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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침 "27년 전 녹음한 정규 2집 이제야 빛 보네요"

등록 2021.03.12 12:42:58수정 2021.03.12 1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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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연·이영경...'랜드 오브 모닝 캄' 주인공

1994년, 유정연 홀로 필라델피아서 레코딩

올 여름 아침 콘서트 예정...'아침' 첫 단독 콘서트

[서울=뉴시스] '아침' 유정연. 2021.02.28. (사진 = 스톰프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아침' 유정연. 2021.02.28. (사진 = 스톰프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룹 '아침(Achim)'이 녹음을 하고도 27년간 발표하지 못했던 정규 2집이 마침내 빛을 봤다.

1992년 발매해 대중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숨은 명반으로 통하는 '랜드 오브 모닝 캄(…Land of Morning Calm)'의 주인공이다.

아침은 선화예중·고와 서울대 음대 기악과 선후배 사이인 유정연·이영경이 결성했다. 이들이 1992년 발매한 1집은 모던한 사운드로,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호평을 들었다. 특히 이 앨범에 실린 세련미가 넘치는 '숙녀 예찬'은 전설적인 명곡이다.

최근 발매된 아침의 정규 2집 '아침 2 –필라델피아 세션 1994'에 실린 8곡도 27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모던하다. 유정연이 홀로 1994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레코딩을 마치고서도 미발매된 곡들은 오랜 세월동안 숙성됐고, 시간의 흔적이 물방울처럼 맺혀 있다.

최근 스톰프뮤직에서 만난 유정연은 "당시 필라델피아는 우울한 기운이 지배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유정연은 고모가 살고 있던 그곳에서 두달 동안 동네 주민처럼 지내며, 감성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보통 해외에서 일주일 정도 지내며 녹음하는 다른 뮤지션들보다, 더 꼼꼼하게 사운드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필라델피아의 유서 깊은 스튜디오인 모닝스타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빌리 조엘의 '리버 오브 드림스'의 베이스를 담당한 제프 리 존슨, 아트 브레키와 재즈 메신저스의 베이스 찰스 펨브로우, 피시스 오브 어 드림의 제임스 로이드 등 미국 동부지역의 유명 뮤지션들이 함께 했다. 세계적인 마스터링 엔지니어 바비 하타도 힘을 보탰다.

사실 이번 2집 발매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27년 전 녹음까지 마쳤지만, 음반사 사정으로 발매가 무산됐다. 하지만 빛을 봐야 할 곡들은 언젠가 발굴되게 돼 있다. 몇 년 전부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시티팝이 부상하면서 '90년대 시티탑 주역'으로 통하는 아침 1집이 다시 주목 받았다.

아침은 1집은 결국 LP, CD로 재발매됐고, 각종 음반 사이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탄력을 받아 이번 2집 발매로 이어진 것이다.

유정연은 현재 탱고 음악가 '안토니오 유(Antonio Yoo)'로 활발하게 활약 중인 만큼, 2집 발매에 미련이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마스터 존재도 잊고 살았다. 결국 CD 마스터는 사라졌고, 겨우 카세트 테이프 마스터를 찾아 발매하게 됐다.

앨범에는 미리 선공개한 '가을빛 추억', '너를 사랑했던걸', '낯선곳으로의 여행'을 포함해 총 8곡이 실렸다. 다양한 스타일, 멜로디의 아련함, 사운드 청명함과 함께 유정연 보컬의 풍성함도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줬다.

마이클 잭슨의 '쉬스 아웃 마이 라이프(She's out my life)' 같은 느낌으로 불러 본 '때로는 그대가', 퍼시 슬레지의 곡이 원곡으로 마이클 볼턴이 불러 유명한 '웬 어 맨 러브스 어 우먼(When a man loves a woman)' 같은 질감을 선사하는 '나 네게 원한 건' 등이 예다. "곡을 만들 때 '이런 느낌이 나는 곡'이라는 걸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아요. 인풋이 있어야 그 만큼 아웃풋이 생기는 거잖아요."

유정연의 부친은 국내 '합창 음악의 거장'으로 통하는 지휘자 유병무다. 유정연도 일곱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하지만 그는 팝송에 더 끌렸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못마땅해했다. 그러다 고1 때  유정연은 자신의 좋아한 영국의 밴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부친에게 들려드렸다.

[서울=뉴시스] 아침, 정규 2집 '아침 2 - 필라델피아 세션 1994'. 2021.02.28. (사진 = 스톰프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아침, 정규 2집 '아침 2 - 필라델피아 세션 1994'. 2021.02.28. (사진 = 스톰프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퀸이 대중에 영합하기보다 밴드의 정체성 찾기에 골몰한 결과물이 '보헤미안 랩소디'다. 1975년 발매된 4집 '어 나이트 앳 디 오페라'에 포함된 '보헤미안 랩소디'는 오페라 록을 개척한 6분짜리 대곡이다. 겹녹음을 180차례나 해 웅장함을 만들어냈다. 유정연의 부친은 가만히 듣더니 "이 노래는 좋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양한 음악적 자양분을 쌓은 유정연은 그동안 500여곡을 발표했다. 아침을 결성하기 전부터 이승철, 신승훈, 이상우, 박준희 등 가수들의 작·편곡가로 활동했다. 신승훈의 '가을빛 추억', 핑클의 '영원', 장혜진의 '내게로', 해이의 '쥬 뗌므(Je T'aime)' 등의 히트곡을 만들었다. 김범수의 '오래된 사진처럼', 박효신의 '숙녀예찬', 오마이걸과 폴킴의 '쥬 뗌므'는 그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그러다 2009년 이후 아르헨티나로 건너갔다. 탱고 바이올리니스트 안토니오 유로 아르헨티나, 일본, 유럽을 주무대로 활약했다. 올해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계의 명연주자들과 함께 레코딩한 탱고 프로젝트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 클럽(Buenos Aires Tango Club)' 음반,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다.

연말에는 지난 2019년에 성공적인 내한공연을 했던 아스터 피아졸라 퀸텟과 함께 국내 전국 투어도 예정돼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도, 탱고의 전설 피아졸라의 탄생 100주년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 싶어 방역 지침을 지키며 진행할 예정이다. 내한 뮤지션들의 자가 격리 비용까지, 그가 감당한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더 있다.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가까운 음악가들의 CD 발매를 도와주는 역할도 기꺼이 맡고 있다.

올해 여름에는 아침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사실상 아침의 첫 단독 콘서트다. 지난 1992년 가객 김광석이 DJ를 맡았던 BBS불교방송 라디오 '밤의 창가에서'를 통해 한 시간 동안 라이브를 선보인 것이 아침의 유일한 무대였다.

탱고는 오랜 유랑과 모험의 길에서 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음악의 피를 혼합해왔다. 바이올린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잠시 활을 놓았고, 탱고 음악을 위해 다시 활을 든 유정연의 음악 인생도 유랑과 모험의 역사다.

"음악도 인생도 돌고 도네요. 아침 2집처럼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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