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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검찰의 이재용 영장청구 놓고 "인권보호 역행, 검찰 개혁 취지 훼손" 비판

등록 2020.06.04 13: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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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심의위 도입 후 절차 진행중에 첫 구속영장 청구

"인권보호 자체와 검찰 개혁 취지까지 훼손하고 무력화"

구속영장 청구는 심의대상 아냐...규정 맹점 악용 지적도

"구태여 이런식으로...작정하고 잡아넣으려고 목적 정한듯"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0.05.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0.05.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지난 2일 이 부회장 측이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뤄진 구속 영장 청구다. 이는 2018년 검찰이 심의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심의위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중에 수사팀이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 일정을 강행한 것은 이번 이 부회장 건(件)이 처음이다.
 
심의위는 검찰 자체 개혁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소집 신청에도 불구하고 수사팀은 구속영장 청구하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이에 대해 검찰이 개혁 취지와 인권보호까지 스스로 걷어 차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7년 검찰의 기소권과 영장청구권 독점을 깨뜨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많아지자 검찰은 '감찰수사심의위원회 설치'라는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심의위는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으로 기소의 적절성을 따져볼 수 있는 제도로 견제 받지 않는 검찰의 폭주, 이에 따른 인권 침해 사례가 잇따르자 검찰이 '외부 통제를 받아 스스로를 옭아매겠다'고 나선 자체 개혁 방안이었다.

애초 기소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하다 보면 수사팀 내부에 자기확증편향이 생겨 반대되는 증거가 나왔을 때 합리적인 판단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검찰은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가진 사회 각계의 전문가'들을 심의위원으로 위촉해 수사의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수사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수사팀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 볼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검찰이 해당 권리를 행사한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하면서 인권보호와 자체 개혁의 취지까지 훼손하고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피의자의 신청에 따라 소집된 심의위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심의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이번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이 심의위 판단을 건너뛰기 위해 규정의 맹점을 악용한 편법적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삼성전자가 2020년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이날 발표된 실적은 연결기준으로 매출 55조원, 영업이익 6조4000억원이며 1분기 실적의 경우 전기 대비 매출은 8.15%, 영업이익은 10.61%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98%, 영업이익은 2.73% 증가했다. 2020.04.0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깃발 뉴시스DE 2020.04.07.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기환송심은 법률적인 판단이 제대로 됐는지 검토하는 것인데 수사를 하는 건 아닌데 처음부터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하는 것처럼 행동하더니 구태여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작정을 하고 잡아놓으려고 목적을 정한 것 같다"면서 "목적을 정하고 거기로 가는데 방법이 있나"고 비판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팀은 18개월간 공들여 온 삼성 수사에 대한 스스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 조직은 '권한 남용' '위장 개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혐의,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있다.김 전 팀장의 경우에는 위증 혐의도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2015년 합병할 당시, 주식교환 비율을 산정하면서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 가치가 크게 반영된 점 등을 의심하고 있다. 당시 합병비율이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이뤄지면서 제일모직 지분만 보유한 이 부회장이 이후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고, 이 과정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과 29일 이 전 부회장을 소환해 약 17시간에 걸쳐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이 전 부회장은 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관련 의혹에 대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와 별도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판단할 부의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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