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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토지공개념' 도전사

등록 2018.03.21 16:36:12수정 2018.03.21 1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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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22일 오전 12시22분께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숨을 거뒀다. 향년 88세.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고인은 경남 거제 출신인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3김(金)시대를 호령하던 인물 중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제외한 두 명의 거목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진은 1987년 "호랑이 집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간야 한다"는 말을 남긴 3당 합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한 모습. 2015.11.22. (사진은 독자 정태원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22일 오전 12시22분께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숨을 거뒀다. 향년 88세.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고인은 경남 거제 출신인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3김(金)시대를 호령하던 인물 중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제외한 두 명의 거목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진은 1987년 "호랑이 집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간야 한다"는 말을 남긴 3당 합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한 모습. 2015.11.22. (사진은 독자 정태원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군부 출신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0년대 후반 토지공개념 3법을 강하게 추진했다. 1986~1988년 한국경제가 대외 여건 개선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며 부동산 값이 폭등하는 등 이상 과열을 빚자 특단의 대책을 빼어든 것이다.

 한국경제를 두고두고 괴롭히는 이러한 지가 앙등을 부른 도화선은 저달러·저유가·저금리를 비롯한 '3저 호황'이었다.그 발단은 1985년 플라자 합의였다. 주요 5개 나라 재무장관이 미국 플라자 호텔에 모여 무역 대국 독일의 마르크화와 일본 엔화를 달러 대비 평가 절상하기로 한 것이 단초였다.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커지자 수출은 쑥쑥 늘었다. 저유가와 저금리도 호재였다.

 달러가 쏟아져 들어오며 불어난 원화 유동성이 전국을 휘저으며 땅값을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전국의 유흥 주점은 넘치는 손님으로 불야성을 이뤘고, 지가는 쑥쑥 올랐다. 1988~1989년 전국 토지 가격 상승률은 해마다 30%대에 육박했다.  물가가 치솟으며 임금 비용을 끌어올렸고,  기업이 공장을 새로 짓는 데 드는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등했다.

 부동산 경보음이 커진 것도 이 때를 전후해서다. 땅값 상승은 투기를 불렀다. 투기가 기승을 부리자 땅값이 치솟고, 오른 땅값이 다시 투기를 부르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 주요 기업들도 전국을 돌며 점찍어 둔 땅을 사들이는 데 주력했다. 힘들게 공장을 증설해 물건을 새로 만들거나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부동산에 돈을 묻는 편이 더 .수지가 맞는 장사였던 셈이다. 기업가 정신이 실종됐다는 위기의식이 깊어졌다.

【서울=뉴시스】23일 새벽 91세를 일기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타계했다. 리콴유 전 총리는 한국을 방문해 박정희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과도 만남을 가졌었다. 사진은 2006년 5월 19일 노무현 대통령 리콴유 싱가포르 고문 장관 접견 모습. 2015.03.23. (출처=한국정책방송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23일 새벽 91세를 일기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타계했다. 리콴유 전 총리는 한국을 방문해 박정희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과도 만남을 가졌었다. 사진은 2006년 5월 19일 노무현 대통령 리콴유 싱가포르 고문 장관 접견 모습. 2015.03.23. (출처=한국정책방송원) [email protected]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9년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한 것은 당시 이러한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 토지공개념 3법은 ▲토지초과 이득세 ▲택지소유 상한제 ▲개발이익환수제를 골자로 한다.  땀 흘려 일하지 않고 거둔 이른바 불로소득을 국가가 강제로 환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조순 전 시장을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도 이른바 ‘잡초론’을 주장하며 부동산 규제를 지지했다. 부동산 투기 등 한국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잡초’를 미리 뽑지 않고서는 비료를 뿌려도 옥토로 바꿀 수 없다는 게 골자다. 당시 부동산 망국론이 고개를 들 정도로 위기의식의 뿌리는 깊었다.   

 하지만 이 법률은 모두 헌법 불합치나 위헌 판정을 받아 폐기되는 운명에 처한다. 사유 재산권을 무엇보다 신성시 하는 자유주의 시장 보수 세력의 반발이 거셌다. 소송이 꼬리를 물었다. 노태우 정부가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한 시기가 ‘3저 호황’이 서서히 끝나가는 시점이었다는 점도 이 파격적 실험이 좌초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종합부동산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비롯해 토지공개념에 뿌리를 둔 정책은 거센 반발을 부르며 그 항로가 순탄치 않았다.

 토지공개념을 둘러싼 갈등은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좌우 이념 대립을 보여준다. 보수는 이 제도가 사유재산제도와 행복추구권 등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며 격렬히 반발해 왔다.  반면, 진보는 토지공개념이 '부익부 빈익빈' 등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부의 불공평한 분배를 바로잡는 순기능을 한다고 여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장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주의 실험'이라는 보수의 거센 반발을 정면돌파하고 이 조항을 헌법에 넣을 수 있을 지 관심을 끄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토지를 공적 목적으로 쓸 수 있게 제한을 둔 국가는 사회주의 권역을 제외하고 전세계에서 4개 나라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스페인, 이탈리아, 대만, 스위스를 비롯한  4개국에 이러한 토지공개념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03.21.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03.2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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