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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재즈로 호출한 송창식…플라멩코·탱고 '왜 불러'

등록 2020.10.19 13: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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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재즈가수 말로. 2020.10.19. (사진 = JNH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재즈가수 말로. 2020.10.19. (사진 = JNH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재즈 가수 말로가 송창식을 재즈로 다시 호출했다. 송창식을 재즈로 읽어낸 앨범 '송창식 송북'을 최근 발매했다.

말로가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건 지난 2014년 6집 '겨울, 그리고 봄' 이후 만 6년 만이다. 수록된 송창식의 22곡 전곡이 말로의 편곡이다. 한국 최초의 송창식 헌정 앨범이다. 송창식의 곡들은 가요의 전형적 작법에서 벗어나 파격적이고 독창적이다. 자유로운 음악 형식인 재즈와 잘 맞았다.

1968년 남성 듀오 '트윈폴리오'로 데뷔한 송창식은 1970년대 청년 문화를 이끌었다. '왜 불러', '고래사냥', '피리 부는 사나이' 등의 대히트곡을 남겼다.

 국민 가수이자 지식인들의 가수로 통한다. '송창식 송북'을 발매한 JNH뮤직 이주엽 대표는 "한국 대중 음악사에서 이 두 지위를 함께 누린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송창식 송북'은 당초 한 장의 앨범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송창식의 방대한 음악 세계를 담기엔 한 장으로 부족했다. 결국 더블 앨범이 됐다. 구상부터 편곡, 녹음 작업을 하는 데만 꼬박 1년 이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앨범은 지난달 초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프로젝트를 오픈하자마자 42시간만에 1000만원 목표액을 달성했다. JNH뮤직은 "송창식이라는 거장의 음악을 재즈로 풀어낸다는 신선한 발상이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봤다. 최종 모금액은 목표액의 300%를 달성했다.

송창식은 피처링으로 참여해 앨범을 빛냈다. 그는 자신의 대표적 연가 '우리는'에 목소리를 새롭게 새겼다. 가사가 한편의 시 같은 이 곡은 송창식이 지난 1983년에 발표했다.

송창식은 1986년 발표한 '86 송창식' 앨범 이후 공식적인 녹음을 한 적이 없다. 이 JNH뮤직 대표는 "송창식은 이번 앨범 제작 계획을 듣자마자 흔쾌하게 허락하고 격려했다. 후배 뮤지션인 말로와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고, 재즈에 대해 높은 식견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송창식의 '시그니처 송'이라 할만한 '왜 불러'는 플라멩코와 탱고의 색깔로, '피리 부는 사나이'는 화려한 스윙 곡으로 변신했다. 한 시대 젊음과 자유의 상징이었던 '고래 사냥'은 모드, 록, 블루스가 결합된 실험적 사운드로, '20년전쯤에'는 고즈넉한 쿠반(Cuban) 사운드로 재탄생했다. 동백의 낙화와 이별의 시정(詩情)을 담은 '선운사'는 잔잔한 보사노바 곡이 됐다.

앨범의 문을 여는 첫번째 곡 '가나다라'는 원곡의 해학을 잘 풀어낸 7박자 곡이 됐으며, '밀양 머슴 아리랑'은 말로가 혼자 여러 차례 보컬 오버 더빙을 해 멋들어진 아카펠라 곡이 됐다. '나의 기타 이야기'는 말로와 재즈 보컬 이대원이 대화하듯 부른 경쾌한 듀오 곡이 됐다.

인연의 슬픔을 영롱하게 그린 '꽃, 새, 눈물'은 말로와 피아니스트 이명건의 호흡이 빛나는 곡이다. 원곡은 기타와 보컬만으로 녹음되어 있는데, 말로는 기타 대신 피아노를 선택했다.

말로가 한국 대중 음악의 위대한 유산을 찾아 재즈로 새롭게 해석한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전통 가요를 재즈로 재해석한 '동백 아가씨' 앨범으로 주목 받았다. 2012년에는 배호의 노래를 새롭게 부른 '말로 싱즈 배호'를 발표했고, 이번 작업이 그 세 번째다.

이 대표는 "말로는 세계인의 음악 언어인 재즈의 한국화를 음악적 화두로 삼아왔다. 우리의 전통 멜로디가 어떻게 재즈로 변용되어 현대성을 얻을 수 있는지를 오랫동안 탐색해왔으며, 독창적 결과물들로 '한국적 재즈 스탠더드'의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고 평했다.

이번 앨범은 말로와 오랫동안 음악적 호흡을 맞춰온 말로 밴드가 함께 작업했다. 피아니스트 이명건을 비롯 기타 황이현, 베이스 정영준, 드럼 이도헌 등이다. 재즈 비브라폰 연주자 마더바이브, 관악기 연주자 유종현, 퍼커션 연주자 김정균 등도 힘을 보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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