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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자매'부터 '전직 씨름선수'까지…폴리텍 이색 신입생

등록 2024.04.18 12:00:00수정 2024.04.18 16: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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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텍, '2년제 학위과정' 입학 이색 신입생 소개

우즈벡 출신 자매, 나노측정 전문기술인 꿈 키워

전직 프로 씨름선수, 폴리텍서 새 인생 설계 나서

[서울=뉴시스] 한국폴리텍대학 반도체융합캠퍼스 나노측정과 정현석 학과장이 파르비나(왼쪽), 샤흐조다 자매에게 하이트 마이크로미터 장비를 이용한 높이 측정 실습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폴리텍 제공) 2024.4.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한국폴리텍대학 반도체융합캠퍼스 나노측정과 정현석 학과장이 파르비나(왼쪽), 샤흐조다 자매에게 하이트 마이크로미터 장비를 이용한 높이 측정 실습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폴리텍 제공) 2024.4.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 특수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폴리텍)은 새 학기를 맞아 올해 2년제 학위 과정에 입학한 이색 신입생 사례를 18일 소개했다.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반도체융합캠퍼스 나노측정과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자매인 마무로바 파르비나 마무로브나(33)와 하미도바 샤흐조다 마무로브나(29)가 나란히 입학했다. 이들은 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 어머니의 재혼과 이주를 계기로 각각 19세, 15세 되던 해 한국에 들어온 중도입국 자녀다.

지인의 소개로 정현석 학과장을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불량률을 낮추고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사용돼 첨단 분야 핵심으로 꼽히며 희소성 있는 '나노측정' 기술에 매력을 느꼈다.

4년제 대학에서 국제물류학을 전공한 샤흐조다는 방문동거 비자(F-1)로 체류 중이라 원칙적으로 취업 활동이 불가능했던 상황. 유학 비자(D-2) 소지자인 언니 파르비나 역시 같은 전공으로 석사까지 마쳤지만, 전공을 살려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터였다.

이들 자매는 전문적인 기술을 익히고, 국적을 취득해 한국에 정착하는 꿈을 갖고 있다. 파르비나는 지난해 불합격한 귀화시험 재응시를 준비하고 있고, 샤흐조다는 한국 귀화 신청 후 승인 대기 중이다.

샤흐조다는 "팀을 짜서 실습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돼 이론 수업에 비해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재밌다"고 폴리텍 수업 소감을 전했다. 파르비나는 "열심히 공부해 정밀측정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측정이나 품질검사 분야로 취업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뉴시스] 전직 프로 씨름선수였던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에너지설비과 김건형씨가 배관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폴리텍 제공) 2024.4.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직 프로 씨름선수였던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에너지설비과 김건형씨가 배관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폴리텍 제공) 2024.4.18 [email protected]


울산캠퍼스 에너지산업설비과에 다니는 김건형(23)씨는 중학생 때부터 11년간 씨름선수로 활동해왔다. 들배지기가 주특기였던 김씨는 세한대 씨름부 소속 당시인 2022년 제23회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 대학부 용사급(95㎏ 이하)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에 이듬해 울주군청 해뜨미 씨름단에 입단해 프로선수의 길을 걷게 됐지만, 훈련 중 십자인대 파열 부상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에 발목이 잡혔다. 결국 예전만큼의 컨디션 회복이 어려워 성적을 내지 못하게 된 김씨는 1년 만에 프로 생활을 접게 됐다.

젊은 나이에 은퇴하고 새 인생을 준비해야 했던 김씨는 '불안정한 직업 대신 기술을 배워 평생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폴리텍 입학을 결심했다. 그는 "선수 생활 7년 차까지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꾸준히 노력으로 8년 차부터 입상하며 성과를 봤다"며 "끈기 있는 자세로 전문 기술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폴리텍에 따르면 2년제 학위 과정의 외국인 입학자는 2019년 6명에서 올해 19명으로 크게 늘었다. 대학에 다녔거나 졸업 후 폴리텍에 다시 입학하는 '유턴' 입학자 비율도 같은 기간 15%에서 23.3%로 8.3%포인트 상승했다.

임춘건 폴리텍 이사장 직무대리는 "진로와 직업을 선택하고 전환해야 하는 단계마다 누구든지 필요한 직업 능력을 개발하고, 좋은 일자리로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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