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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하나둘셋 김치~' 세카이노 오와리의 노래 또 통했다

등록 2019.11.03 11: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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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카이노 오와리 후카세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세카이노 오와리 후카세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비가 그친 정원에 꽃이 피었어(雨が止んだ  庭に  花が  咲いてたんだ) / 이제 분명 괜찮아(きっと  もう  大丈夫) / 맞아, 다음 비가 오는 날을 위해(そうだ,  次の  雨の日のために) / 우산을 찾으러 가자(傘を探しに行こう)"

2일 오후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일본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의 '레인'이 울려 퍼지는 순간, 돌연 눈시울이 붉어졌다.

총 5번 내한 중 벌써 3번째 이들의 공연을 지켜봤는데도 마음은 몽글몽글해졌다. 세카이노 오와리의 음악은 맑은 보컬과 몽환적인 멜로디를 자랑한다. 

이면에는 아픔이 녹아 있다. 정신질환과 집단 따돌림 등 결코 유쾌하지 않은 성장통을 겪은 멤버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이들의 음악이 시작됐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정신병동 신세를 진 리더 겸 보컬 후카세(34)는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위해 정신과의사를 꿈꿨다. 지금은 노래로 꿈을 대신 이뤘다.

후카세 외에도 나카진(34·기타), 사오리(33·피아노), DJ러브(34) 등 세카이노 오와리 나머지 멤버들도 정신질환과 집단따돌림 등 결코 유쾌하지 않은 성장통을 겪었다. 자전적인 스토리로 시작된 이들의 음악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사오리

사오리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사오리의 소설 '쌍둥이' 역시 왕따나 우울증의 어려움을 딛고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있게 된 두 청소년의 이야기다.

결국 세카이노 오와리는 '세상의 끝'(世界の終わり)이라는 뜻의 심오한 밴드 이름처럼 삶의 희망의 메시지를 노래한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과 메시지는 연대로 수렴된다. 

3200명이 가득 채운 객석에서 일제히 든 스마트폰 플래시가 밤하늘 별빛을 연상케 한 본 공연 마지막 노래 '스타라이트 퍼레이드'에서 "우리를 데려 갔던 저 세계(僕たちをつれて行ったあの世界) / 우리들은 찾아서 가는 거야(僕たちは探していくんだ)"라고 합창할 수 있는 이유다.

앙코르를 바라며 팬들끼리 합창한 세카이노 오와리의 대표곡 'RPG'도 마찬가지다. "하늘은 파랗고 맑아서 바다를 향해 걸어가(空は青く澄み渡り海を目指して歩く) / 무서울 건 없어 우린 이제 혼자가 아냐(怖いものなんてない僕らはもう1人じゃない)"라는 후렴구를 돌림노래처럼 스무번가량 외쳐도 전혀 지겹지 않았다.  

약 1년3개월 만에 내한한 세카이노 오와리는 매번 단독 내한공연이 매진되는 등 한국에서 상당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인간 본성을 짚고 위로의 메시지는 던지는 밴드인데다가, 친한 성향의 밴드여서 한일 냉각기에도 거부감이 없다.

러브, 나카진

러브, 나카진

매번 내한 때마다 한국어로 소통하기 위해서도 힘쓴다. 공연은 물론 공식석상에서도 항상 삐에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러브의 한국어 실력은 출중하다. 이날 사오리의 일본어를 명확한 발음으로 통역해주기도 했다. 한국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나카진은 "한국에 올 때마다 밝은 에너지를 얻어간다"고 했다.

멤버들은 "우리가 모두 친구인 것처럼 노래"하게 만드는 마법의 '드래곤 나이트(Dragon Night)'를 앙코르 첫 번째로 들려준 뒤 팬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을 때 "하나둘셋 김치~"를 외쳤다.

이후 '은하거리의 악몽'(銀河街の悪夢), '모든 것이 부서진 밤에'(すべてが壊れた夜に)를 끝으로 모든 공연이 끝났다. 대형 스크린이 200여개의 작은 모니터로 바뀌었는데 그 속에는 삶의 여러 정경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왓 어 뷰티풀 월드(What a beautiful world)'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이 아름다운 세상이여. 

'드래곤 나이트'를 다시 흥얼거린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싸움도(終わりの来ないような戦いも) / 오늘 밤은 휴전의 불꽃을 지펴(今宵は休戦の証の炎をとます)" 그래, 음악은 만국의 공용어라고 끊임없이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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