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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층서 극단 선택' 청주 여중생 2명, 기댈 곳 없었다

등록 2021.05.17 11: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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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성폭행 당해 심리상태 극단으로 내몰려

경찰이 신청한 영장 계속 기각되자 '최악 상황'

학교·지자체 '위기학생 관리시스템'도 있으나마나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지난 12일 여중생 2명이 쓰러진 채 발견된 충북 청주시 청원구 한 아파트 단지 내 나무 밑에 이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꽃다발들이 놓여 있다. 2021.05.14. jsh0128@newsis.com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지난 12일 여중생 2명이 쓰러진 채 발견된 충북 청주시 청원구 한 아파트 단지 내 나무 밑에 이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꽃다발들이 놓여 있다. 2021.05.14. [email protected]


[청주=뉴시스]  김재광 기자 = 충북 청주에서 여중생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자살위기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교 위(Wee)클래스, 교육지원청 위(Wee)센터, 충북도교육청 마음건강센터로 이어지는 위기학생 단계별 상담·치료 체계를 의무화하고 경찰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학생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충북도교육청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5시11분께 청주 오창읍의 아파트 화단에 중학생 A양과 B양이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청주의 각기 다른 중학교에 재학 중인 이들은 유서를 남긴 채 아파트 22층 옥상에서 함께 뛰어내려 숨졌다. A양은 성폭행 피해로, B양은 의붓아버지의 학대 문제로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A양을 성폭행한 B양의 의붓아버지 C씨를 붙잡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몇 개월 전 자신의 집에 놀러 온 A양을 성폭행하는 등 반복적으로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C씨는 의붓 딸 B양을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성폭행 피해 사실을 확인한 A양의 부모가 지난 2월 고소장을 내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3월께 경찰, 시청 직원, 교내 위클래스 상담교사는 A양과 만나 면담하고 심리 상담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학교는 상담을 돌연 중단했고, 외부 아동성폭력 전담기관이 개입해 A양의 심리치료를 전담했다.

학교 측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피해 학생을 알게됐다"면서 "경찰이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며 비밀서약을 요구했기 때문에 교육지원청에 보고하지 않았고, 학생 상담도 더는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경찰과 성폭력 전담기관이 조사하면서 감수성이 예민한 여학생들은 생각하기 싫은 계부의 만행을 반복해서 상기시켜야 했고, 심리적으로 불안해 할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이 계부에 대해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2차례 검찰에 신청했으나 증거 보강 등을 이유로 번번이 반려되면서 아이들은 더욱 불안에 떨어야만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내 위 클래스, 교육지원청 위센터, 교육청 마음상담센터로 이어지는 위기 학생 상담·치료 체계가 제 역할을 못한 건 뼈아프다.

학교 측은 경찰 수사를 이유로 피해 학생을 돌볼 수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상급기관인 청주교육지원청과 도교육청은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나서야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뒤늦게 대처하는데 급급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위클래스~마음센터로 이어지는 위기 학생 단계별 상담 치료 체계는 학부모와 피해 학생이 동의해야 가능하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 학교는 원칙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며 "피해 학생의 개인 정보를 공유하는 데 한계가 있고, 상급 기관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할 사항도 아니기 때문에 위기 학생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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