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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성수대교... 성수대교...'

등록 2016.02.28 14:59:50수정 2016.12.28 16: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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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1994년 가을이었다.

 일등병이던 나는 아침식사 후 내부반 구석구석을 정리하고 있었다. 고참들이 수군거리며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들었다. '에구구구…' 장탄식이 줄이었다.

 빗자루를 쥔 채 고참들 어깨 너머의 텔레비전 화면을 곁눈질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수만 대의 차량이 오가던 성수대교 한가운데가 거짓말처럼 무너져 있었다.

 카메라는 강물에 반쯤 처박힌 상판을 클로즈업했다. 아나운서는 사망자를 한명씩 호명했다.

 성수대교가 지어졌을 때만해도 '안전만 생각해 모양이 안 난다'는 얘기가 회자됐다는 뉴스가 기억난다. 그렇게 튼튼하게 지었다는 다리가 무너져 등굣길 여고생을 비롯해 32명이 숨졌다.

 참사는 예견돼 있었다.  

 성수대교는 준공 당시부터 문제점이 도처에 널렸었다.

 다리 하중을 지탱하는 트러스는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었고 연결된 부분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부식이 심화됐다. 하다못해 볼트마저 제대로 죄지 않아 느슨해진 상태였다.

 참사가 발생하기 하루 전 서울시는 상판 이음새가 벌어진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철판을 덧대 균열을 지연시키려했다. 사고 1시간 전 다리를 지나던 한 운전자는 교량을 지날 때 벌어진 틈 때문에 충격이 크다며 신고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교통통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했다.    

 건설사의 부실공사와 감리담당 공무원의 부실감사가 합작한 최악의 참사가  발생하기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울시가 중대결함이 발견된 내부순환도로 정릉천 고가 구간을 긴급폐쇄한 지 25일로 나흘째가 됐다.  

 도심 교통의 대동맥 역할을 하던 내부순환도로 기능이 일부 상실됐으니 파장이 적지 않다.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난다. 지난해 6월 메르스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버'하는 게 아니냐는 불평도 쏟아진다.

 마흔 살이 넘어 뒤늦게 임신한 아내를 출퇴근시키기 위해 내부순환로를 이용하는 기자 역시 정릉천 고가 폐쇄의 후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정체가 지속될 때마다 볼멘소리가 나려고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군복무시절 겪었던 참담함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또박또박 주문을 건다.

 '성. 수. 대. 교. 성. 수. 대. 교…'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매번 고개를 숙이고 있다. 조속한 공사를 거듭 다짐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21일께 임시 보강공사가 마무리돼 내부순환로가 제 기능을 되찾는다고 한다.  

 아니, 조금 늦어도 좋다. 나는 더 안전하고 더 튼튼한 내부순환로를 아내, 그리고 가을이면 태어날 나의 2세와 다니고 싶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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