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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연기' 재수생들 차분···"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등록 2017.11.16 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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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된 가운데 16일 제주시 제일고등학교 고사장 울타리에 수능 응원 문구를 담은 현수막 앞으로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2017.11.16.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된 가운데 16일 제주시 제일고등학교 고사장 울타리에 수능 응원 문구를 담은 현수막 앞으로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2017.11.16. [email protected]


"처음엔 멘붕, 이젠 1주일 시간 '선물'로 생각…다시 시작"
"가장 불쌍한 건 출제위원들 아닌가" 웃음 섞인 농담도
재수학원 관계자 "기존 자습 일정 유지···무료 강의 계획"
고3 수험생 위주 학원 "당장 강사 일정 조정···대책 마련"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어쩔 수 없죠. 시간이 선물처럼 주어졌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죠."

 당초 수능일이었던 16일 낮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대형 재수학원에서 만난 이모(19)군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함께 점심을 먹던 친구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가운데 학원에 있던 학생들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해당 학원은 종강 이후 유지해온 기존 자율 학습 시간표에 맞게 운영하고 있었다. 수능 시간표에 맞춰 오전 8시10분 등원부터 4교시 탐구영역이 종료하는 시간에 맞춰져 있었고 오후 9시까지 자습 계획표가 게시돼 있었다. 수험 기간 동안 진행해 온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이번주 일정을 게시했다.

 학원 측은 "종강 이후 진행해 온 자습시간표와 질의응답 시간을 유지하는 한편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에 대해서는 원포인트 강의를 개설할지 논의 중"이라며 "일주일 추가 등원이나 특강에 대해서는 추가 비용을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낮 12시께 40여 명이 한 반인 강의실 자리 곳곳에는 점심시간 전까지 풀었던 시험지나 봤던 노트들이 놓여 있었다. 강의실 밖 이동 공간에 마련된 책걸상에도 문제를 출고 채점하는 데 사용된 빨간펜이나 샤프 등이 있었다. 방금 전까지 공부를 하고 있던 흔적이 있었다.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16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재수학원의 모습. 2017.11.16.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16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재수학원의 모습. 2017.11.16.


 학원 내부에서 점심을 먹는 수험생들은 잡담을 하기도 했다. 빈 강의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샌드위치를 먹던 이군은 "어제는 조금 '멘붕'(멘탈붕괴)이었고 사실 짜증도 좀 났지만 일주일이란 시간이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아침 일찍 학원에 왔는데 대부분 친구들이 원래 시간에 맞춰 와서 놀랐다"고 전했다.

 함께 있던 안모(19)군은 "종강은 3일 전에 했고 어제까지 자율학습을 했는데 그때처럼 반 정도가 학원에 나온 것 같다"며 "지방에 간 친구들도 이번 주말부터 서울로 올라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휴게공간에서 친구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던 박지민(18)양은 "어제 저녁 최종정리 노트를 보고 있는데 친구가 수능이 연기됐다고 했다. 장난인 줄 알고 버럭 화를 냈는데 진짜였다"며 "오늘은 엄마가 어제 준비했던 수능 도시락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양은 "오늘 수능을 마친 후 약속이 있었는데 모두 미뤄야 해서 짜증이 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라며 "단지 이번에 배정된 시험장 자리가 좋았는데 바뀔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모(19)양은 한국사 오답 문제를 모아놓은 지퍼백을 꺼내며 "아직 오답 정리를 하지 못한 게 있었는데 이걸 하면 된다"며 "이왕 이렇게 된 것 마무리 잘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복도에서는 수험생들과 강사 사이에서 "선생님 일주일 더 볼 수 있어서 좋죠 뭐", "가장 불쌍한 건 출제위원들 아닌가" 등의 웃음 섞인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종료되고 오후 1시10분께 3교시 영어영역 시험시간이 가까워지자 수험생들은 차례차례 강의실로 들어갔다. 25명의 수험생들은 각자 외투 모자를 뒤집어쓰거나 소음을 막기 위해 귀마개를 착용한 채 각자 공부에 열중했다. 새로운 모의고사 문제지를 풀거나 이미 흔적이 가득한 오답노트를 들춰보기도 했다. 따로 감독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사물함에 가는 수험생도 조용히 왔다갔다.

 입사전략실담당자인 나모(38)씨는 "부산이나 광양 등 지역에서 오늘 새벽 4시 차로 올라온 친구들도 있다"며 "사실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했지만 재수생들이니 다들 성인 아닌가. 상황이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간이 득이 되게 만드는 건 너희의 몫'이라고 이야기하면 알아듣기에 자습시간도 조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16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단과학원의 닫힌 모습. 2017.11.16.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16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단과학원의 닫힌 모습. 2017.11.16.


 고3 수험생들이 주로 다니는 단과학원들은 다음주 계획에 골몰하고 있었다.

 대치동의 한 대형 수학학원 입시담당자는 "일주일이란 시간이 짧은 시간이 아니기에 그냥 보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무엇을 할지가 문제"라며 "주말까지 다음주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모의고사를 출제하거나 추가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선생님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 벽면 가득 2017학년도 명문대학 합격자들의 이름을 전시해놓은 한 종합학원 담당자는 "이미 지난주에 종강을 한 상태에서 수능이 연기돼버려 당황스럽다"며 "이후에 무엇을 할지 지금 생각은 하고 있는데 일정이나 비용 등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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