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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철근·골재 '줄인상'…원자재값 급등에 분양가 오르나

등록 2022.04.27 06:30:00수정 2022.04.27 08: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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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상승에 공사비 증액 요구 빗발…공사 지연·중단 이어져

"공사 할수록 손해"…신규 택지·재건축 단지 분양가 상승 '불가피'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조합과 시공건설사들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4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2022.04.14.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조합과 시공건설사들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4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2022.04.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최근 시멘트와 골재, 철근 등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분양가 상승은 물론,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체 공사비의 30% 가까이 차지하는 건자재 가격이 최근 1년 새 50% 가까이 급등하면서 전국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되거나 착공이 지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공사비 갈등과 분양가상한제 여파 등으로 서울 둔촌주공과 은평구 대조1구역 등 올해 수도권에 예정된 84000가구의 일반 분양이 미뤄졌다.

원자재값이 치솟으면서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아파트 분양가 상승과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멘트와 골재, 철근 등 건자재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봄철 건설 성수기에 골재 수요는 급증한 반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격은 껑충 뛰었다.

지난달 기준 골재 가격은 1㎥당 1만5000원으로,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 여파로 연초 대비 7% 이상 상승했다.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7월 t당 7만8800원에서 올해 1월 9만3000원대로 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치솟고, 코로나19로 인한 인력난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특히 시멘트 제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의 70%를 차지하는 러시아산의 공급이 경제재제로 어려워지면서 시멘트 재고량은 건설 성수기(4∼5월) 대비 50% 수준(60만t)으로 파악된다. 하루 수요·공급량을 고려하면 이달 중 레미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미콘은 골재와 시멘트, 물 등 원재료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만든다. 통상 레미콘에서 골재가 차지하는 배합 비중이 80%에 달한다. 시멘트업계는 유연탄 가격 폭등으로 레미콘·건설 업계에 시멘트 가격 20% 추가 인상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연탄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초 t당 80달러에서 현재 35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달 초 t당 400달러를 웃돌다가 중국이 자국 유연탄을 사용하기로 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는 지난 15일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1종 시멘트 판매가격을 기존 1t당 7만8800원에서 1만2000원 인상(15.2%)된 9만800원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7월 시멘트 t당 가격이 5.1% 인상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자릿수 인상이 이뤄진 것이다.

레미콘 가격도 오른다.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경인지역 레미콘사와 건설업계는 오는 5월부터 레미콘 단가를 13.1%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레미콘 단가는 ㎥당 현재 7만1000원에서 8만300원으로 9300원 오른다.

철근 가격도 치솟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 값이 최근 들어 t당 100만원을 웃돌고 있다. 골조공사에 쓰이는 고장력철근(SD400)은 지난 1월 t당 105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급등했다. 지난해 세계 각국이 인프라 사업 확대로 건설자재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최대 철근 생산국이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서 철근값이 꾸준히 오르다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급등했다.

건설업계는 원자재 가격 급등이 신규 택지나 재건축 현장에서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당장 공사 차질이나 중단을 막기 위해서 매입 단가 상승분을 인정하고, 수용하고 있다"면서도 "자재 가격 상승이 계속된다면 분양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철근뿐만 아니라 레미콘까지 안 오른게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기존 수주 물량은 적자 시공을 감수하더라도 신규 택지와 재건축 분양의 경우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원자재값 상승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분양가는 토지비, 건축비, 가산비 등으로 구성된다. 건축비는 국토교통부가 6개월마다 발표하는 기본형 건축비가 기준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을 1㎡당 178만2000원에서 182만9000원으로 올린 바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정부가 6월 이후 기본형 건축비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아파트 분양가 상승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비용 문제가 계속된다면 건설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계속된다면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건자재 수요가 특정 시점에 쏠리지 않도록 분양가상한제 책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형건축비 발표 주기를 짧게 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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