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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가령 "임성한 작가에게 증명하고 싶었죠"

등록 2022.05.04 13: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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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령, 라디오 DJ '부혜령' 역 맡아

"임성한 작가에게 증명한다는 생각으로 버텨"

"시즌1,2보다 3에서 더 다채로운 연기"

7년간 연기 활동 쉽지 않았지만 꾸준히 노력

"다음에는 사랑받는 캐릭터 맡고 싶어"

[서울=뉴시스] 배우 이가령. 2022.05.04. (사진=아이오케이 엠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우 이가령. 2022.05.04. (사진=아이오케이 엠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은해 기자 = "저를 처음 오디션에 불러준 임성한 작가님께 꼭 증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TV조선 주말극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배우 이가령(42)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최종회까지 주연으로 출연하는 첫 작품이었고, 처음 경험하는 시즌제 드라마였다. 남편 '판사현'(강신효)에게 배신당한 라디오 DJ '부혜령'을 연기했다. 늘 본인 감정이 우선인 자기중심적인 캐릭터다. 시즌3에서는 내연녀 '송원'(이민영)의 영혼이 빙의돼 판사현과 재결합하고 임신, 유산을 겪었다. 앞 시즌보다 훨씬 다채롭고 깊은 내면 연기를 소화해야 했다.

"1인 2역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에요. 한 사람이 두 가지 역할을 경험할 기회가 잘 없잖아요. 시즌3까지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보다 바뀐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부담은 있지만 새로운 느낌이에요. 시즌1, 2에서는 항상 화나 있었는데 빙의를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송원 역의 이민영 선배님을 유심히 관찰했어요. 혜령이는 원래 세고 왈가닥이었지만 선배님의 여성스러운 말투를 많이 따라 했어요."

시즌 3에서는 상대역 '판사현' 배우가 성훈에서 강신효로 바뀌었다. 새로운 출연자와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을까. 그는 "혼란스러운 부분은 없었다. 새로운 분이 왔을 때 기존 배우들은 그분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반갑게 맞이한다"며 "기존 배역을 새롭게 소화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강신효 씨가 적응도 잘하고 현장에서 호흡도 잘 맞아서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고 회상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3'는 각 인물이 업보를 받는 결말이었다. 아내를 배신한 '신유신'(지영산)과 '박해륜'(전노민)은 재혼하는 '사피영'(박주미) '이시은'(전수경)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을 죽게 내버려 둔 '김동미'(이혜숙)는 결국 사랑하는 의붓아들 신유신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혔다. 부혜령은 관심 가지던 남자들에게 연속으로 퇴짜맞고 유산 후 병까지 얻었다. 잘못에 비해 받은 벌이 과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어떤 시청자들은 따지고 보면 못되게 말한 것밖에 없는데 혜령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하더라고요. 피영과 시은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데 저는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두 커플이 정말 잘 어울려서 질투 났어요. 그래도 억울함보다는 혜령이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어요. '잘못했다, 잘못하지 않았다'로 분별하지 않았어요. 표현 방식이 살갑지 않을 뿐이지, 사현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거든요. 빙의해서 재혼하기는 했지만 미워하는 마음만 있는 건 아니었어요. 혜령이의 불행이 벌을 받는다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임성한 작가의 대본에는 시선 처리, 컵을 잡는 동작 하나하나가 자세하게 적혀 있다. 임 작가는 배우들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대사 처리하기를 원한다고 알려졌다. 배우로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부혜령을 해석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까. 그는 "시즌3를 시작하면서 약간 욕심이 생겼다. 혜령이로 살아온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기할 때 제 생각을 조금씩 넣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캐릭터가 대본과 달라졌다. 그때 왜 작가님이 대본에 충실하라고 했는지 깨달았다. 작가님이 구축한 부혜령 캐릭터 그 안에서만 움직이는 것이 더 적합했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시스] 배우 이가령. 2022.05.04. (사진=아이오케이 엠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우 이가령. 2022.05.04. (사진=아이오케이 엠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시즌3에서 부혜령 캐릭터 성격이 바뀌며 스타일링에도 변화를 줬다. 임 작가 주문대로 진한 연탄 메이크업 대신 자연스러운 화장을 하게 됐다. 입는 옷도 수수한 분위기가 강했다. "뭔가 혜령이가 없어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그것조차도 혜령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 중 하나예요. 배우 입장에서는 다양한 면을 표현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어요."

'결혼작사 이혼작곡3'는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잡았다. 1회 6.3%(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해 16회 10.4%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주1회 방송 전까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TV화제성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OTT콘텐츠 순위 집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TV 프로그램 부문 한국 톱10에 꾸준히 들었다. 이가령 역시 출연 전후 변화를 피부로 느꼈다.

"SNS 팔로워가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해외팬 댓글이 늘어났어요. '결혼작사 이혼작곡'이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면서 영어, 일어, 태국어로 된 댓글이 많아졌어요. 촬영 중에는 외출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가끔 식당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알아봐 줘요. 화장도 안했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이가령은 2012년 드라마 '신사의 품격' 단역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주군의 태양'(2013) '압구정 백야'(2014) '불굴의 차여사'(2015)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 '언니는 살아있다'(2017) '뷰티 인사이드'(2018) '왜그래 풍상씨'(2019) 등에서 크고 작은 역을 맡으며 내공을 쌓았다. '압구정 백야'에 주연으로 캐스팅됐지만 최종 불발되는 아픔을 겪었다. '불굴의 차여사'에서는 중도 하차해 아쉬움을 남겼다. 오랜 무명 기간, 단역을 전전했던 7년 동안 배우를 포기할 생각도 했다.

"2014년 '압구정 백야'라는 큰 기회가 왔는데 시작하기도 전에 기회가 없어졌어요. 출발점에 서보기도 전에 끝나 아쉬웠어요. 그때 오디션에 처음 불러준 임성한 작가님한테 꼭 증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1년에 한 장면씩 찍을 때도 있었어요. 캐스팅 디렉터한테 직접 전화해서 출연 요청한 적도 있어요. 5년쯤 지났을 때는 이 일을 접어야 하나 했어요. 시간이 흘러 임성한 작가님이 또 기회를 줬고 정말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결혼작사 이혼작곡' 촬영이 끝난 지금은 여러 작품을 몰아보며 쉬고 있다. 뛰어난 연기를 접할 때마다 자괴감이 들지만 그만큼 의욕도 생긴다. "그동안 좋은 작품이 정말 많이 나왔더라고요. 항상 부족하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는 JTBC '서른, 아홉'과 tvN '킬힐'을 봤어요. 이혜영 선배님을 보면서 나이가 들고 저렇게 연기하면 멋진 배우가 될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마지막으로 이가령은 "혜령이가 다른 인물과 감정을 주고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상대방보다는 자신이 가장 중요했다"며 "다음에는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고 사랑받는 캐릭터를 맡고 싶다. 모든 여배우가 꿈꾸는 청순가련한 역할이 온다면 정말 좋겠지만 솔직히 현장에 갈 수만 있어도 너무 행복할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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