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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늙지 않는 음악'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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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1-18 23:32:38
프레디 머큐리, 생전모습 영상상영···'에~오!' 퍼포먼스
브라이언 메이·로저 테일러, 영원한 현역인 원년 멤버들
램버트, 본인만의 퀸 역사 써내려가
20, 30대 젊은 관객 눈길
메이, 태극기 옷 입고 위윌록유·위아더챔피언 연주·열창
5년5개월 만에 내한공연, 대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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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영국 록밴드 퀸(QUEEN)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퀸' 공연을 하고 있다. 2020.01.18. (사진=현대카드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천체물리학 박사인 영국 록밴드 '퀸'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73)의 주변으로 별빛이 내려앉았다.

18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 안은 우주를 방불케 했다. 내내 연주하던 일렉 기타 대신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의자에 앉은 메이는 퀸의 대표곡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를 들려줬다.

2만여 관객이 일제히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자 은하수 못지않은 정경이 펼쳐졌다. 공연장을 그윽하게 돌아보더니 메이는 "너무 아름답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곡을 부르기 전 객석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90도 숙여 인사한 메이는 일주일 동안 연습했다며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를 외치기도 했다.

이처럼 좋은 음악, 좋은 뮤지션은 공간을 초월해 공감대를 선사한다. 더 아름다운 순간이 펼쳐졌다. 퀸의 보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1946~1991)가 영상 속에서 등장한 것이다. 관객의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합창이 더해져 머큐리, 메이, 관객의 삼중창이 성사됐다.

우주에서 쉽게 돌아올 수 없다. 메이는 자신의 자작곡으로 우주여행에 대한 노래 '39'도 들려줬다. 1950년대 초 영국에서 유행한 장르 중 하나로 재즈, 포크, 블루스 등의 요소가 뒤섞인 스키플(skiffle) 풍의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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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영국 록밴드 퀸이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퀸(QUEEN)' 공연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드러머 로저 테일러, 故 프레디 머큐리를 대신한 보컬 아담 램버트,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2020.01.18. (사진=현대카드 제공)photo@newsis.com
노익장은 끝나지 않았다. 이후 퀸의 드러머 로저 테일러(71)가 옆에 섰다. 테일러가 드럼 없이 '두잉 올라이트'를 목소리로 들려주기 시작했고, 어느새 노란색 옷을 갈아입은 보컬 애덤 램버트(38)가 등장해 열기를 끌어올렸다. 램버트는 약 10년간 퀸 원년 멤버들과 뭉쳐 머큐리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퀸의 시간은 거꾸로 가는 걸까. 결성 43년 만인 지난 2014년 록 페스티벌 '슈퍼 소닉 2014'의 헤드라이너로 같은 멤버로 첫 내한했던 퀸은 5년5개월 만에 두 번째 내한공연이자 첫 단독 공연에서 더 젊어진 무대를 선사했다.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젊은 피'인 램버트가 합류한 이후 젊어진 분위기를 풍겼으나 이번 내한에서는 실제 확 젊어졌다. 어느새 칠순이 넘어선 메이, 테일러의 백발이 나이듦의 증거가 아닌 젊은 에너지의 비밀을 숨기고 있는 눈부신 설원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날 정확히 오후 7시13분에 공연장이 어둑해지고, '왕관'이 상승하면서 퀸의 무대가 시작됐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모자를 쓰고 무대에 오른 램버트, 신선 또는 아인슈타인을 연상케 하는 인자한 표정의 메이, 두 팔뿐만 아니라 온 몸으로 드럼을 연주하는 듯한 역동성을 여전히 간직한 테일러가 거기 있었다.  

물론 팝 역사상 가장 개성 강한 보컬이었던 머큐리의 인장은 여전하다. 하지만 램버트를 그와 여전히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 램버트는 다른 개성으로 현재의 퀸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퀸은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여전히 미래를 향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고, 램버트 역시 그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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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영국 록밴드 퀸이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퀸(QUEEN)' 공연을 하고 있다. 왼쪽은 故 프레디 머큐리를 대신한 보컬리스트 아담 램버트, 오른쪽은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2020.01.18. (사진=현대카드 제공)photo@newsis.com
그랜드 피아노에 걸터 앉아 '킬러 퀸'을 부르며 빨간 부채를 흔드는 램버트는 머큐리와 다른 관능을 보여줬다. '바이시클 레이스'를 부를 때 모터바이크에 앉아 섹시한 엉덩이를 흔드는 그는 본인만의 퀸 프런트맨 역사를 써나가고 있었다. 이제 간담회 때마다 그에게 머큐리와 비교하는 질문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돈트 스톱 미 나우'를 부를 때 낭창거리면서 시원하게 내뿜는 보컬은 또 어떤가. 메이의 질주하는 기타, 심장을 충동질하는 테일러의 드럼이 램버트를 지원사격했다. '아이 원트 잇 올'을 부를 때 램버트의 보컬 송곳 같이 관객의 마음을 찔러 댔다.
 
히트곡 퍼레이드는 공연 내내 펼쳐졌다. '섬바디 투 러브', '크레이지 리틀 싱 콜드 러브', '언더 프레셔', '아이 원트 투 브레이크 프리' 등을 흐를 때 스탠딩석 관객뿐 아니라 지정석 관객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세상에 빛이 있으라, '후 원츠 투 라이브 포에버'를 부를 때 무지갯빛 조명이 마치 하늘처럼 공연장을 뒤덮었다. 이후 램버트의 성스런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우주쇼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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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영국 록밴드 퀸(QUEEN)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퀸' 공연을 하고 있다. 2020.01.18. (사진=현대카드 제공)photo@newsis.com
이날 공연은 명곡 퍼레이드뿐만 아니라 조명, 영상 등의 사용도 수준 높았다. 머큐리를 등장시킨 영상은 물론 다각도로 변신하는 스크린 조각들은 공연장 내 여러 풍경을 만들며 관객들의 몰입감을 극대화시켰다.

메이는 지난 16일 내한 기념 기자회견 때 한국의 셀카봉을 이야기하면서 자신들의 무대에서 진일보한 기술을 보여주겠다고 예고했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퀸이 이날 공연 막바지에 부른 '쇼 머스트 고 온'처럼, 퀸의 쇼가 왜 계속돼야 하는지를 실증적으로 증명하는 공연 구성이었다.

'팻 바텀 걸스'의 경쾌한 로큰롤을 거쳐 다시 우주쇼 같은 조명이 내뿜고 '라디오 가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관객들의 리듬을 타는 박수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다시 공연장이 어두워지고 듣기만 해도 전율이 흐르는 화음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드디어 나왔다. 재작년 말과 작년 초 전국 스크린에 상영되며 1000만 가까이 관객을 모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인해 퀸은 국내에서 재조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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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영국 록밴드 퀸(QUEEN)이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퀸' 공연을 하고 있다. 2020.01.18. (사진=현대카드 제공)photo@newsis.com

램버트의 낭창한 목소리, 메이의 끓어오르는 기타, 테일러의 감정을 충동질하는 드럼 그리고 객석의 합창은 곡의 드라마틱 전개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공연장이 다시 어두워졌다. 한동안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앙코르"를 외쳤다. 시간은 어느새 35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퀸하면 1985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팝스타들의 자선 공연 '라이브 에이드'를 빼놓을 수 없다. 내로라하는 뮤지션이 총출동한 이 공연에서 주인공은 머큐리와 퀸이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도 해당 장면이 나왔다. 작년 6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할 당시 멤버 진이 웬블리에서 머큐리가 했던 '에~오!' 퍼포먼스를 재연, K팝 팬들 사이에서 크게 회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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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영국 록밴드 퀸이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퀸(QUEEN)' 공연을 하고 있다. 왼쪽은 故 프레디 머큐리를 대신한 보컬 아담 램버트, 오른쪽은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2020.01.18. (사진=현대카드 제공)photo@newsis.com
이날 고척스카이돔에서도 해당 장면이 영상 속에서 재현됐다. 머큐리는 다양한 '에오' 애드리브로 관객들이 따라하도록 유도했고, 그 호응은 2020년에도 재현됐다.

이후 램버트는 왕관을 쓴 채, 메이는 태극기가 큼직하게 박힌 흰색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그리고 '위 윌 록 유'를 선사했다. 객석에서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관객은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치며 다시 공연이 시작된 듯한 열기에 휩싸였다.

드디어 그 노래를 들을 순서다. 아마 콘서트 마지막곡으로는 지구 최강일 '위 아 더 챔피언' 차례인 것이다. 상당수 관객들의 오른팔이 공중으로 번쩍 올라갔고, 주먹들까지 불끈 쥐었다. 그렇게 이날 공연에 함께 한 이들 모두 챔피언이 돼 공연의 마침표가 찍혔다.

역시 지켜봤었던 5년5개월 전 퀸의 첫 내한공연도 충분히 멋졌다. 당시 멤버들이 "프레디를 기리기 위해 다 같이 부르자"면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를 부르는 순간 스크린 속 머큐리의 모습과 노래는 영원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부르는 램버트의 목소리 위에 머큐리가 이 곡을 부르는 영상이 겹쳐졌었고, 역시 '위 윌 록 유', '위 아 더 챔피언'이 이어진 순간 공연장에 운집한 이들은 모두 챔피언이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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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영국 록밴드 퀸(QUEEN)이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퀸' 공연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故 프레디 머큐리를 대신한 보컬 아담 램버트, 드러머 로저 테일러,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2020.01.18. (사진=현대카드 제공)photo@newsis.com
그런데 대외적으로 이번과 같은 주목도는 없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퀸 열풍을 일으킨 뒤 이들에 대한 호응이 극대화됐다. 관객층도 확연히 젊어졌다. 첫 내한 때는 중장년층이 꽤 눈에 띄었다. 인터파크티켓에 따르면 이번 공연 20대 예매율은 37.2%, 30대 예매율은 33%를 기록했다. 

중요한 것은 퀸은 여전히 현역이라는 점이다. 멜로디컬한 이들의 대표곡은 언제 들어도 귀에 감기는 명곡이다. 엄마, 아빠 그리고 갓 초등학생이 돼 보이는 아이로 구성된 가족이 퀸의 플래카드를 들고 공연장 앞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늙지 않은 음악'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퀸의 시간은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옛날,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현역일 '영원의 음악'을 지녔다. 그러니 늙지 않을 수밖에. 우리도 퀸의 음악을 내내 들으며 젊음의 비밀을 공유할지어다. 

19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공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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