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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배우자 동행취재②]유쾌한 정숙씨 "文 안사람…정말 간절해요"

등록 2017.04.29 07:49:00수정 2017.04.29 09: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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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문재인 대선후보 부인 김정숙 씨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7 건강서울페스티벌에서 ‘엄지척’을 하며 문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7.04.23.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문재인 대선후보 부인 김정숙 씨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7 건강서울페스티벌에서  ‘엄지척’을 하며 문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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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벗어나 '열세지역'까지 구석구석
 '조용한 유세' 선호…식사는 참모들과
 지방 일정 후 꼭 홍은동 집으로 퇴근

【서울=뉴시스】전혜정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 재수에 나서면서 덩달아 '열혈' 재수생이 된 부인 김정숙 씨.

 김 씨는 지난 대선 당시 '유쾌한 정숙씨'라는 별명을 얻으며 다소 무뚝뚝한 성격의 문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김 씨는 '반문 정서'가 아직 남아있는 호남과 더불어 다소 열세 지역으로 꼽히는 곳을 구석구석 훑으며 내조정치에 집중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해 4.13 총선이 끝난 직후 매주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찾았으나, 대선에 임박한 올해부터는 상주하다시피 했었다. 문 후보와 김 씨 모두 호남에는 연이 없었던 만큼 몇 배의 공을 들여야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씨가 광주 무등산 인근에 마련했던 숙소 근처에 단골 대중목욕탕까지 생겼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문 후보 선대위는 김 씨를 사실상 '호남특보'로 칭했다.

 김 씨는 문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안정권에 접어든 지금은 호남을 벗어나 열세지역 곳곳을 찾고 있다. 그렇다 해도 광주호남 지역의 주요 인사들에게는 틈틈이 전화를 걸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24일 마지막으로 광주를 찾은 이후 28일 현재까지 서울, 부산, 강원 등을 돌았다. 문화센터나 경로당 등 중장년층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주로 방문했다.

 이날 김 씨가 찾은 지역은 경기 의정부로, 보수성향이 다소 짙은 곳으로 꼽힌다. 의정부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문희상 상임고문과 고민정 선대위 대변인, 유송화 부대변인도 동행했다.

 오전 6시께 기상한 김 씨는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간단한 식사를 챙겨먹은 뒤 일정을 시작했다. 문 후보의 옷을 골라주고 나선 자신의 옷으로 차분한 베이지 색 재킷을 골랐다. 종종 목걸이와 같은 액세서리를 착용하지만, 이날은 뺐다. 첫 일정이 천주교 의정부교구청 이기헌 주교와의 만남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오래 돌아다니게 될 상황을 고려해 발이 편한 통굽 구두를 신고 오전 8시30분께 집을 나섰다.

 김 씨가 천주교 의정부교구청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몇몇 신도들은 정문 앞까지 나와 그를 기다렸다. 오전 10시, 차에서 내리며 이들을 본 김 씨는 눈가에 주름이 생길 정도로 환하게 웃어 보였다.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 여사(오른쪽)가 20일 광주 남구 빛고을 노인건강타운을 찾아 노인들에게 문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씨. 2017.04.20.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 여사(오른쪽)가 20일 광주 남구 빛고을 노인건강타운을 찾아 노인들에게 문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씨. 201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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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 주변에는 금방 신도들이 몰려들었다. 경호원 세 사람이 김 씨 옆에 있었지만, 크게 이를 제지하지 않는 점이 눈에 띄었다. 오히려 김 씨는 자신을 환대해주는 신도들에게 "수고 많으십니다", "고생 많으십니다"라고 말하며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김 씨의 경호원은 "처음부터 경호를 받지 않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고, 최소한의 인원으로만 움직이고 싶다고도 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말자, 있는 듯 없는 듯 유세를 해야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신다. 수행팀은 힘들지만……"이라고 웃음 지었다.

 김 씨는 차량에선 주로 문 후보와 전날 밤에 있었던 일들을 참모들에게 풀어놓거나 쪽잠 등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고민정 대변인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신다. 문 후보가 주로 기자회견이나 토론장에서 활약한다면 본인은 대신 시민들 속에서 활약하려고 노력하신다"며 "시민들 속, 어르신들 속에서 노력하면서 즐겁게 선거를 치르고 싶어하시더라"고 밝혔다.

 김 씨는 이기헌 주교와의 면담 이후 언약의 교회로 이동, 예배까지 마쳤다. 김 씨는 연신 "잘 하겠습니다", "문재인 안사람입니다"라며 악수를 건넸고 시민들의 사진촬영 요구에도 적극 응했다.

 이날 김 씨의 입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는 '문재인 안사람'이었다. 이를 본 문희상 고문은 "아휴, 앞으로 다른 후보들이 못 뒤집을 거야. 오늘도 목사나 신도들 오륙십 명이 한 번에 모였지 않느냐"며 "참 따뜻한 분"이라고 김 씨를 치켜세웠다.

 김 씨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차를 타고 이동, 의정부노인종합복지관에 도착해선 간만에 마이크를 쥐었다. 때마침 어르신들을 위한 노래교실이 한창 열리고 있었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구요, 저는 그 안사람 김정숙입니다"라며 "자식 생각 안하고 노래만 해도 좋은 세상, 그런 세상 만들라고 문재인 씨가 나왔으니 이번 선거에는 꼭 문재인에게 많은 사랑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밝게 웃어 보였다. 노년층 세대가 보수적이라는 점을 의식해 '며느리'처럼 싹싹하게 다가가려 애쓴 것이다. 

 발언을 마치자마자 김 씨는 가수 오승근 씨의 '내 나이가 어때서'를 열창하며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어깨춤을 들썩였다. 미리 준비한 듯 한 손에는 가사가 적힌 꼬깃꼬깃한 종이가 들려있었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투표'하기 딱! 좋은 나인데!"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선후보 선출 수도권-강원 순회투표에서 39만9934표(60.4%)를 얻어 누적투표수에서 과반수 득표를 달성, 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에 선출됐다. 사진은 문 후보가 부인 김정숙씨, 반려견과 함께 있는 모습. 2017.04.03. (사진=문재인캠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선후보 선출 수도권-강원 순회투표에서 39만9934표(60.4%)를 얻어 누적투표수에서 과반수 득표를 달성, 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에 선출됐다. 사진은 문 후보가 부인 김정숙씨, 반려견과 함께 있는 모습. 2017.04.03. (사진=문재인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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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성악을 전공한 김 씨의 노래 실력에 어르신들은 "최고!"를 연발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김 씨도 이제는 기호 1번을 상징하는 엄지손가락을 올리는 게 익숙한 듯 역시 엄지로 화답했다.

 이런 김 씨를 본 한 할머니는 "아이구, 예뻐라"라며 어깨를 토닥이기도 했다. 김 씨는 노래교실이 끝난 뒤에도 "여러분 문재인을 뽑으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어머님, 제가 문재인 안사람입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며 차량에 탑승할 때까지 어르신들에게 고개 숙였다.

 연이은 일정에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김 씨에게 유세가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오히려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라며 "정말 간절해요"라고 애써 웃어보였다. 이마에는 어느덧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날 마지막 일정인 의정부종합사회복지관에는 점심시간이 임박해서야 도착했다. 김 씨는 공익근무 중인 청년에게도 다가가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간혹 자신을 외면하는 어르신이 보일 때는 꿋꿋하게 "손 한 번만 잡아주세요, 잘 하겠습니다"라며 먼저 손을 잡았다. 자신과 인사를 나눴던 할머니와 다시 조우하자, "아까 식사하시던 할머니네요"라며 할머니의 비뚤어진 모자를 다시 매만져주는 섬세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며칠 후에 있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꼭 찍어주세요. 부탁드리고요. 함께 좋은 세상 만들면서 어머님들에게 기쁨 많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씩씩하게 인사를 마친 김 씨는 이날 오전 일정만 소화한 채 홍은동 자택을 향했다. 이렇게 오전 일정만 있는 날에는 자택 근처 단골 식당에 들러 함께 고생한 참모들에게 삼겹살을 대접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정이 일찍 끝나도 자택에서의 문 후보에 대한 내조는 계속 된다. 앞서 호남에서 상주하며 문 후보를 챙겨주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린 듯, 요즘 김 씨는 지방에서 일정을 마쳐도 꼭 홍은동 자택으로 돌아온다. 김 씨의 하루는 문 후보가 밤늦게 돌아온 뒤에야 끝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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