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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매 맞는 교사들, 여건 개선 손 놓은 정부도 책임 있다

등록 2023.08.04 17:44:50수정 2023.08.04 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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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매 맞는 교사들, 여건 개선 손 놓은 정부도 책임 있다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합동조사 결과를 열흘 만인 4일 내놨다. 고인이 학부모 민원과 과중한 업무, 문제 행동 학생에 고충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남은 진상규명 책임은 경찰에 넘겼다.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서이초 앞과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앞에는 고인의 죽음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근조 화환이 줄을 이었다. 교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스쿨'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모여 매주 토요일마다 폭염 속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복수의 교직단체 관계자는 "유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수년간 쌓여온 교사들의 분노가 터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들려오는 동료 교사의 증언과 고인이 남긴 기록을 주목한다. 학부모의 민원과 문제 행동 학생을 가르치는 어려움, '학교의 모든 일은 교사에게 몰리는 듯한' 업무 부담 정황에 공감을 표한다. "나도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외친다.

이번 사건을 되짚어보면서 과연 예방할 기회가 없었는지 교육 당국과 관계 부처에 묻게 된다.

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서이초 교사는 숨지기 전 담임을 맡던 학급의 교실을 바꿔 달라고 수차례 학교에 청원했다고 한다. 교육 당국 합동조사 결과 서이초는 주변 재개발로 학생이 유입되고 있어 교실로 쓸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 교실은 원래 창고가 딸려 있는 급식실이라고 설명했다. 고질적인 '과밀학급' 문제다.

교직단체들은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교사를 더 뽑아야 하고 여건 개선을 위한 교육재정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내로 낮추라는 구호는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부터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학생 수가 줄고 있어서 교사를 늘리기 어렵다고 말해 왔다.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에 따라 앞으로도 줄어들 예정이다. 교육재정 추가 투입 역시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에는 문 닫는 학교도 있지만 서이초처럼 과밀학교도 있다. 교육재정의 경우 올해 교육교부금의 53.5%는 교사 인건비다. 다른 경직성 경비를 합치면 80% 수준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교육재정을 줄이면 과밀학급 개선에 쓸 여력도 부족해진다. 교육계에서는 이처럼 복잡한 배경을 무시하고 학생 수 줄어드니 줄어야 한다는 논리를 세운다는 불만이 컸다.

교육 당국은 부랴부랴 대책을 짜내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 인권이 과도하게 강조된 영향이라며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시도교육감들과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려 한다. 교원의 생활지도 사례를 담은 고시와 별도 학부모 민원창구도 만든다고 한다. 필요성이나 명분을 떠나 그게 핵심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은 특수교육 담당 교사는 학생 4명당 1명을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올해 4월 배치율은 90.2%로 법정 기준을 여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교원수급계획에 따라 초·중·고 정규 교사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적어도 이런 법정 기준은 지켜야 하는 게 아닌가.

교육 당국이 서이초 합동조사 과정에서 교사 41명에게 개선했으면 하는 점을 물었다. 그 중에는 학교 업무경감을 위한 교육여건 개선, 문제행동 학생 지도를 위한 보조교사 지원이 포함돼 있다. 하루 이틀 나오던 말이 아니다. 정부는 땜질 처방 대신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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