다. 나를 재정립하고 싶었다."
원제 스님 "답은 구하는 게 아니라 답으로서 살게 되는 것"

'진리를 위해 살겠다'는 일념으로 출가를 결심했다. "당시 여자친구한테 출가를 말하고서 하이힐로 맞았다. 그 때 더 많이 맞았으면 좀 더 착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하. 덜 맞았으니 이 모양이다. 돌아보면 격정의 시기였다."

2006년 해인사로 출가해 도림법전 스님의 제자가 됐다. "부처님이 맞는데, 당시에 부처님이 아니라 '이 사람'으로 느껴졌다. 이 사람이 진짜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선원에서의 수행은 녹록지 않았다. 힘든 마음에 세계 일주를 결심하고 행동에 옮겼다. 2012년 9월부터 2년여간 티베트 카일라스를 시작으로 5대륙 45개국을 돌았다. "세계일주가 희소하지만 스님이라고 해서 못 할 것은 없다. 내가 전략가 같은 면모가 있다. 알차게 써내면 스님에 대한 나쁜 편견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제 스님 "답은 구하는 게 아니라 답으로서 살게 되는 것"

세계일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덴마크 정신과 의사 브라이언을 만난 것을 꼽았다.

원제 스님은 "브라이언이 한국에 왔을 때 수도암에서 지냈다"며 "나는 세계일주 중에 덴마크에 갈 생각이 없었는데, 브라이언이 자꾸 자신이 사는 도시에 오라고 했다. 내가 안 간다고 거절했는데, 이 친구가 휴가까지 냈다. 황송한 마음이 들어서 결국 만났다"고 회상했다. "나는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는데, 브라이언에게는 자기 삶 전체를 증명해줄 사람이 온 것이었다. 동양에서의 수양자가 왔기 때문에 자기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수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진정성이다. "자기 마음에 대한 진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것이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대한 진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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