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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재계③]'신발 끈 조여매고' 공격 경영 분위기도…"시장선점"

등록 2017.03.02 1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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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2017년 신년사

SK·현대차·GS, 과감한 투자로 시장 주도권 노려

【서울=뉴시스】최현 오동현 기자 =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최순실 게이트', 급변하는 환율 시장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SK와 현대차 등 몇몇 대기업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선제적 자세로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대다수의 국내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 및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등 위축된 경영을 펼치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16개 주력 관계사들이 올해 총 17조원을 투자하고 82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 및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SK하이닉스는 7조원, SK이노베이션은 3조원을 투입한다. SK텔레콤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일환으로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과 함께 3년간 1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그룹 차원에서는 국내외 미래 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M&A(인수합병)와 지분투자 등 전략적 투자에 4조9000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계열사 중 사장 큰 규모로 투자를 책정한 SK하이닉스는 D램에 이어 3D 낸드플래시 2인자로 도약하기 위한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생산업체 도시바 지분 인수를 통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문 지분 확보 인수를 위한 일환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SK하이닉스는 3조원대의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플래시를 발명한 도시바는 3D 낸드의 개념을 고안한 반도체 업계의 거물이다. 2D 낸드에서도 최고의 공정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초 도시바는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반도체 사업을 분사하고 경영권이 없는 신설회사의 지분 19.9%만을 팔겠다고 했지만 외부출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올리고, 경영권을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도시바의 원전관련 손실규모가 7125억엔으로 예상보다 더 커져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자본보다 1912억엔이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도시바가 오는 3월말까지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도쿄증시 1부에서 2부로 강등될 수 있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0.4%로 4위에 불과해 가격이 뛰더라도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의 저장장치에 주로 쓰인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기기의 고성능화, IoT(사물인터넷) 환경 고도화 등으로 오는 2020년까지 매년 평균 44%씩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SK는 지난달 LG실트론을 6200억원에 인수하는 등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부문의 수직계열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일 미국 1위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을 3억7000만달러(약 4266억원) 인수해 글로벌 선두업체로 올라섰다.  

 SK텔레콤의 경우 뉴 ICT 생태계 조성·육성을 위해 산업간 융합·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IoT(사물인터넷)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각 계열사 대표들에게 주문하고 있는 사안들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SK는 회사의 발전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도움되는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4년간 80조원을 투자하고 올해 약 1만명을 신입·경력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동시에 글로벌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내실 강화'에 주력하고 미국 내 투자를 늘려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둔 지난달 17일 미국에 5년간 31억달러(한화 3조6000여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정진행 현대차그룹 사장은 당시 외신기자 대상 간담회에서 "올해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 5년간 미국에 투자한 21억달러보다 50%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진행 중인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신기술 연구개발, 기존 생산시설에서의 신차종 생산 및 환경 개선 등에 해당 금액을 투자할 방침이다.

 더불어 미국 내 수요 추이를 고려해 신규공장 설립도 검토할 수 있으며, 제네시스 브랜드 생산을 고려중이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미국 앨라배마, 조지아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보호무역주의가 걸림돌이다. 멕시코에 기아차 공장이 있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미국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활용해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완성차 업체들에 국경세를 매기겠다고 압박하고 있어 부담이다.

 더욱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자동차업체들도 견제대상이다.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 같은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현대차그룹 51개 계열사 소속 전체 임원은 급여를 10% 자진 삭감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원들이 연봉을 10% 삭감하고, 간부사원들은 연봉을 동결했다"며 "과거 국내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일 때 비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올해는 내수뿐만 아니라 경영 전반을 점검하고 뛸 계획"이라고 밝혔다.  

 GS그룹은 대내외로 어려운 경영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신흥 시장 개척 등에 초점을 맞추는 시장 확대 전략을 취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미국발 보호무역 강화 기조에는 동남아와 중동시장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의지와도 일맥상통한다.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는 공격적으로 신흥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고, 현재는 중국 및 동남아시장 수출에서 전체 매출 중 70% 가량을 올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기업이 위축된 반면, 일부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앞서나가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침체된 국내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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