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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르노코리아의 가성비 전략이 아쉬운 이유

등록 2023.09.0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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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르노코리아의 가성비 전략이 아쉬운 이유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경쟁사들의 타겟층을 다 보고 있고, 저희도 일관성 있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성비 전략은 지금 유효한 전략입니다."

지난달 31일 열린 르노코리아자동차 기자간담회장.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은 부진한 내수 시장 판매량을 타개할 카드로 가성비를 내세웠다. 현재 개발 중인 중형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가 나올 때까지 기존 차량 가격을 한 단계 낮춰 고객 수요를 모으겠다는 것이다.

르노코리아가 가격 인하에 나선 건 올 들어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르노코리아의 1~8월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0.8% 줄어든 6만2619대다. 이중 내수는 무려 55.1% 감소한 1만5477대에 그친다. 한동안 함께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GM과 KG모빌리티가 실적 호조를 보이며 치고 나가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르노코리아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신차 부재다. 올해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르노코리아는 유일하게 신차를 출시하지 않았다. 수입차 브랜드들도 앞다퉈 신차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르노코리아의 라인업은 QM6, XM3, SM6 등 단 3개 모델에 그친다. 오죽하면 이들 모델을 '사골처럼 우려 먹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르노코리아가 기존 모델 가격을 낮추고, 편의 사양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부진을 극복할 지 의문이다. 현재 르노코리아가 판매 중인 모델들은 이미 국내에 선보인 지 3~7년 된 차량들이다. 가격을 내리고 사양을 높인다고 해도 소비자들 눈에는 '재탕'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르노코리아는 신차 개발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해왔다. 2020년 XM3 이후 출시한 신차가 전무하다. 내수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위기에도 르노코리아는 신차 대신 파생 모델이나 상품 개선 모델을 연달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며 신차 부재는 위기를 좌초한 자충수가 됐다.

신차 개발이 절실한 상황에서 갈수록 줄어드는 연구개발비는 아쉬운 대목이다. 2019년 2140억원이었던 르노코리아의 연구개발비는 2020년 1581억원, 지난해 1079억원으로 3년 사이 반토박이 났다. 완성차업계에선 연구개발비가 곧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만큼 인색한 투자는 르노코리아의 부진을 키울 수 있다.

르노코리아의 신차는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한다. 르노코리아가 사활을 거는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번째 차량으로 중국 지리 그룹의 CMA 플랫폼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드블레즈 사장은 "여러 부분에서 환상적인 차량"이라며 벌써부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신차가 하이브리드 중형 SUV인만큼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신차 출시 전 까지 잇몸으로 1년 이상을 버텨야 하는 현 상황이다. 자칫 신차를 출시하는 경쟁사들에게 묻혀 존재감을 잃거나 내수 시장을 포기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르노코리아의 이번 전략을 두고 판매량 개선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들린다. 관련 기사 댓글들도 긍정적이지 않다. 가격 인하가 반갑다는 내용보다는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느냐'는 반응도 있다. 결국 소비자는 제품을 통해 기업을 판단한다. 르노코리아 입장에선 '신차'가 기업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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