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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거대 플랫폼 기업' 정조준 공정위가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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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1-17 13: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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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디지털 경제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겠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4개월 차를 맞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전하는 메시지다.

조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처음 맡은 사건은 '애플코리아의 통신사 대상 광고비 갑질'이었고, 취임 1개월이 갓 지난 지난해 10월11일에는 '플랫폼 경제의 경쟁 정책' 세미나를 열어 "플랫폼 기업의 부당한 독과점을 적극적으로 규율할 필요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로부터 한 달가량 뒤인 11월18일에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불공정 거래 행위 조사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ICT 전담팀'을 출범시켰다. 11월28일에는 '유통 분야 공정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업계 관계자 간담회'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아닌 ICT 기반 유통 스타트업 마켓컬리에서 열었다.

취임 100일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는 "구글의 독점력 남용 행위를 2020년에 처리하고, 4세대 이동 통신(4G)이 5G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반도체 제조사가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지는 않는지 집중적으로 감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5일에는 세계 경쟁 당국 최초로 넷플릭스를 제재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디지털 경제에 과녁을 정조준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 위원장의 입장은 명확하다. 디지털 경제가 발전하면서 거대 플랫폼 기업이 등장했고, 이들이 공정한 경쟁 환경을 훼손하는 일을 막겠다는 것.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은 회원 수에서 나온다. 해당 기업에 쌓이는 데이터는 회원 수에 비례하고, 보유한 정보량이 많을수록 까다로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운영 체제(OS)인 '바다'가 구글 안드로이드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미국의 시장 조사 기관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순위에서 애플·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가 나란히 1~4위를 차지했다. 모두 플랫폼 기업이다. ICT의 발전은 세상을 빠르게 플랫폼화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시장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말은 곧 그 기업이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의해 이미 점령된 시장에서는 새로운 기업이 출현하기 어렵다. 플랫폼 기업의 정체성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승자 독식'이다.

물론 플랫폼 기업에게 독점적 성향이 있다고 할지라도 모든 기업이 문제는 아니다. 새로운 기업 생태계 육성을 시도하는 벤처형 플랫폼 기업들은 더욱 키워야 소비자의 편익도 커진다. 문제는 이미 시장을 독점한 거대 플랫폼 기업이다.

"이긴 자가 전부 가져가는 시장은 절대 공정하지 않다. 플랫폼 기업은 태생적으로 공정위의 존재 이유와 배치되는 셈이다. 플랫폼 기업이 일으키는 문제를 최소화해 한국 경제에서 혁신이 멈추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ICT 전담팀 구성원인 장혜림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의 각오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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