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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 협상 결국 파행…항목·총액 놓고 '정면 충돌'

등록 2019.11.19 18: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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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美측 자리 떠나 조기 종료

드하트 대표 "공정·공평 분담에 韓 호응 안 한다"…재고 요구

정은보 대표 "美 새 항목 신설 등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28년간 합의한 SMA 틀에서 상호 수용가능한 분담 이뤄야"

SMA는 韓근로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만 배정

분담금 액수·항목 입장 차 첨예…연내 협정 체결 불투명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제임스 드하트 미국측 방위비 협상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미국대사관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주한미국대사관 제공) 2019.11.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제임스 드하트 미국측 방위비 협상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미국대사관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주한미국대사관 제공) 2019.11.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국현 이혜원 기자 = 한국과 미국이 내년에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결국 정면 충돌했다.

미국이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새로운 항목 신설을 통한 대폭 증액을 요구한 반면 한국은 28년간 한미가 부담해온 SMA 틀 안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며 한미간 협상이 이례적으로 파행을 빚었다. 다음 협상 일정이 잡혀 있지만 한미 간 입장차가 극명하게 표출되며 연내 11차 SMA 체결 전망도 불투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를 수석대표로 하는 한미 대표단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서울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 회의를 진행했다.

한미는 전날 4시간 동안 협상을 진행하며 각자 입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이후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틀째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대표단이 자리를 뜨면서 1시간 만에 협상은 종료됐다.

이후 드하트 대표와 정은보 대표가 잇따라 공개 브리핑을 통해 협상 중단 배경을 설명하고 나섰다. 한미가 지난 1991년부터 SMA 협상을 진행하며 중간에 협상을 중단하고, 잇따라 브리핑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11.1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11.19 [email protected]

드하트 대표는 협상 조기 종료 직후 서울 용산 남영동 아메리칸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불행히도 한국 측 제안은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이라는 우리 요구에 호응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한국 측에 재고할 시간을 주기 위해 오늘 회의를 급하게 끝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훌륭한 동맹 정신 안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을 기대한다"며 "한국 측이 상호 신뢰와 동맹자 관계를 기반으로 임할 수 있을 때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 역시 서울 도렴동 외교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원칙적인 측면에 공정하고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을 천명하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 측의 전체적인 제안과 저희가 임하고자 하는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 측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이 대폭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 측은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온 방위비 분담금협정(SMA) 틀 내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19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19.11.19.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19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19.11.19. [email protected]

한미는 공식적으로 상호 제안 내용을 공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드하트 대표가 3차 협상에 앞서 지난 5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을 비공식 방문해 정치권과 언론 등을 잇따라 만나 건넸던 이야기를 종합하면 분담금 총액과 신규 항목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내년에 한국이 부담할 분담금으로 올해 1조389억원보다 5배 이상 많은 50억 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기존 SMA 항목 외에 역외 훈련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주한미군 인건비 중 수당과 군무원 및 가족지원 비용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제10차 SMA 협상에서도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작전지원'이라는 항목을 도입하자고 주장했으나 한국은 방위비 협상 원칙상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현재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따르면 분담금은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3가지 항목에 대해서만 배정하고, 지원한다. 이를 토대로 한국 정부는 기존 SMA 틀 안에서 합리적이고 공평한 수준의 분담금 협상을 진행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이 열리고 있는 19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경찰 병력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19.11.19.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이 열리고 있는 19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경찰 병력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19.11.19. [email protected]

정은보 대표는 "새로운 항목을 기본적으로 희망하는 것은 미국 측이다. 그런 부분과 관련해서 (한국은)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방위비 분담금 총액과 항목은 서로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10차 SMA 적용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한미 모두 연내에 11차 SMA를 타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분담금을 놓고 상당한 견해 차이를 드러내면서 연내 타결 전망도 불투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협상 기한이 12월까지 남아있는 상황에서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 결렬됐다는 식의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트럼프 정부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협상 방법"이라며 "한국이 첫 방위비 협상국이므로 팔을 비틀어서라도 연말까지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이전 협정과 달리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짚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물리적으로 금액 차이가 컸고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예고된 파행"이라며 "미국이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보다는 길들이기나 주도권 잡기 차원에서 협상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연내 타결에 연연하지 말고 내년에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복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 등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 대표는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는 한 번도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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