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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람들은 '돌림병' 어떻게 대처?…'격리' 밖에 없었다

등록 2020.03.05 09: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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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웹진에 '본원적 공포…' 특집

공동체 사회서 추방된 환자들 공포·소외감 막심

"격리가 곧 '사회적 백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

【안동=뉴시스】김진호 기자 = 안동 권씨 가일문중 묘에서 출토된 만장을 복원하고 있다. 2018.11.26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photo@newsis.com

【안동=뉴시스】김진호 기자 = 안동 권씨 가일문중 묘에서 출토된 만장을 복원하고 있다. 2018.11.26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email protected]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한국국학진흥원이 '본원적 공포 vs 만들어진 공포'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3월호를 발행했다.

5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이번 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위중한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공포'를 주제로 삼았다.

'본원적 공포'가 전염병 자체가 갖고 있는 위험성이라면, '만들어진 공포'는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공포다. 치료에 대한 차별이나, 병 걸린 자에 대한 차별, 전염에 대한 가능성과 두려움으로 기침하는 자에 대해 경계하는 등 비이성적인 공포를 확산한다.

조선시대 선현들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1616년 7월 17일 '조성당일기'의 저자 김택룡의 집으로 한 발광한 사내가 뛰어들어 난동을 부린다. 그는 정희생이라는 양반으로 얼마 전 집안에 감염병이 크게 발생하자 온 마을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됐다.

서럽고 억울한 마음에 이와 같은 난동을 벌인 것이다. 김택룡이 겨우 달래서 돌려보냈지만 다음날에도 찾아와서 문앞을 서성이다 돌아갔다. 이날 밤 정희생의 어머니가 밤나무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는다.

감염병 치료에 대한 의료 수준이 현저히 낮았던 조선시대에는 마을에서 돌림병이 돌 때 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감염병 환자들을 멀리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김택룡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마을에서 내쳐진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을 자세히 기록했다.

이웃사람들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야했던 조선시대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격리', 공동체에서 추방된 이들이 겪은 공포와 소외감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컸다.
감염병으로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머니와 넋을 잃은 아들 (그림=정용연)

감염병으로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머니와 넋을 잃은 아들 (그림=정용연)

김택룡은 이 일을 몹시도 참담하게 여겨 목숨을 끊은 정희생의 어머니 장례를 일가 사람들이 함께 모신다는 훈훈한 기록을 남겼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와 경계심은 고금이 마찬가지이지만 실제로 대처하는 자세는 달랐다. 검역과 치유의 수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감염병에 따른 피해는 훨씬 컸다. 특히 양란(兩亂)을 겪은 조선 후기 사회는 감염병과 기근(飢饉)의 연속이었다.

 조선시대 기록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당시의 재난 상황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의료수준이나 방역수준에서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도 역병이 도는 고을을 돌보려 애쓴 관리가 있었다. 사람의 도리를 고민한 청년도, 홀로 남아 환자를 구료(救療)한 여성도 있었다.

강선일은 웹진 담談 3월호에서 '사재기와 소문, 그리고 혐오:진짜 공포는 무엇인가-감염병에 대처하는 조선의 자세에 비추어'라는 글을 통해 조선시대 감염병 재난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한 장면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한 장면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제문에 담겨진 지방관 이민구의 간절한 호소, 한 사람의 백성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녹봉을 희사(喜捨)하고 이웃 고을에까지 곡식을 빌려 진휼에 힘쓴 운봉현감, 돌림병이 돌 때마다 병막에 자원해 나가 환자를 돌보았던 수많은 의원과 의녀들, 최신의 의서와 의약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 위정자들이 그들이다.

강선일은 ‘격리’가 최선일 수밖에 없었던 사회에서 이들의 노력은 그 사회가 그 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 '사회적 백신'이었고, 그 백신은 오늘날의 감염병 앞에 서 있는 우리 사회에서도 유효하다고 이야기한다.

시나리오 작가 홍윤정은 '인포데믹 시대의 공포'라는 글을 통해 지난해 방영됐던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을 사례로 든다. 돌림병 에피소드를 통해 거짓 정보들이 증폭시킨 공포를 이야기한다.

홍 작가는 사람이기에 병에 대한 공포는 본원적이지만 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불확실할 때 병에 대한 거짓 정보는 이 본원의 공포를 증폭시킨다고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포는 차별, 배제, 혐오, 수탈, 횡령, 매점매석 등 각종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여기서 또 다른 공포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돌림병이란 재난을 두고 경제적, 정치적 손익 계산에 앞서 '바른 정보는 공유하고 예방하는 것, 박수 치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잠시 누르고 걱정해주는 것'이 바이러스의 유행과 공포의 팽배를 막기 위해서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번 호 웹진 편집장을 맡은 조경란 연구원은 "조선시대 감염병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 때 그 사람들이 재난을 이겨냈다는 것을 기억하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서로를 돕는 데 있었다는 것을 가슴에 품게 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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