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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리발을 든 이화여대의 유령들

등록 2016.12.16 18: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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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 전반에서 '유령의 집'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국조특위 3차 청문회에서였다. 박 대통령의 얼굴에 필러 시술 자국으로 추정되는 피멍이 선명한데 정작 시술한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열린 4차 청문회에선 또 하나의 유령의 집이 확인됐다. 이화여대다. 정유라의 이대 특례입학 사건은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백억을 모금했다는 사실보다 훨씬 큰 공분을 일으켰다. 이른바 '스펙'이 전반적인 삶의 질을 결정하는 나라에서 부모의 스펙이 자식의 스펙으로 이어지는 세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결국 정유라 입학취소로 특례입학이라는 '혐의'도 확정됐는데 유독 사건의 가해자는 보이지 않는다.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은 청문회에서 입학면접 당시 김 전 학장이 정윤회씨를 거론해 정유라의 합격을 도왔는지 여부를 두고 지리한 진실공방만 벌였다. 김 전 학장은 "정윤회씨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남 전 처장은 "김 전 학장으로부터 정씨에 대한 얘기를 들었지만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더 기막힌 건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다. "정유라의 이름도 몰랐다"던 그는 이후 남 전 처장이 자신에게 정유라에 대한 보고를 했다고 청문회에서 증언하자, "그 이전에 관계(정윤회의 딸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말"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는 심지어 정유라 특례입학 논란에 대해 "결과론적인 책임은 있지만, 그 과정에선 전혀 몰랐다"고 했다.

 최 전 총장은 최순실과 총장실에서 두 차례 만났다는 사실을 청문회장에서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당시 저는 정유라 학생 어머니로 알았고, 지금과 같은 이런 상황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며 학부모와의 소통 차원이었다고 강변했다.

 이쯤에서 청문회장에서 동영상으로도 재생됐던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 사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최 전 총장은 자신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200여명의 학생들과 만나는 대신, 시설물 보호와 교수진 구출을 명목으로 학내에 1,600여명의 경찰이 투입되도록 요청했다.

 일반 학생 200명과의 만남은 거부하면서 자신의 집무실에서 최순실을 만난 것 자체가 특혜라는 단순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저는 정말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이 많다"는 최 전 총장의 항변은 공허하기만 하다.

 최 전 총장은 "이화여대를 떠나라"는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의 주문에도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몸이 아프다며 청문회장을 나갔다.

 모든 학부모들이 이같은 최 전 총장의 행태에 또다시 가슴을 쳤을게 분명하다. 이러다 이대 부정입학 문제도 유령의 짓으로 귀결될 것 같다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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