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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韓청소년, 삶의 만족도 '최하위' vs 학업 성적 '최상위'

등록 2024.01.07 07:00:00수정 2024.01.07 1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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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15세 22%는 "삶에 불만족"…OECD 평균 18%

4년 연속 학업성취도 '6위'…학업 불안감 높아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중학교 학생들이 2학기 첫 등교를 하고 있다. 2023.09.08.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중학교 학생들이 2학기 첫 등교를 하고 있다. 2023.09.0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학교와 집만 오가며 아무 걱정 없이 공부하면 되는 학창시절이 제일 행복했을 것이란 생각 많이 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마음은 다른 것 같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라나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은 삶의 만족도가 매우 낮습니다. '사춘기 땐 원래 그래'라고 여기기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OECD 최상위를 기록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성적'입니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행복하진 않는 걸까요.

7일 OECD가 최근 발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5세 청소년들의 22%는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라고 답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삶의 만족도에 대해 스스로 평가한 점수인 만큼, 자신의 삶에 대해 낮은 점수를 준 것입니다. OECD 평균이 18%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주요국 중에서도 낮은 만족도를 보인 셈입니다.

OECD의 'PISA 2018'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구체적으로 6.52점이라고 게재하고 있습니다. OECD 70개국의 평균은 7.04점으로, 0.52점이나 평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처럼 점수가 평균보다 낮은 나라에는 일본(6.18점), 홍콩(6.27점), 터키(5.62점) 정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청소년 삶의 만족도가 높은 나라들은 물론 훨씬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핀란드(7.61점), 멕시코(8.11점)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2024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인 4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서 입학을 앞둔 어린이와 학부모가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2024.01.04.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2024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인 4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서 입학을 앞둔 어린이와 학부모가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2024.01.04. [email protected]


반대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성적과 관련해서는 최상위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우울한 이유에 공부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겠습니다. 물론 청소년이 느끼는 어려움의 원인을 학업 문제로 한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학구열이 높고 대학 진학에 열을 올리는 우리나라의 사회 특성상, 10대가 겪는 고민에서 공부는 떼려야 뗄 수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공부에 쏟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의미겠죠. 통계청의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여가시간 활동 1위는 학원·과외가 47.3%로 가장 많았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14.1%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우리 학생들은 제대로 휴식하지 못하고 공부를 붙잡고 있는 것이지요.

그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다른 나라보다 공부 성적이 훨씬 뛰어납니다. PISA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63개국)부터 지난해(64개국)까지 4년 연속 학업성취도 부분에서 6위를 차지했습니다.

성취 수준이 낮지 않은 학생 비율을 따져봐도 2020년부터 4년간 7%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대다수의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죠.

세부 항목별로 보면, 읽기 영역은 평균 514점을 기록해 OECD 평균점수(487점)보다 높았고 순위로는 37개국 중 2~7위였습니다. 수학 영역은 526점으로 OECD 평균인 489점보다 37점이나 높았습니다. 이는 OECD 37개국 중 1~4위로 최상위권입니다. 과학 영역은 519점을 기록하며 OECD 평균인 489점보다 30점 높았고 3~5위에 올랐습니다.

혹시 '6등'이라는 걸 보고 우리나라보다 공부를 잘하는 나라가 어딘지 궁금하지 않나요? 영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나 일본, 에스토니아, 핀란드 등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등수를 기록했습니다.

6등은 훌륭한 성적입니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6등이라는 성적표를 가져와도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한 곳은 어디인지에 집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아이들의 스트레스 원인은 아닐지 짐작해봅니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공부를 잘하고 있으나 사회적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이죠.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8일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성적표를 살펴보고 있다. 2023.12.08.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8일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성적표를 살펴보고 있다. 2023.12.08. [email protected]


아이들이 생각하는 학업 불안감은 높은 수준입니다. OECD의 'PISA 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관련 불안감 지수는 0.10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OECD 평균은 0.01입니다. 주요국 청소년들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험을 잘 준비하고 있다고 여겨도 불안감이 높다는 것입니다. '시험을 잘 준비하고 있지만 불안하다'라는 질문에 동의한 우리나라 청소년은 55.3%였습니다.

또 '공부를 할 때 긴장이 많이 된다'라는 문항에 '그렇다'고 답한 아이들이 41.9%에 달했습니다. OECD 청소년들이 같은 질문에 동의한 비율이 36.6%임을 감안하면, 학업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도는 코로나19로 더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지난해 학생 정서행동 특성검사를 받은 청소년 약 173만명 중 8만명(4.8%)이 적극적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관심군'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장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자살 위험군' 청소년만 2만여명(1.3%)에 달했습니다.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청소년 비율만 놓고 봐도 역대 최대입니다.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청소년 비율은 최근 증가 중입니다. 관심군 학생 비율은 2021년 4.4%에서 2022년 4.6%, 지난해 4.8%로 늘어났습니다. 자살위험군 청소년 비율도 2021년 1.0%, 2022년 1.1%에서 지난해 1.3%로 뛰었습니다.

그동안 '공부만 잘하면 아무 문제없다'는 식의 사회 분위기가 우리 아이들을 벼랑으로 내몰아간 것은 아닐까요?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의 행복 증진을 위해 사회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세쓸통]韓청소년, 삶의 만족도 '최하위' vs 학업 성적 '최상위'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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