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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전문가들이 탐낼만 하네"…아이패드 6세대 써보니

등록 2022.12.17 08:10:00수정 2022.12.17 10: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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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칩 탑재로 CPU·GPU 성능 극대화…PC와 동일하게 작업 가능

애플펜슬 호버링, 아트 앱 편리성 높여…그림펜 두께·채도 미리본다

태블릿+키보드 합하면 맥북급 무게…높은 가격도 여전히 발목

[서울=뉴시스]아이패드 프로 6세대 12.9형. (사진=윤현성 기자)

[서울=뉴시스]아이패드 프로 6세대 12.9형. (사진=윤현성 기자)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현존 최고 성능의 태블릿 PC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물음표가 남는다." 애플의 태블릿 PC 신작 '아이패드 프로 6세대(12.9형)'을 약 2주 간 써본 이후의 감상이다.

아이패드 프로 6세대는 지난달 30일 국내 시장 정식 출시됐다. 처음 언박싱을 한 직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12.9인치에 걸맞는 거대한 사이즈였고, 화면을 켠 이후에는 역대급 성능의 디스플레이도 훌륭했다.

아이패드 프로 6세대는 리퀴드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가 적용됐고, 이에 더해 아이패드 모델 최초로 미니 LED도 탑재됐다. 프리미엄 TV에나 활용되는 미니 LED 덕분에 명암비가 크게 개선돼 밝기를 높이면 눈이 쨍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선명한 화면을 자랑했다.

M2, 괴물 칩 맞네…"태블릿 PC로 3D 렌더링도 부드럽게"

외형이 아닌 제품 내부의 경우 아이패드 프로 6세대는 최신형 프로세서(AP)인 'M2 칩'을 탑재했다. 애플은 M2는 전작인 M1보다 CPU(중앙처리장치) 멀티코어 성능은 15%, GPU 성능은 35% 빨라졌다고 강조해왔다.

벤치마크 프로그램 '긱벤치5'를 구동 점수는 싱글코어 점수 1855점, 멀티코어 점수 8430점으로 그간 사용해본 많은 기기 가운데서도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전작인 5세대의 멀티코어 점수가 7200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15% 가량의 성능 개선이 이뤄졌다.

이같이 개선된 M2 칩은 아이패드 프로 전용 앱을 구동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옥테인 X(Octane X)'와 '다빈치 리졸브' 등이 대표적이다. 옥테인 X는 3D 렌더링 등을 통해 영화 특수효과, 게임, 모션 그래픽, 디자인 등에 활용되는 앱이다.

옥테인 X는 GPU 가속을 통해 렌더링 결과를 만들어내는 앱인 만큼 당초에는 PC 수준의 성능이 필요했는데, 아이패드 프로 6세대는 M2 칩을 통해 옥테인 X 구동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아이패드 프로 6세대에서 구동된 옥테인 X에서는 수백억개, 또는 1000억개가 넘는 폴리곤을 통해 3D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 흔히 모바일 제품의 성능을 측정하는 데 활용됐던 고사양 게임 '원신' 등이 몇백만~몇천만 폴리곤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GPU의 성능이 얼마나 압도적인지를 알 수 있다. 아이패드 프로 6세대의 옥테인 X에서는 4K~5K HD 수준의 작업까지도 가능하다.
영상 편집·색 보정 등에 활용되는 프로 전용 앱 '다빈치 리졸브'. (사진=다빈치 리졸브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영상 편집·색 보정 등에 활용되는 프로 전용 앱 '다빈치 리졸브'. (사진=다빈치 리졸브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할리우드 등에서 실제로 영상 편집, 색 보정 등에 활용되는 다빈치 리졸브 앱의 경우 PC와 동일한 풀버전 앱임에도 버벅거리는 등의 오류 없이 부드럽게 구동됐다. 다만 아직 M2 칩의 성능을 완벽히 활용할 이들 프로 전문 앱은 올 연말 이후에나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애플펜슬 호버링, 그림 그릴 때 편리하네…작업 앱 간 멀티태스킹도 강화

M2 칩을 기반으로 아이패드 프로 6세대에 적용된 사실상 유일한 신기능은 애플펜슬의 '호버링' 기능이다. 이름 그대로 애플펜슬이 화면에 닿지 않더라도 가까이 있기만 하면 커서를 보여주는 기능이다.

호버링 기능은 특히 '프로 크리에이트'와 같은 아트 앱에서 유용하게 사용됐다. 애플펜슬에는 터치 감지 패널이 장착돼 있는데, 호버링 기능과 함께 터치 기능을 이용하면 화면에서 추가적인 조작 없이도 곧바로 색 채우기가 가능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호버링 커서가 나타난 상태로 패드 화면을 터치하면 내가 쓰고 싶은 그림펜의 두께와 채도를 조정할 수도 있다. 당초 프로 크리에이트 앱에서는 이같은 조작을 위해 일일이 펜슬로 물감 등을 드래그하거나 설정을 해줘야 했는데, 호버링 기능과의 융합을 통해 사소하지만 상당히 불편했던 부분들을 훨씬 편리하게 바꿔준 셈이다.

'픽셀메이터 포토'와 같은 사진 보정 앱에서도 애플 펜슬 호버링을 이용해 간단한 펜슬 터치 등만으로 사진을 바꿀 수 있고, 보정 전후도 보다 손쉽게 비교할 수 있다.
'픽셀메이터 포토' 앱에서 애플펜슬 호버링 기능을 이용해 별다른 조작 없이 색조 보정 전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호버링 기능으로 보정 후 모습을 확인하면서도 원본 이미지의 색은 그대로 유지된다. (사진=윤현성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픽셀메이터 포토' 앱에서 애플펜슬 호버링 기능을 이용해 별다른 조작 없이 색조 보정 전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호버링 기능으로 보정 후 모습을 확인하면서도 원본 이미지의 색은 그대로 유지된다. (사진=윤현성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애플은 이같은 호버링 기능이 더 좋은 전성비를 갖고 있는 M2 칩을 통해서만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커서 추적 기능을 버벅거림 없이 자연스럽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CPU 및 GPU의 연산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영상 편집 작업 등을 하는 경우에는 하나의 앱만을 쓰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앱을 다양하게 오가야 하는 경우가 잦다. M2 칩이 탑재된 아이패드 프로 6세대에서는 이같이 무거운 앱들(최대 4개)을 백그라운드에서 계속 구동하면서 오갈 수 있는 '스테이지 매니저' 기능도 강화됐다. 마치 PC에서 여러개의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알트+탭(Alt+Tab)'을 하면서 작업을 하듯 태블릿에서도 고성능 앱들을 손쉽게 오가는 멀티태스킹 기능이 더 확장됐다.

성능은 최고지만 무게·가격 무시 어려워…일반 사용자에겐 호버링도 '글쎄'

아이패드 프로 6세대는 초고성능 앱을 여러개 구동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적인 면에서는 PC에 육박하는 막강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종합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가장 크게 느껴진 압박은 무게다. 태블릿 PC의 장점 중 하나인 휴대성이 완전히 사라진 수준이다. 아이패드 프로 6세대 12.9형의 무게는 684g으로 함께 출시된 아이패드 10세대(481g)의 1.5배 수준이다. 만약 대표적인 아이패드용 악세서리인 매직 키보드(12.9형 기준 710g)까지 장착할 경우 맥북의 무게인 1.4㎏에 육박하게 된다.

'사악한' 가격 또한 걸림돌이다. 아이패드 프로 6세대 12.9형의 한국 출시가는 172만9000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매직 키보드 가격인 51만9000원, 애플펜슬 2세대 가격인 19만5000원을 더하면 250만원에 달한다.

아이패드 프로 6세대에 도입된 사실상 유일한 신기능인 호버링 기능도 전문적으로 영상·사진 작업을 하거나 아트 앱 사용이 잦은 소수의 이용자가 아닌 한 별다른 장점은 없다. 영상·사진·그림 앱 등을 제외하고 호버링 기능을 그나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유튜브 등의 썸네일 미리보기, 영상을 그대로 재생하면서 화면 시간 넘기기 등에 그친다. 그림 그리기 등을 빼고는 편하거나 혁신적이라는 느낌을 주진 못했다.

아이패드 프로 6세대는 역대 최고 성능의 태블릿이지만 대신 대중적인 제품은 아니다. 아이패드 프로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가격이나 무게면 차라리 맥북을 쓰겠다'는 평가를 나온다. 아이패드 프로 6세대가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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