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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법 위반' 한승헌 변호사, 재심서 42년만에 무죄

등록 2017.06.22 13:48:42수정 2017.06.22 1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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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법 위반' 한승헌 변호사, 재심서 42년만에 무죄

재판부 "수필 내용에 반공법 폐지 주장 없다"
한 변호사 "법원, 압제자에 휘둘려서는 안돼"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반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수감생활을 했던 한승헌(83) 변호사가 42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부(부장판사 이헌숙)는 22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변호사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한 변호사는 1972년 한 잡지에 이른바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처형된 김규남 의원을 애도하는 글을 발표하고, 이를 1974년 자신의 저서 '위장시대의 증언'에 수록한 혐의로 이듬해 구속기소됐다.

 한 변호사는 실재하는 특정인을 지칭한 내용이 아니고 사형제도를 비판하기 위해 수필체로 쓴 글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9개월간 수감 생활을 한 한 변호사는 2심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되면서 풀려났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고, 변호사 자격이 박탈됐다.

 이후 2013년 서울고법이 김 의원은 간첩이 아니라고 판결하자, 한 변호사는 재심을 요청해 이 사건 재판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수필 내용 전체를 살펴봐도 사형집행을 당하는 자를 애도하고 있을 뿐 반공법 폐지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며 "사형제도에 대한 비판, 반성을 수필 형식으로 적은 것이라는 한 변호사 주장이 수긍이 간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수필을 작성하는 게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죄를 확정했던 대법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이 끝난 후 한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나 "42년 만의 무죄 판결에 기쁨보다 착잡함이 앞선다"면서 "독재권력의 탄압수단으로 사법절차와 형벌이 악용돼서는 안 되며, 압제자의 농락에 법원이 무력하게 휩쓸리는 치욕은 절대로 되풀이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시국사건 변론을 다수 맡아 진행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감사원장을 지냈으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변론에 참여한 바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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