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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눈치없는 날'

등록 2016.02.24 10:23:17수정 2016.12.28 16: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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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옛날엔 이런 이야기로 웃었다. 어느 회사 회식자리. 식탁 좌장에 앉은 부장이 메뉴를 보다 한마디 한다. 난 짜장~. 앉아있던 직원들도 '저도 저도' 모두 짜장이라고 하는 순간, 충격적인 소리가 들린다. 난 짬뽕~. 막내 직원의 순수한 도발이다. '얼음'이 된 직원들을 사이로 헤집고 비위가 좋은 중간 선배가 한마디 한다. '에이~ 눈치없는 놈'.

 눈치가 밥먹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달라졌다. 이젠 부장이 눈치보는 시대라고 한다. 직원들과 우르르 몰려나가도 같은 밥을 먹는 건 힘들어졌다. 따지고 보면 눈치는 나를 잠깐 속이는 일이다. 내 마음과는 달리 분위기에 맞춰 행동하는 것. 결국 집단문화에서 '배려'라는 강요 아닌 강요가 작동한 셈이다.

 외동아이와 1인 가구가 늘면서 요즘엔 '눈치'가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혼(자하는)밥 풍경도 많아져, 편의점 10년만에 술, 바나나 우유를 제치고 도시락이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에 속한 직장인들은 눈치없인 못산다. '칼퇴근'은 드라마에서 재벌 아들딸 실장님이나 할수 있는 일이다. 심지어 야근을 밥먹듯 해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할 정도다.

 바쁜 생활에 주말에 문화생활은 커녕, 잠만 잔다는 직장인들을 위해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일이 있다. 2014년 1월부터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에 펼치는 '문화가 있는 날'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융성위원회와 함께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은 대국민 문화향유 확대 캠페인이다. '문화가 있는 날'에는 영화관,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스포츠시설, 문화재 등 전국 주요 문화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수 있다.

 국가예산 130억원이 투입된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더욱 쉽게 접할수 있도록 한 정부의 배려다. 정부가 나서 문화를 즐기도록 유도하는 건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다. 파리에서 미술관 박물관이 주말 무료입장은 있어도, 공연, 콘서트, 야구장등까지 공짜행사는 없다. '문화가 있는 날'은 박근혜 정부 문화융성정책의 성과로 꼽고 있다.

 반면 국민들의 인지도는 낮다. 2014년 첫 해 19%, 2015년 42%만이 이 행사를 누렸다. 문체부는 올해는 60%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목적은 '문화의 일상화'다. 한달에 한번이라도 문화활동을 즐겨보자는 취지다.

 문화를 즐길수 있는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하기위해 분주하다. 2014년 883개에서 2015년 2081개로 2배이상 증가했고, 협력 기업도 37개에서 86개로 늘었다. 올해는 문화가 있는 날의 법적 근거마련을 위해 '문화가 있는 날'을 법제화를 추진하고있다. 지자체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서다.

  '국민행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이다. 직장인의 정시 퇴근이 보장되지 못하고, 문화시설과 행사가 수도권에만 편중됐다는 지적도 있다. 또 무료의 폐해도 있다. 평일에 미술관등을 찾아 왜 입장료를 받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왜 하필 수요일까. 이유가 있다.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노래도 있지만 수요일에는 'OOO날'이 많다. 여성가족부의 '가족사랑의 날', 농림부의 '가족 밥상의 날'이 시행되고 있다. 공무원들의 정시퇴근이 보장된다는 날로 '문화가 있는 날'도 일단, 이 덕을 보자는 취지다. 주말에는 영화관 공연장 등은 '장사가 되기'때문에 참여기관들의 부담을 던다는 입장도 있다.

 문체부는 국민모두가 행복해지는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문화가 있는 날'은 '눈치없는 날'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장이 먼저, '문화가 있는 날'인데 전시 보러가야지'하고 나서는 '꿈같은 날'을 기대하기도 한다.

  '좋은 일'이지만 갈길이 멀다. '눈치'때문이다. '문화가 있는 날' 홈페이지 참여후기에는 이런 글이 딱 써있다. 

  "프리랜서나 백수.심심한 노인들,성공한 사업가만 가능한 문화가 있는 날! 99%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일반 직장인들은 오전에 진행하는 문화가 있는 공연은 아직 상상도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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