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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배급사 극장 생태계 파괴...상위 30편 중 25편 반칙

등록 2017.10.18 08: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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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배급사 극장 생태계 파괴...상위 30편 중 25편 반칙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대규모 유료시사회 등 국내 대형 영화 배급사의 변칙 개봉이 극장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흥행 순위 상위 30편 중 25편(83%)이 더 나은 흥행 성적을 위해 목요일 개봉 관례를 깨고 하루 먼저 개봉하는 변칙 개봉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 10편 중 8편도수요일 개봉했다.

 CJ엔터테인먼트·쇼박스·뉴(NEW)·롯데엔터테인먼트 등 6대 대형배급사의 경우 개봉영화의 53.7%를,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등 4대 직배사의 경우 63.8%를 수요일에 개봉하는 등 배급사별 주력 영화들이 주로 수요일 개봉했다. '부산행'은 개봉 당일 상영 점유율 53.7%, 2위 '검사외전' 45.4%, 3위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63.7%를 기록했다.

 영화 개봉일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 5일제가 정착되기 이전에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개봉이, 주 5일제 정착 이후에는 목요일 개봉이 관례로 자리잡았다. 수요일 개봉은 하루 일찍 개봉해 신작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이다.

 개봉 전날 혹은 개봉 전 주말을 이용한 대규모 유료시사회도 변칙 개봉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는 사례도 많았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개봉 전일 1173개 스크린에서, '곡성'은 895개 스크린에서 유료시사회를 열었다. '나우유씨미2'는 개봉 전 3일 동안 1472개 스크린에서, '부산행'은 개봉 전 주말 사흘 동안 1284개 스크린에서 유료 시사회를 열었다. 1일 단위 스크린수 기준으로 600개 이상 차지한 영화가 4편, 401~500개 8편, 301~400개 13편, 201~300개 4편 100~200개는 10편에 달했다.

 이들 영화는 개봉 이전에 사실상 개봉에 준하는 스크린을 차지, 유료시사회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극대화했다. 특히 '부산행'은 개봉 전 유료 시사회를 연 주말 사흘 간 전체 상영영화 매출의 19.9%, 한국영화 매출의 51.1%를 차지했고, '곡성'은 개봉 전날 유료시사회를 열어 전체 영화 매출의 53.6%, 한국영화의 78.5%를 점유했다.

 지난해 하루 100개관 이상에서 유료시사회를 진행한 영화들의 유료시사회 상영 실적을 보면, CJ엔터테인먼트과 메가박스플러스엠 제외, 국내 메이저 배급사와 해외 메이저 직배사 모두 유료시사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크린수와 상영횟수에서 국내 배급사 중 롯데엔터테인먼트(스크린 점유율 19.2%, 상영횟수 점유율 20.9%)가, 해외 직배사 중에서는 유니버설스튜디오코리아(스크린 점유율 15.0%)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상영횟수 점유율 17.2%)가 가장 대대적인 유료시사회를 연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액 면에서는 '부산행'을 배급한 뉴(NEW)(33.8%)와 '나우유씨미2'를 배급한 롯데엔터테인먼트(20.0%), '곡성'을 배급한 이십세기폭스코리아(19.8%)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이처럼 수요일을 개봉일로 잡은 영화들이 사실상 화요일 또는 개봉 전 주말에 개봉해 '목요일 개봉'이라는 업계 룰이 의미를 잃은 것은 물론 그 전 주에 개봉한 군소 배급사 영화들이 일주일이라는 최소 상영 기간을 보장받기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김병욱 의원은 "최근 10여년간 한국 영화산업은 양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반면 수직계열화와 독과점, 불공정행위와 같은 과제를 안게 됐다"며 "영화산업의 불공정행위가 여전히 심각한 상태임이 확인된 만큼 더 늦기 전에 공정환경 조성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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